[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앞으로 인류의 삶과 행동 양태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은 거대한 담론을 넘어  인공지능(AI), 제조업의 자율화(Automation) 등 실제적인 생활과 산업 영역으로 침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실제 한국이 당면한 문제를 사회와 접목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투데이 등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 컨퍼런스'에서 이에 대한 전문가 대담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시 청원구), 신성철 KAIST 총장,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이 정치권, 정부, 학계를 대표해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는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이 맡았다.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왼쪽부터), 신성철 KAIST 총장,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영철 전 중소기업청장, 한순흥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과 기회' 관련 토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 부회장(사회)=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이후 관련 논의가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보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은 많지만 그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는 되지 않고 있다. 각 분야에서 심도있는 연구를 해온 분들이 각자 나름의 정의와 한국의 전략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달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재일 의원=수확 체증 효과(투입한 생산요소가 늘어날수록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와 이를 일으키는 네트워크화를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구글, 아마존 같은 선점 사업자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후발주자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처럼) 4차산업혁명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속도’ 같다. 미국 하원은 벌써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올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 시켰다. 우리보다 많이 뒤쳐졌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인공지능 개발 전략을 확정지었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속도전에서 밀리고, 한번 밀리면 따라갈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갖게 한다.

혁명은 기존 관행 타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존 기득권을 어떻게 해체하는가가 관건이다. 기업,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느냐에 따라 대응책이 달라질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현재 회자되는 '4차산업혁명'은 그 창시자로 불리는 클라우스 슈밥의 견해(인사이트)로, 학계에서는 논란이 많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혁신적인 과학기술 발명이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그런 돌파구(브레이크스루)가 될만한 혁명이 없다. 어쨌든 3차 산업혁명의 플러스든 4차 산업혁명이든 최근 달라지는 흐름은 있다.

4차산업혁명의 메가 트렌드는 초연결화(Hyperconnectivity) 초지능화(Super Intelligence) 융복합화(Convergence)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의 혁신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GDP) 2만달러에 진입했지만  3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도약 대 중진국 트랩이라는 ‘스톨 포인트(Stall point·항공기가 부력을 잃고 추락하기 직전의 임계점)’에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면 긍정적이다.

변 의원=4차산업혁명이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건 맞다. 거기에 적응하고 앞서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구호 아래 여러 정책이 추진됐다. 메가 트렌드를 읽고 추진했던 것이지만 사회적 합의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발전이 좀 더뎠던 것 같다. 국민적인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 총장=호모사피언스의 역사는 50만년이 흘렀는데 농업혁명은 1만2000년, 산업 문명은 250년으로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 30년간 변화 역시 지난 250년 변화에 버금갈 것이다. 지금까지 속도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가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딩하는 국가가 선도국가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에 기회가 왔다고 본다.

주영철 전 청장=지금 1인당 GPD 2만달러대에 멈춰있는데, 대한민국은 이걸 벗어나려면 변화해야 한다.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잘했는데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간다든가 바뀌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시장 변화를 읽는 것,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단순히 ‘사람 중심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 시장과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많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일자리 문제와 삶의 질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에 대한 각 분야 입장을 들려 달라. 4차 산업혁명 때문에 700만명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명 일자리가 생겨 5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반면 '인더스트리4.0'을 처음 시작한 독일은 실업률이 매월 0.1%씩 떨어지고 있다. 나라별로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영철 전 중소기업청장

주 전 청장=대한민국 일자리는 전세계 제로섬에서 상대적인 것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압도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가 상대적으로 없다. 우리의 해법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는 짧은 기간에 은퇴 연령이 연장되면서 생긴 일시적인 문제 성격이 강하다. 이런 문제를 직시해서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에 올인하면 대한민국에 일자리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주 전 청장=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전세계 일자리에 대한 문제와 대한민국 일자리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세계는 저성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일자리는 제로섬(Zero sum)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각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변화는 점진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도 장담컨대 2025년에는 나올 수 없다. 도로 인프라를 다 바꾸고, 보험 등 사회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몇 백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고 시간을 가지고 대응하면 된다.

변 의원=스마트팩토리를 예로 들면, 우리 지역구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사람을 잘라야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 일단 국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이 때 장기적으로 생각해야할 게 잡 셰어링, 기본소득제도 등이다.

새로운 산업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욕구는 '영원한 젊음과 생명'이다. 바이오가 특히 강조되는 것도 인간의 욕구가 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구매력을 창출하는 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인간의 욕구는 '탐욕'이다. 시간과 구매력에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움직인다. 여가활동가 관련한 산업이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으로 여유를 갖게 된 인간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인 설계 하에서 사회가 움직였으면 한다.

▶사회=우리나라는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는 얘기만 나오는 반면 독일은 스마트팩토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세계 기계·설비 시장이 3000조원인데, 우리는 살 생각만 하고 우리가 판매할 생각은 안 하는 것 아닌가.

변 의원=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타국이 잘할 수 있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신성철 KAIST 총장.

신 총장=직업군을 4가지로 나눠 4분면으로 그린다면, x축은 반복·단순작업, 비반복·단순작업,  y축은 메뉴얼 작업, 인지에 의한 작업을 양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향후  자동화, AI화에 가장 영향을 받을 직업이 반복·단순작업과 매뉴얼 작업의 공통분면이다. 가장 덜 영향 받는 작업은 비반복·단순작업과 인지에 의한 작업의 공통분면이다. AI가 완전히 발전해도 없어지지 않는 직업은 있을 것이다. 현재 배관공은 미국 뉴욕에서는 고연봉 직업인데 없어질 전망이다. 가장 없어지지않을 직업 중 하나는 성직자다. 감동을 못 주는 성직자는 AI에게 이길 수 없겠지만 직업정신이 있는 직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직업 창출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를 고민할 때다. 기초 과학, 공학, 인문사회학을 융합한 무학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삶의질이나 행복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신 총장=결국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능교육, 출세지향적 교육에 치중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20~30년 후면 호모사피언스와 로보사피언스가 절반씩 살아갈 것이다. 호모사피언스는 기능면에서는 로보사피언스를 이길 수 없다. 호모사피언스의 존재 가치는 창의, 감동, 영감, 지혜, 통찰력 등이다. 이런 가치를 교육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신물질을 찾으려고 장기간 반복 실험을 한다든가 힘든 건 로봇에게 맡기고, AI 리서처가 산출한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은 인사이트를 뽑아내면 된다.

주 전 청장=상류층은 잘 대응할 것이다. 중하위 서민들이 앞으로 이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문제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불안감이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사회 안전망이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쪽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중심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질 문제와 연관된다. 아까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성공한다고 단순하게 말했는데, 기업 경쟁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학교든 사회든 서로 결부를시키고, 이와 관련된 국가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핵심은 성과 공유다. 사람과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직원과 성과를 공유하는 기업은 25%밖에 안 된다. 그런 기업에 누가 헌신을 하겠나. 공유할 성과가 당장 없으면 미래 성과를 공유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임기내에 하겠다고 하는데 고맙다.

변 의원=앞으로 노동소득 분배보다 자본소득 분배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 재분배 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안전망 중 기본소득제도는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데, 최소한 기본적인 의식주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의식주가 해결된 다음에는, '과정의 공정'이 필요하다. 억울한 일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불이익, 부당대우를 받을 때 스스로 힘으로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안 된다.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평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삶의 질이 높은 사회가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사람이 먼저’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전에는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산다고 했는데 지난 10년간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질문을 던지면서 결국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고 있다. 모든 사회 활동이나 국가 경영 측면에서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사회=혁신형 경제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정부 역할이나 이노베이션 이외에 필요한 것들을 포함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가.

변 의원=4차산업혁명은 혁신 경제를 전제로. 자본, 노동, 토지(임대료)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은 반대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부산물인 불평등,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안정성이 강조되고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 경제에 반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까가 고민이다. 대학에서는 혁신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초중고 교육 과정은 변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대학 입시 제도다. 창의적 인재양성이 목표가 된지 10여년 됐지만 여전히 입시 위주 교육이 바뀌지 않고 있다. 규제완화가 시급한 문젠데 현실적인 얘기지만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가 입법 실적에 따라좌우된다. 입법은 주로 규제 입법. 지속적으로 규제 입법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방향과 정반대인 건 아닌가 우려가 있다.

신 총장=혁신 시대에 정부와 민이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지금까지는 관 주도였다면 혁신 시대에는 민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정부는 지지자(서포터), 촉진자(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해야한다. 그동안 '혁신 도시'나 '혁신 국가' 정책이 단순 인프라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정부는 협업을 위한 서포터가 돼야 한다. 협업의 시작은 격식없는(인포멀한) 만남이다. 실리콘밸리 성공을 얘기할 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산·학·연·관 사람들이 쉽게 만나고 아이디어 끄집어내는 문화다. 우리는 굉장히 공식적인 회의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회의들은 실제 아이디어와는 거리가 면 경우가 많다. 대전에서는 카이스트, 기업(민), 시장(관), 국회의원들이 월 1회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정례 캐주얼 미팅을 만들고 있다.

주 전 청장='4차 산업혁명', '뉴노멀(New Normal)'의 수렴점이 있다. '혁신'이다.  일자리 문제를 보면, 2010년 이후 신규 고용의 97%는 중소벤처 기업에서 나왔다. 대기업, 중견기업 기여도가 3%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로 경제구도를 급격하게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중심이 되려면 중소벤처 기업을 보호, 배려만 해서는 중심이 될 수 없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경쟁력 기반 정책을 폈다. 모든 정책을 다 전환(쉬프트) 했다. 모든 예산을 글로벌 경쟁력 높이는 쪽으로 배치하고 있다.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 히튼 챔피언을 많이 육성하면 그들이 만든 그늘이 생겨서 그늘 내 기업들이 같이 커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술 창업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사회=독일이 빨랐던 이유는 꾸준함이다. 또 협력이 잘 되는 이유는 동호회나 협회 활동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4.0도 민간 협회들이 주도해 정부에 넘겨 준 정책이고, 다른 정책들도 민간에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정부에 맡겨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안들이 계속 민간에서 나와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행사를 주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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