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 4차산업혁명 논의를 촉발시킨 독일 '인더스트리4.0' 분야 전문가다.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는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논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구호'만 떠돌 뿐"

증기기관 발명과 맞먹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도래할 것이라는 뜻으로 쓰인 '4차 산업혁명'은 이와 관련된 책만 100권 이상, 칼럼이나 보고서는 그 몇 배가 쏟아졌다.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다룬 책은 없다는 게 김 부회장의 의견이다. 기껏 언급되는 내용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동화, 일자리 감소 등이다. 

김은 ICT융합네트워크 부회장(UNIST 겸임교수)은 국내에 독일 '인더스트리4.0(Industry4.0)'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공론화한 인물이다. 독일에서 10년 넘게 진행돼 온 신산업 패러다임을 깊이 있게 연구했고, 관련 산업계·학계 전문가들과 '스마트 산업화 연구회'를 조직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여론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상당수는 사기꾼"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한국인들이 사실상 4차 산업혁명의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경제 정책의 지식 기반이 될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설치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도 시류에 편승한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논의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일례로 정치, 경제, 사회 일반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일자리 문제를 언급했다. 언론의 책임도 언급했다. "언론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미래에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느니 자꾸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이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한국 산업계나 정부가 스스로, 언론이 산업 혁신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재료, 장비를 사다 쓸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기업들은 스마트 팩토리, 또는 자율화(Autonomous)된 제조를 위한 장비, 솔루션 등을 실험 중이라"며 "그들에게 인더스트리4.0은 고급 일자리 창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패션 기업인 아디다스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맞춤형(커스텀) 신발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장비를 개발·제조·판매하는 신사업을 창출해 오히려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앞서 10년 넘게 새로운 산업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한 글로벌 기업과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단어는 쓰이지 않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개념으로 통칭한지 오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IBM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다. 풀어 얘기하면 기업이 자체 보유한 데이터 등 자산 등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다. 종국에는 이런 변화가 나비효과처럼 산업 생태계 전반과 사회에까지 파급된다.

이런 고민 끝에 한국ICT융합네트워크는 글로벌 기업, 과학기술정통부, 중소벤처부, 서울산업진흥원 등 정부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심도 있는 토론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11일 열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터내셔널 컨퍼런스(Digital Transform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는 보쉬, 볼보, 훼스토, SAP, HP엔터프라이즈는 물론 로아인벤션랩 등 시장조사기관이 참여해 실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적용 사례와 전략을 발표한다. 한국 실정에 맞는 일자리와 교육 전략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금속노조연구원 관계자가 패널 토의를 통해 답을 찾는다. 패션, 디자인 등 예술 분야와 철학 전문가들도 참석해 한국을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할 계획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머(Digital Transformer)'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공개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김은 부회장은 "이제 제대로 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해외 국가들의 정책,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을 공유하고 정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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