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OTT 서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유료방송업계의 트렌드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악할 수 있다. OTT(over the top)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해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장의 포화, TV 시청 환경 변화 등 유료방송시장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성장동력이자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료방송사들은 OTT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오는 11월 신규 OTT 셋톱박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2015년 티빙 스틱과 함께 준비한 서비스가 SK텔레콤과의 합병 이슈로 잠시 정체를 겪다 올해 하반기에 빛을 보게 됐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케이블TV사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료방송 전체로 봤을 때 IPTV에 입지를 점차 빼앗기는 추세다. 케이블TV 영역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은 OTT 서비스 출시의 필요성에 불을 붙였다.

방송매체 이용행태 변화 추이 (사진=방송통신위원회)

기존 OTT 단말 티빙 스틱이 국내 제조사의 단말기를 사용한 것과 달리, 이번 신규 OTT 서비스의 단말기는 글로벌 사업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속의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성능이 대폭 증가한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자체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CJ헬로비전은 현재 넷플릭스 등 OTT 업체들과 콘텐츠 제휴를 진행 중이다.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9일 국내외 사업자와 협업해 단말기 기반의 OTT 서비스를 출시했다. 3년 간 10억원의 투자 끝에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샤오미가 제조한 단말기에 구글의 OS를 기반으로 KT스카이라이프의 색을 입혔다.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왓챠의 것을 들여왔다.

KT스카이라이프에게 OTT란 ‘양방향 서비스가 불가’ 위성방송의 태생적 한계를 해소하는 수단이다. 알라카르테(선택 채널별 과금 방식) 도입을 통해 기존 유료방송 혹은 OTT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본업인 위성방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성장동력으로 이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3위 케이블TV사 딜라이브는 지난해 6월 넷플릭스와 손잡고 단말기 기반의 OTT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고, 현대HCN도 OTT 서비스 에브리원TV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의 사업자는 공통적으로 OTT 서비스를 시장 포화와 TV 시청 환경 변화, 방송‧통신 융합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IPTV를 쥐고 있는 이동통신 3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IPTV의 가입자는 1259만3760명이다. 2013년 873만명이었던 가입자가 매년 크게 증가한 결과다.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1386만4821명으로 IPTV 가입자와의 격차는 매년 좁혀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안에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는 자사가 가진 모바일 OTT 서비스를 가입 고객에게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은 케이블TV사업자들이 OTT 서비스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 추이

왜 OTT 서비스인가

OTT는 인터넷 망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유료방송사들이 그동안 영위해왔던 방송영역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플랫폼 유형만 다를 뿐 실시간 방송, VOD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 등은 같아 OTT를 유료방송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유료방송사들은 다른 사업자보다 더 활발히 진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OTT는 현행 방송법이나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케이블TV와 IPTV는 5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고 가입자 점유율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는 등 여러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OTT는 이같은 제한에서 자유롭다. 정부도 OTT가 시장에 안착하기 전까지 무리한 규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당분간 규제 이슈도 없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에게 OTT 분야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장인 셈이다.

또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방송, 영화 시청 행태가 TV에서 PC와 모바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미디어 소비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OTT는 이같은 미디어 시장의 시청 트렌드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인 것이다.

향후에도 동영상 소비의 잠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OTT 산업은 더 각광받는 산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국내 OTT 시장은 아직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케이블TV와 IPTV 등과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 보급률이 90%에 달하고 서비스 자체의 가격이 저렴하다. 추가로 OTT에 비용을 지불 할 유인이 그만큼 적다. 반면 해외는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인기가 높다.

또한 OTT가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의 대한 대체재라기 보다는 부가 서비스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무료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과의 경쟁에서도 어떻게 살아남느냐도 관건이다.

케이블TV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케이블TV나 IPTV의 방송 상품은 월 10만원 가량으로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만원대로 저렴한 수준”이라며 “방송 서비스의 가격이 낮게 책정돼다 보니 OTT의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유튜브와 네이버 등의 무료 동영상 서비스가 티빙 등의 이용자를 압도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OTT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 유료방송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대체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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