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지영 기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뒀어요" 제노플랜의 강병규 대표의 이런 무모한 패기가 침으로 Health & Beauty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 기업인 제노플랜의 대표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의과학을 전공하고 3년 동안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유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재직 당시 일주일에 한 번 씩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수강했다. 그는 소셜벤처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기보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강의에 영향을 받은 그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영어와 수학 강의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인 '알공'을 창업했다. 기업은 재무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기능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막상 뛰어들고 나니 재무적 그리고 사회적 성과를 스타트업이 모두 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2년 남짓 운영되던 알공은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강 대표는 스스로 "수익성에 있어 지속하기에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첫번째 사업을 접게됐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그의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다. 강 대표는 당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2014년 4월 또 한 번 일을 벌였다. 이것이 바로 제노플랜의 시작이 됐다. 당시 강 대표는 아무런 준비 없이 1인 법인을 설립했다. 변변한 사무실도 없는 상태에서 구인을 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강 대표는 지원자들에게 유전자 기반한 세계적인 바이오 스타트업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는 "처음 구인을 할 때 2명이 지원했는데 그중 한 명은 제가 권한 커피도 의심스러워서 끝내 한 모금도 안 마셨어요. 그리고 그 지원자가 지금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1명을 뽑는데 100명의 지원자가 나설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져 제노플랜의 임직원은 총 21명으로 성장했다.

▲ 제노플랜의 강병규 대표를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이미지=제노플랜)

강 대표는 알공에서 얻은 경험으로 제노플랜은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전자 관련 비즈니스는 혈액을 채취하고 질병을 분석한다. 하지만 제노플랜은 타액으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건강과 미용을 관리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특히 비만에 집중해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지난 1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회사가 개발한 키트를 구매하려면 먼저 병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경쟁사의 제품과 접근 방식이 같다. 그러나 제노플랜이 가진 장점은 저렴한 비용이다. 국내 제약회사의 경쟁 서비스의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에 비해 회사는 9만 9천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 대표가 말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정보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전자 분석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정의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기업이 곧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한다.

▲ 제노플랜피트는 타액을 검사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처방받을 수 있다.(이미지=제노플랜)

회사는 현재 타액을 채취 분석해 개인 맞춤 식단과 운동을 처방하는 제노플랜핏을 시판 중이다. 강 대표는 올해를 '바이오의 대중화'의 시발점으로 삼고 내년 초 까지 10만명을 분석한다는 각오다. 또한 올 9월에 론칭을 앞둔 유전자 분석을 통한 피부 진단 키트도 예정돼 현재는 건강과 미용에 집중해 젊은 여성층이 주요 고객이지만 향후 유전자 분석의 저변을 넓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식품, 화장품, 휴대폰 제조사, 통신사, 제약회사 등 바이오 대중화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에서도 얼마든지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글로벌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라고 확신하면서 "제노플랜이 그런 기업이 되도록 모든 임직원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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