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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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유력 금융회사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생각했던 것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여전한 가운데, 일부 특정 영역에서 나름 성과가 니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은 2020년 B2B 거래를 지원하는 JPM코인을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선보였고 올해 10월 기준으로 하루 10억달러 규모 거래를 JPM 코인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다. JP모건이 기존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 처리하는 거래 규모가 10조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작은 비중이지만 몇개월 간 성장세는 인상적이다.

JP모건은 2020년 JPM코인을 선보인 이후 올해 6월까지 3000억달러 규모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JP모건은 내년에만 같은 규모 거래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JPM코인은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으로 JP모건 도매 고객들이 미국 달러와 유로를 전송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중 무휴로 운영되며 빠른 거래를 지원한다. JPM코인은 현재 JP모건 도매 및 기업 고객들이 거래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리테일 버전은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JP모건은 JPM 코인을 리테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JP모건 글로벌 결제 부문 총괄인 타키스 게오르가코풀로스(Takis Georgakopoulos)는 10월 블룸버그TV에 나와 "많은 대기업들을 위해 JP코인으로 매일 10억달러를 옮기고 있다"면서 JPM코인 여정의 다음 단계는 지금과 같은 효율성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버전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HSBC의 행보도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 최근 보도에 따르면 HSBC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런던 금거래소 금고(vault)에 저장돼 있는 실제 금의 소유권을 토큰화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보도에 따르면 HSBC가 선보인 시스템은 골드 바를 나타내는 디지털 토큰을 생성하고 HSBC 싱글 딜러 플랫폼(single-dealer platform)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 투자를 간소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HSBC는 대형 귀금속 커스터디(수탁) 회사인데다 런던 금 시장 4대 청산기관 중 하나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이번에 선보인 플랫폼은 초기에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향후에는 규제 승인을 받을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금에 투자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외에도 HSBC는 웰스파고와 협력해 2021년부터 외환 거래 정산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보도를 보면 HSBC와 웰스파고는 블록체인을 사용해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및 중국 역외 위안화 거래를 프라이빗 원장( private ledger)에서 정산하고 있다.

두 은행은 거래 효율성 및 비용 절감을 목표로 공유 프라이빗 원장(shared private ledger)을 사용해 통화 거래를 추적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 통해 두 은행은 동일한 거래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갖게 될 리스크를 줄였다고 FT는 덧붙였다.

물론 HSBC와 웰스파고가 블록체인만 활용해 외환 거래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결제 방식도 버무려 쓰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 원장은 특히 중국 위안화 결제에 효과적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과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외화 결제 시스템인 CLS(Continuous Lined Settlement))가 위원화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HSBC는 웰스파고와 거래 정산 외에 내부적으로 외환 송금 정산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 중이다.

이처럼 활용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많은 시도는 실패로 이어진 게  사실이다. 2022년 말 호주 증권 거래소(The Australian Securities Exchange, ASX)는노후화된 CHESS(Clearing House Electronic Subregister System)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하기 위해 6년 가까이 진행해오던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ASX는 블록체인 시스템 디자인에서 상당한 도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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