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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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코로나19 상황 속에 차세대 IT 패러다임으로 통했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확 식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지난달 기준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쳐보면 트래픽이 1년 전 대비 80% 줄었고 메타버스 띄우려고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꾼 메타도 요즘은 메타버스에 대해 예전 만큼 공격적인 수사학을 구사하지 않는 것 같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열기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AI로 옮겨붙었다.  메타버스 띄우려고 이름까지 바꾼 메타도 생성AI 바람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자체 거대 언어 모델을 선보였고  기존 제품에 생성AI 기술을 본격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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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회의론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도 많지만 한편에선 메타버스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또는 버추얼 트윈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가상화하고 이를 현실을 개선하는데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하다. 

메타버스의 한 갈래로 알려진 디지털 트윈은 건물, 공장, 산업 장비 및 생산 라인과 같은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구현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으로 통한다. 현실과 다른 가상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가상화한 뒤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현실 속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은 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관점에서 디지털 트윈이 갖는 중량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제조를 넘어 물류와 헬스케어 쪽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들이 눈에 띈다. 

테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쿠팡이 경쟁력 있는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트윈 역량도 한몫했다는 평가들이 많다.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다양한 물류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뒤 최적의 결과를 실제 현장에 반영하는 프로세르를 구현한 것이  물류 인프라에 대한 높은 투자 대비비 효과(ROI) 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헬스케어와 관련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들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 소프트웨어 업체인 다쏘시스템도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한 '버추얼 트윈' 기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이 헬스케어 관련해 진행하는 버추얼 트윈 프로젝트로는 리빙하트(Living Heart)와 리빙 브레인(Living Brain)가 대표적이다. 리빙하트는 심장, 리빙브레인은 뇌를 디지털 3D 버전으로 구현한 것으로 실제 수술 전 디지털 심장과 뇌에서 먼저 다양한 시도를 한 뒤 도출한 최고 결과물을 실제 수술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버추얼 트윈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변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리빙하트는 현실 밖에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현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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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3 컨퍼런스에서도 다쏘시스템과 리빙하트 관련해 협력하는 보스턴 칠드런스 호스피털(Boston Children's Hospital)의 데이비드 호건슨, 보스턴 사이언티픽 소속 매트 쉐드로프가 실전에서 리빙하트를 활용한 경험을 공유했다. 

디지털 트윈은 기술과 완성도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시스템 통합(SI)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로 좁혀서 보면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 숫자는 많지 않다.

국내의 경우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 차원에서 스마트시티를 목표로 디지털 트윈 구축에 나서면서 최근들어 관련 업계 움직임이 꿈틀거리는 분위기다. 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에이트와 같은 국내 업첻르이 디지털 트윈을 주특기로 내걸고 활동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이트는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트윈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는데, 스마트시티 외에 다쏘시스템처럼 헬스케어 쪽에서도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혈관을 가상화해 혈류 흐름 분석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이트는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동안 메타버스에 대해 실체가 모호하고 체감할 수 있는 경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디지털 트윈의 경우  메타버스보단 '디테일'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회사들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회사들까지 디지털 트윈 시장을 잡기 위한 관련 업계 행보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놓고 유력 회사들 간 동맹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NTT도코모가 디지털 트윈 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시점에선 뜬구름이 많아 보이는 메타버스 보다는 디지털 트윈이나 버추얼 트윈 또는 산업용 메타버스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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