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SK스퀘어]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SK스퀘어]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그룹 정보통신(ICT) 계열 중간지주 및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가 DB로부터 DB하이텍 지분 12.42%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관측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자금은 SK스퀘어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 2.7%를 매각해 마련한다는 시나리오다.

앞서 SK스퀘어·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3곳은 공동으로 첨단 반도체·ICT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총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자본을 조성 및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DB하이텍의 경우 예전부터 매각 이슈가 꾸준히 불거진 기업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2.7%)을 매각해 DB가 소유한 DB하이텍 지분 12.42%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IB업계 및 증권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의 경우 예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흘러나왔고, 최근 SK스퀘어가 DB하이텍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스퀘어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DB 측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얹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장마감 기준 DB하이텍의 시가총액은 3조102억원으로 12.42%의 가치는 약 3738억원이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3738억원+알파(α)’로 인수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7일 기준 13조2985억으로 SK플래닛이 보유한 2.7%의 지분가치는 약 3590억원이다. 다시 말해, SK스퀘어가 크래프톤 지분(2.7%)을 매각할 경우 DB하이텍을 인수할 금액이 거의 대부분 마련되는 것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SK그룹의 반도체·ICT 투자 전문 회사로, 박정호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SK스퀘어는 출범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873억원),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80억원), 국내 농업 애그테크(Ag-tech) 기업 그린랩스(350억원)에 총 1303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11~12월 연결기준 매출 1조1464억원, 영업이익 4198억원, 당기순이익 3632억원을 기록했다. SK스퀘어는 블록체인, 메타버스, 스마트팜 등 미래 플랫폼 영역을 선점해 SK ICT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거나 향후 큰 수익을 실현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DB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전문 회사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서비스 및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생산 등을 담당한다. 생산 능력은 13만8000장(8인치 wafer/month)으로, 종업원은 2000명 수준이다. DB하이텍은 2008년 세계 최초로 0.18㎛ BCDMOS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디스플레이 제품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SK스퀘어는 올 한해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반도체·ICT 분야 미래 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투자 첫 대상으로 DB하이텍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이 반도체 회사이기 때문에 SK스퀘어의 자회사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한편,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부터 박정호 부회장의 주도하에 유영상, 이석희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ICT 분야 R&D(연구개발) 협력, 공동투자 등을 논의하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SK ICT 3사 시너지의 첫 결과물은 국내 첫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다. 3사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법인 ‘사피온 Inc.’를 설립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SK스퀘어는 투자를 통해 SK ICT 3사의 시너지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인데, DB하이텍 이후 투자를 본격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 신기술 개발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반도체 생태계 공동 투자에 앞장서는 한편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 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인수 추진설과 관련 SK스퀘어와 DB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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