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MNO(이동통신) 사업대표가 인적분할 후 SK텔레콤 사장으로 등극하면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CEO들이 모두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구성됐다. 구현모 KT 사장이나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인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사장이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각각 SK텔레콤, LG유플러스 CEO를 비슷한 시기에 맡은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통신3사 CEO가 모두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당시 황창규 KT 회장이 전기공학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산업공학은 Industrial Engineering을 번역한 것으로 경영공학으로도 통한다. 기술(IT)과 경영 일반을 배우는 학문으로 요즘 같은 통섭(統攝)과 융합(融合), 연결(連結)의 시대에는 산업공학 출신 CEO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산업공학은 경영정보학(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과 유사하지만 경영정보학은 생산·유통·마케팅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산업공학은 SCM (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을 전문적으로 배우는데, SCM은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관리하는 경영전략시스템을 말한다. 즉, 현대 복잡한 시스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앞으로 통신3사의 경영전략이 투자보다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즉 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통신3사가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를 줄이고 영업이익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이사회를 통해 SK텔레콤 CEO에 오른 유영상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1994년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1996년에 삼성물산에 입사하고, 2000년 SK텔레콤에 들어왔다. 특히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실무를 총괄하는 등 SK그룹 내 신사업 발굴 및 M&A 전문가로 성장해왔다. 2019년부터는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를 맡았고, 박정호 CEO가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인 SK스퀘어 사장을 맡으면서 유 사장이 SK텔레콤 사장 자리에 올랐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지난 3월에 CEO를 맡은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황 사장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주)LG 회장실에 입사했고, LG텔레콤 사업개발팀 부장, LG텔레콤 영업전략실장(상무), (주)LG 경영관리팀장(전무),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 사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들보다 먼저 CEO에 오른 구현모 KT 사장 역시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동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 사장은 지난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는데, 지난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이 구 사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및 사장,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사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부문장(사장)을 거쳐 작년 말 KT CEO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앞서 설명했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전임 CEO였던 장동현 SK(주) 사장과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장동현 사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 석사학위를 받았고, 권영수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또 SK텔레콤에서 MNO 총괄을 맡았던 이형희 전 SK브로드밴드 사장도 고려대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산업공학과 출신들이 공학과 경영학을 같이 배우기 때문에 융합의 측면에서 장점은 분명하지만 시장 지향적인 점이나 고객 친화적인 관점에서 약점은 존재할 수 있다”며 “경영학 출신 역시 테크놀로지(기술) 측면에서 약점이 있을 수 있다. 훌륭한 CEO가 되려면 이런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았다면 현재는 공급이 수요에 비해 훨씬 많다”며 “초과 공급이 이뤄질 경우 재고가 쌓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학문이 산업공학이다. 산업공학 출신 CEO들은 이런 (생산) 관리에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통신3사 외에도 IT(정보 기술),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는 산업공학과 출신 CEO들이 많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 사업기획실로 입사했다. 지난 2014년 LG그룹 컨트롤타워인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았고, 다음해인 2015년에는 HE(홈엔터테인먼트·TV)사업본부를 맡아 프리미엄 라인업 중심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사업(MC)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시키기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달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앞서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달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앞서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1990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의 창업자이며, 2011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기업가치를 현재 57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윤덕균 한양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한양대가 지난 1958년 공업경영학과(현 산업공학과)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설한 이후, 서울대가 1971년 산업공학과로 명칭을 변경(68년 생산기계공학과 창설)했다. 최근 이 세대 서울대 출신 CEO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공학과 출신들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인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도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고 사장은 1984년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을 거쳐 2015년 말부터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과 IM부문장(사장)을 겸직했다. 작년, 노태문 사장이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고 사장은 현재 IM부문장만을 맡고 있다. 고 사장의 경우 갤럭시노트7 때 배터리 폭발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생산성, 효율성을 중시하는 산업공학과 출신 한계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산업공학과)를 나왔다. 

산업공학은 공과대학에 속해 있지만 경영학 일반을 배우는 등 이른바 융합·실용 학문이다. 또한 현대 복잡한 시스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너무 생산성과 비용 관리에만 집중할 경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어난 KT 통신 장애도 사례일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네트워크 장비 교체 등을 외주 협력업체에게 맡겼고, 당시 현장에는 본사 직원이 감독 및 관리하지도 않아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통신3사의 경우 탈통신, 비통신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외치고 있지만 크게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성, 효율성을 중시하는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철웅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최근 ICT 기업이 다양한 사업분야로 진출함에 따라 융합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공학은 학제간 융합학문으로 모든 공학분야 및 사회과학분야를 망라하는 학제간 지식을 교육하며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데 특화된 학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산업공학 전공자가 ICT 산업분야 리더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과장은 “산업공학은 제조, 서비스, 정보, 통신, 금융, 의료, 공공, 국방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의 기획, 설계, 운영, 분석, 평가, 통합 및 경영 관리 문제를 수리적, 과학적 기법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학문”이라며 “산업공학은 움직이는 학문이다.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흐름에 맞물려 그 동안 산업공학은 변화하고 확장돼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업공학의 본질은 변화에 있고, 다만 최적화를 통한 지속가능성과 효율성 향상에 제한을 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방면의 분야에 진출한 산업공학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문제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과 함께 세부 요소를 분석하는 시각을 동시에 갖춘 산업공학도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모두가 내는 다양한 소리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종합해 훌륭한 앙상블을 내는 지휘자와 같다”며 “전략적 요소, 관리적 요소, 기술적 요소로 구성되는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CEO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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