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다양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건도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2020년 5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다양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건도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 확산 등으로 금융권이 격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그중 단 1건도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최근까지 12건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런데 12건 중 처리된 개정안은 없으며 모두 소관위원회 심사 또는 접수 단계에 머물러 구체적인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처음 대표 발의한 것은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16일 전자금융거래법에 가상자산 관련 규정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가상자산 정의, 가상자산업 인가 규정 등을 전자금융거래법에 담아서 규율하자는 것이다.

올해 5월 28일 강민국 의원(국민의힘)과 8월 2일 배진교 의원(정의당)도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율해야 한다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개 개정안은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배진교 의원(정의당)은 디지털 전환과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윤관석 의원은 지난해 11월 전면 개정안을 통해 지급지시전달업 도입, 현행 전자금융업 규율체계 개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대금결제업자 등에 대한 후불결제업무 허용, 금융플랫폼 관련 이용자 보호체계 마련, 비대면 거래 금융회사 책임 강화, 오픈뱅킹 제도화, 국내회 빅테크 금융산업 진출 감독방안 등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배진교 의원의 경우는 올해 7월 제안한 개정안에 지급지시전달업 도입, 현행 전자금융업 규율체계 개편,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에 대한 규제 차등화, 디지털금융협의회 설치,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한국은행의 권한 명확화, 전자금융업자의 공시 의무 강화 등을 담았다.

금융권은 윤관석 의원의 전면 개정안이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면 개정안에 반대 주장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개정안이 빅테크, 핀테크 기업 등에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또 한국은행이 개정안의 내용에 강도 높게 반대하면서 전면 개정안이 금융위, 한은의 갈등 이슈로 부각됐다. 개정안은 전자지급거래청산 제도화와 관련해 금융위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한은이 이를 ‘빅브라더’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다.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부담을 갖게 돼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금융위가 전면 개정안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 8월말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한은과 갈등 해소에 나서 다시 개정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자와 제안일자 그리고 주요 내용 [자료: 의안정보시스템 내용 취합]
21대 국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자와 제안일자 그리고 주요 내용 [자료: 의안정보시스템 내용 취합]

이밖에도 여러 의원들이 전자금융거래법의 부분적인 개정을 제안했다.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접근매체의 위조·변조 등 전자금융사고 발생 시 입증 책임을 기업에 부과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홍청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KT 통신구 화재사고를 교훈 삼아 금융기관 정보통신망 회선을 이중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제안했다.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자금융거래에 불편을 겪고 있는 노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내용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영하자고 지난해 9월 지적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일본식 용어 등을 한글로 바꾸고 표현을 쉽게 만드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은 전자지급수단 등을 이용해 결제하고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할인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전자금융거래법에 담자고 제안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에 대한 형벌 규정을 조정하는 내용을 이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자금융거래 보안 규정을 개선하는 내용을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들 중 단 1건도 소관위 심사를 넘지 못했다. 가상자산이나 전면 개정 등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취약계층 보호나 한글화 등 논의할 여지가 있는 부분도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산, 핀테크 등으로 전자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자금융을 금융권의 비주류로 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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