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선릉 근처에 위치한 애자일소다 본사 입구.
서울 강남구 선릉 근처에 위치한 애자일소다 본사 입구.

#보험사 심사역인 A씨는 요즘 인공지능(AI)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회사에서 AI 기술을 적용해 보험청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일반적인 청구 건들은 AI가 판단해 자동 지급하고 의심이 가는 건들만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함께 도입한 AI 기반의 OCR 기술이 계약자가 첨부한 영수증 등을 자동으로 인식, 구분해 A씨에게 전송해줌으로써 보험금 청구 서류에 대한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B씨는 한 대기업에서 도면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많은 제약 조건과 복잡하게 이뤄진 입체적인 환경 내에서 최적의 부품을 배치하면서 설계를 완성하려면 보통 한달 정도 걸린다. 그런데 최근 그 시간이 단 2시간으로 줄었다. AI부서에서 강화학습이란 AI 기술을 활용해 부품 배치 최적화와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해 준 덕이다.

#물류운송 회사에서 근무하는 C씨는 다음달의 운송 스케줄 계획 및 공급망관리(SCM) 업무를 맡고 있다. 조사·기획·예측·이익계산 등을 확인해 한달 후의 스케줄을 계획하는데 적어도 1주일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강화학습 기반의 AI 기술을 적용해 물동량 예측 및 운송 스케줄링 최적화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 기간이 1~2일로 단축됐을 뿐 아니라 그간 고려하지 못했던 요인들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디지털투데이 한민옥 기자] 인공지능(AI)이 기업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앞선 사례들처럼 단순 업무 지원을 넘어 각종 의사결정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기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사의 업무와 목적에 맞게 AI 분석 모델을 개발해 학습과 재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며 시스템을 운영하기에는 비용과 인력은 물론 경험과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기업용 AI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는 전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등장해 은행·보험·카드사·제조·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40여건이 넘는 AI 프로젝트를 수행한 국내 대표 AI SW 기업 애자일소다(대표 최대우)도 그중 한곳이다.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

AI 기반 기업용 의사결정 최적화·자동화 SW 제공

애자일소다(AgileSoDA)의 사명은 민첩성을 의미하는 ‘Agility’와 ‘Software Defined AI’의 합성어로 고객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자동화 및 최적화를 위한 기업용 AI SW를 제공하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담고 있다.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는 “많은 AI 기업들이 AI 기반의 응용프로그램 중심이라면, 애자일소다는 그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 좋고 편한 붓과 도화지 같은 AI 개발 환경을 제공해 AI를 기업 스스로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는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1996년부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의 중요성을 증명해 온 국내 대표적인 분석 전문가로 통한다. 200회 이상의 데이터 분석 및 AI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0년대 국내 최초로 분석 언어 R을 소개하는 등 AI 기술과 산업에 대한 선구적인 시각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자일소다가 제공하는 AI 스위트(Suite)는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SW 그룹이다. 크게 AI 모델 개발·배포·운영 프로세스가 일원화된 ‘통합 AI 분석’을 비롯해 운영 플랫폼인 ‘스파클링소다’, 의사결정 최적화용 강화학습 솔루션인 ‘베이킹소다’, 기업이 맞춤형으로 AI를 쉽게 학습·개발·적용할 수 있는 사전학습 모델인 ‘트윈소다’로 구성돼 있다.

이중 애자일소다가 가장 주력하는 제품은 지난 10월 5일 정식 출시한 베이킹소다. 최 대표에 따르면 애자일소다는 일찍이 최적화 문제 해결에 강화학습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자체적으로 기술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강화학습은 실제 비즈니스 적용시 어떤 알고리즘을 선택하느냐부터 개발하기 위한 구성 요소 세팅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애자일소다 분석가에 따르면 리워드 설정에만 1500번 이상 세팅을 변경해 가며 실험해 봐야 했다. 많은 AI 기업들이 강화학습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최 대표는 “강화학습이 적합했던 금융권의 프로젝트에 이를 접목해 국내 최초로 실제 비즈니스 도입하는데 성공했다”며 “이 경험을 기반으로 강화학습 인공지능 개발, 실험 및 학습시 시행착오를 줄이고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과 요소 기술을 제품화한 게 바로 베이킹소다”라고 설명했다.

애자일소다는 베이킹소다를 통해 기업 스스로 최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분야로 AI 시장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애자일소다의 주고객은 금융권이었으나 점차 하이테크, 제조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트윈소다도 적은 데이터로 학습이 가능하고 빠르게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자동차파손 이미지를 기반으로 자동 견적을 내는 ‘트윈카’, 기존 OCR 기술을 뛰어 넘는 ‘트윈리더’, 문서 검색·축약 등을 위한 ‘트윈독 시리즈’ 제품이 시장을 넓혀가며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애자일소다의 SW는 AI를 위한 범용 AI 제품으로 산업군, 업종, 업무에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어 광범위한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기업의 AI를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지원하는 동시에 트위소다와 같은 산업에 특성화된 제품들로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카즈오 호소이 tdi 임원,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 [사진: 애자일소다]
카즈오 호소이 티디아이 임원(왼쪽)과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 

해외 시장 진출 본격화...일본 시작으로 싱가포르·미국까지

애자일소다는 첫 해외 시장으로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관세청까지 만드는 등 문서의 디지털 사업이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애자일소다 SW의 침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시작으로 애자일소다는 최근 일본 SI 기업인 티디아이(tdi)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티디아이는 일본 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애자일소다의 기업용 강화학습 솔루션 베이킹소다에 대한 공동 마케팅과 기술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티디아이는 1968년 설립된 일본 SW 및 SI 기업으로 직원 수는 1750여명 규모이다. 애자일소다 제품을 전담할 전문조직도 갖췄다. 티디아이 관계자는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한 베이킹소다는 일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제품이며 애자일소다가 보유한 한국 내 도입사례를 적극 활용, 공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이번 계약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 초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조금 지연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했고 머지않아 애자일소다 첫 해외 사례가 일본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기술에 대해 보수적이고 진중하게 접근하는 일본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강화학습이나 베이킹소다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이번 계약이 애자일소다 해외 진출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자일소다는 일본 시장에 안착한 후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준비 과정으로 현재 가트너로부터 국가별 진출 전략 컨설팅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컨설팅을 의뢰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통상적인 반면, 애자일소다는 컨설턴트들이 먼저 회사로 연락을 해오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가트너측에서도 신기해 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뜸이다.

 

과금 체계 확립·B2B2C 서비스 등으로 매출 다각화

제품 라인업이 갖춰진 만큼 그에 걸맞은 다양한 과금 체계도 준비 중이다. 애자일소다의 제품들은 분석가가 늘어나고 학습할 데이터가 늘수록 만들어진 모델이나 에이전트를 실제 시스템에 적용, 운용함에 따라 라이선스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체계다. 설치영구형 외에 년구독료(Subscription) 및 사용량을 기반으로 과금할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트윈소다 계열 제품의 경우 읽는 이미지당 과금되는 체계로 이는 지속적으로 년간 매출이 누적되는 형태로 한번 제품이 들어가면 지속적으로 매출이 확대되는 체계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나아가 애자일소다는 두터운 협력체계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판매/유통 리셀러 18곳을 확보, 매출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구글 클라우드, MS,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의 생태계 시스템에 참여하고 R스튜디오, H2O와 같은 선도적 AI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협업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소다는 기존 산업 및 해당 영역에서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그들의 데이터와 영업망을 활용해 신규 B2B2C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나 모델의 라이선스 수수료 매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듀테크 사업은 그 일환 중 하나다. 애자일소다는 국내 굴지의 교과서·교재 기업인 지학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학사가 보유한 교육 콘텐츠와 학습 방법에 대한 노하우에 애자일소다의 AI 역량 및 솔루션을 결합해 개인별 역량 및 학습 성향을 파악하고 실력 향상을 위한 최적의 학습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SAT 및 특화 교육 기관으로 잘 알려진 엘리트교육그룹과 제휴해 개인별 학업 성취도 및 스타일, 집중도, 선호 유형 등 다각도의 분석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되고 성적이 강화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엘리트교육그룹의 노하우를 담아 기존 AI 교육 서비스가 제공하던 단순 앱을 통한 문제 유형 추천 수준을 넘어 O2O를 통한 체계적 학습 관리로 학업 성취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건강검진 데이터 기반 치료 최적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애자일소다의 임베딩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기업과 협력해 개인별 최적화된 치료 제안에 필요한 모델 개발 등 스마트 의료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기존 AI 기반 의료 서비스가 대부분 진단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진단 후 진료 추천에 장점을 두고 애자일소다의 의사결정 최적화 솔루션인 베이킹소다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스파클링소다를 연계해 최적 모델 개발과 운영의 편의성 및 의료분야 AI 역량 자산화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애자일소다 사무실 전경
애자일소다 사무실 전경.

코스닥 상장 추진...5년 내 글로벌 최고 AI 전문기업 도약

그렇다면 애자일소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최 대표는 “기업용 AI SW 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AI SW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출발선 상에 서 있는 상태다”며 “그 중에서도 강화학습 기반의 상용 패키지를 개발한 기업은 애자일소다가 사실상 유일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코스닥 상장 역시 시장에서 신뢰를 얻어 보다 많은 인재를 모아 해외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파이코(FICO) 등 세계적 최적 의사결정 지원 SW 기업과 견주어 ‘의사결정 최적화’ 혹은 ‘강화학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애자일소다는 지난 9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상장은 기술 가치를 평가받는 기술특례 상장으로 진행된다. 애자일소다는 이를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와 A를 받았다.

끝으로 애자일소다 만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최 대표는 크게 ▲기업 AI 개발부터 운영 및 모델의 학습과 재학습까지 전 프로세스의 일원화 실현 ▲국내 최초 강화학습 기반 의사결정 최적화 SW 상용화 ▲적은 데이터로도 쉽고 빠르게 업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사전 학습된 모델 제공을 꼽았다.

여기에 하나 더. “다른 AI 기업들은 자기네 기술 우위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애자일소다는 기업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청취하고 어떻게 풀 것인지 우리들 용어로 설명하고 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믿어준 만큼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실제 한 고객의 평가 내용을 소개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같이 풀고자 하는 노력이 애자일소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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