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사업을 하는데 있어 금전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구글 딥마인드처럼 과학적, 학술적인 가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좋은 인재들이 찾아오고 회사도 잘되기 때문이죠. 루닛은 의료 행위 일부가 아닌 의학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이라 하면 구글, IBM,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도전장을 던진 국내 한 기업이 있다. 딥러닝을 활용한 의료영상 분석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 ‘루닛’이 국내 대표 AI 기업으로 발돋움 할지 주목된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루닛의 비전과 기술력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루닛은 이미지를 정교하게 인식하는 딥러닝 모델을 대량의 의료 데이터로 학습시켜 사람의 시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기존 의료영상 판독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 ‘DIB’를 개발했다.
  
DIB란 데이터드리븐 이미징 바이오마커의 약자로 몸에 해로운 화학적 약품을 쓰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상진단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를 기반으로 의사가 더욱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진단 결과의 정확성을 향상시켜 기술 기반 서비스의 모범 사례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루닛은 현재 13명의 직원을 둔 작은 기업이지만 지난 2015년 국제이미지인식기술대회 ‘ILSVRC’에서 구글(7위)를 제치고 5위를 기록하며 국제적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차례대로 졸업한 백승욱 대표는 삼성전자, 그래텍, 에빅사 등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개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백승욱 대표는 “하이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목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었다”며 “대학원 공부를 통해 딥러닝으로 방향을 잡았고 대학원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 백승욱 루닛 대표

 하지만 루닛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백 대표는 “처음 딥러닝 기술 개발을 시작할 때 코디를 자동으로 해주는 패션 분야를 생각하고 관련 데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투자자들에게 좋지 못한 반응을 얻었다”며 “결국 수요 및 기술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깊이 고민하다 의료진단 분야로 방향을 틀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천문학적인 의료 데이터가 2000년대 후반 들어 디지털화되기 시작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맞아 떨어졌다. 루닛은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등 의료진과 협업해 엑스레이, CT, MRI 등의 조기 진단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다.

실제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거나 찾기 힘든 부분을 발견해 조기 암 진단 등 의사들의 판독과 진단을 도와주는 것이다.

백 대표는 “맨땅에 헤딩한다 생각하고 무작정 학회에 가서 의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관련 기술을 설명했다”며 “처음에는 의사들이 우리 밥그릇을 뺏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매우 흥미롭게 느끼고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생각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백승욱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DIB의 진단 정확도는 어떻게 되나?

A. 유명 외국계 회사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측면에서 높은 진단율을 충분히 선전할 수 있다. 테스트에서 95%의 정확도를 달성하기도 했는데 샘플링이 충분치 않고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마케팅하면 의학계에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심스럽다.

Q. DIB는 클라우드 상에서 구현되나?

A. 의료 기술 및 정보가 아직 클라우드 상에서 구현되기에는 제도적인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DIB가 구현된 서버를 병원 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단점은 향후 영업 및 AS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클라우드 관련 규제가 많이 풀리고 있어 루닛도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추진 중이다.    

Q. 실제 병원에 도입된 사례는?

A. 아직 없다. 의료 분야가 매우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기에 당장 팔기에는 쉽지 않다. 앞으로 판매까지 5년을 내다보고 있는데 이 시점이 지나면 큰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Q.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오픈소스를 활용했나?

A. 구글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텐서플로를 활용했다.

Q. 라이벌 기업과 롤모델 기업은?

A. 현재 우리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는 뷰노넷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향후 IBM ‘왓슨’과도 시장에서 맞붙을 것이다. 롤모델 기업으로는 알파고로 이름을 알린 구글 딥마인드다. 향후 스타트업 엑시트를 할 때 큰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전혀 생각 하지는 않지만 구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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