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지영 기자] 2003년 가을. 하버드대의 컴퓨터 천재 마크는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에게 교내 소위 ‘잘나가는’ 남녀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맥 사이트 제작을 의뢰 받는다. 하지만 마크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확장해 인맥 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교내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내 전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마크는 기업 가치 58조원 기업의 리더이자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영화 페이스북을 영화화 한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이다. 한 때 페이스북도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북의 실제 기업가치는 영화에서 언급된 금액보다 훨씬 높은 397조, 한 달에 한 번 이상 로그인 하는 이용자 수는 16억 5천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젊은 창업가가 열정을 갖고 시작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빠른 시간 내 성장해 ‘대박’을 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스타트업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마크는 인맥 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개발한다.(사진=유튜브)

스타트업 열풍은 우리나라도 뜨겁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혁신센터에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1년 뒤 세계 스타트업 7대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대기업에 의존하던 경제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신성장으로 떠오른 스타트업에 정부뿐만 아니라 기관에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따라서 구직자에게는 취업난의 또 다른 돌파구로, 기존 재직자에게는 수직적이고 딱딱한 기업 문화의 대안으로 스타트업이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수평적 사내 문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에 왔지만 막상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 중 '이상과 현실 간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대기업 행을 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구직자에게는 취업난의 또 다른 돌파구로, 기존 재직자에게는 수직적이고 딱딱한 기업 문화의 대안으로 스타트업이 인식되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신입이 배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매니저급에서는 어떻게 업무를 분담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워 했어요. 회사는 성장하자고 하는데 정작 직원을 성장시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어요.”

현재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28세 박 모씨(여)는 과거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던 경험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처음에 스타트업에 품었던 기대와 막상 현실에서 마주했던 상황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안정적인 일터로 돌아갔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해당분야 업계 1위인 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댓글만 봐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 한다. 해당 업체는 갓 2년차에 접어든 후발주자지만 모바일 시장에 빠른 대응을 한 덕분에 10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업계 순위를 바꿔 놨다는 데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누구에게 평등한 기회와 경영진에 부합하는 열정이 주된 평가가 되다 보니 서로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적응하지 못한 인원들은 개선 여지를 타진하기보다 이직을 먼저 고려하게 되는 분위기가 된다.”

“학교인지, 동아리 활동인지 직원들 간 체계도 없고 업무의 체계 또한 없음. 평균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이라고 판단됨. 어제같이 일했던 동료가 다음날 권고당을 당하는 모습도 종종 봄.”

“야근을 해야만 일을 잘하고 열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어서 일을 다해도 퇴근하는데 눈치가 보임.”

▲전문가는 일방적인 면접 방식이 아닌 지원자도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쌍방향 인터뷰’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이미지=픽사베이)

이처럼 일부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만 보고 지원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없이 지원을 하는 것은 지원자와 기업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스타트업은 팀원을 구할 때 지원자의 정보만 묻는 일방적인 면접 방식이 아닌 지원자도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쌍방향 인터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일반 기업보다 각 개인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어 인력 이탈은 회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력사원의  경우 자칫 경력이 꼬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산업기술대학교 이영곤 교수는 “스타트업은 기업의 초기 단계로 수익이 나는 궤도까지 성장하려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스타트업 붐에 편승해 단 시간 안에 성과를 보려고 하는 이들이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하거나 취업을 하기 전 스타트업의 성격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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