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IT, 조선, 인터넷 비즈니스 등 전세계 산업 패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의 힘이 우리나라 산업계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최근 중국 TV 시장의 극적인 변화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세가 거세다.

이러한 시점에 30여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켜 온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을 12일 방문했다. 시장 상황은 예전 같지 않지만 '챔피온' 답게 역동성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공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LG디스플레이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10번째 패널 생산 공장인 P10 부지도 확인했고, P7 공장 라인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기밀 유지 차원에서 사진 촬영은 허가 받지 못했지만 한대에 200억원을 호가하는 니콘의 노광기 19대를 비롯한 고가의 첨단 장비가 자동화로 돌아가는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한창 공사 중인, 미래 이 회사의 운명을 가늠할 OLED와 POLED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P10 공장 부지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차분히 지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날 공장 내 위치한 디스플레이 전시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1960년대 국내 첫 흑백TV부터 미래의 투명 디스플레이와 각종 스마트기기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들을 그 진화 과정에 따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재와 머지 않은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휘어지고 접히고 둥글고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더욱 진화할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나 본 LG디스플레이 OLED사업부장인 여상덕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를 근간으로 한 DoT(사물디스플레이)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창문과 냉장고는 물론 천장까지 디스플레이로 덮는 시대가 오고, 롤러블과 투명TV가 거실을 장식할 것이다. 또한 사물과 디스플레이의 경계가 없어져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디스플레이가 일상에 위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 그럼 LG디스플레이의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디스플레이가 어디까지 발전하고 진화할 것인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자.

전시관 입구를 보면 세계 첫번째 105인치 UHD 커브드 LCD TV가 전시돼 있다. 기자의 스마트폰 화질이 좋지 않아 그 크기와 색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 105인치 UHD 커브드 LCD TV

그 바로 옆에는 98인치 8K 플랫 LCD TV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 98인치 8K 플랫 LCD TV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환영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사이니지 형식의 디스플레이에는 한 부회장의 사진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여진다. 직원의 설명으로는 어릴 때 엽서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하는데 상용화된 기술은 아니다.

▲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다른 사진이 보이는 웰컴 사이니지

전시관의 첫 전시물은 TV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 첫 흑백TV부터 시작해서 첫 컬러TV, 첫 평판TV, LCD TV와 OLED TV까지 TV 기술 진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만 여기 전시된 제품 중 1966년 흑백TV는 온전하게 작동하는 제품을 구할 수 없어 '가짜' 옛날 화면을 띄워놓고 전시 중이다.

▲ 1966년 처음 등장한 브라운관 흑백 TV. 아쉽게도 오랜 시간이 흘러 실제 작동은 하지 않는 제품이 전시돼 있다.
▲ 브라운관 흑백TV부터 컬러TV, 평판TV, LCD TV, OLED TV의 첫 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LG디스플레이의 파주 및 구미 공장을 소개하는 미니어쳐와 화면이 갖춰져 있다. 각 건물 및 생산라인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또한 각 라인별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크기 등을 알기 쉽도록 비교하는 글래스들이 전시돼 있다.

▲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미니어처

요즘 '핫한' 플라스틱OLED(POLED) 제품도 전시돼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POLED 사업이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고객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내년 증설될 P10 공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시관에는 POLED가 적용돼 출시된 곡면 스마트폰(LG G플렉스2)와 스마트워치(G워치) 등이 전시돼 있다.

▲ POLED 패널이 적용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의 제품들

얼마전 테슬라와 패널 공급 계약 보도가 나오면서 각광 받았던 자동차 디스플레이 제품도 볼 수 있다. 향후 자동차의 디스플레이는 센터페시아는 물론, 계기반까지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BMW가 컨셉트 제품으로 선보인 자동차 중에는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내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성도 높이고 운전자 안전과 시인성 확보도 더 나은 제품이라는 평가다.

▲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는 물론 계기반 또한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전달하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바뀌게 된다.

기술은 좋았지만 시대를 앞선, 혹은 시장 예측을 못한 FPR 3D패널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제품은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알리는 정도로 전시된 듯 하다.

▲ FPR 3D 패널

LG디스플레이가 투명 디스플레이를 위해 내놓은 기술 'M+'도 빠지지 않고 전시돼 있다. M+는 기존 서브 픽셀에 화이트(White) 픽셀을 추가하는 구조로 화소는 똑같이 유지하면서 소비전력을 낮추는 기술이다. 여기서 팁 하나, M+의 M은 화이트의 W를 거꾸로 해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M+는 화이트 서브 픽셀을 추가해 기존 RGB 픽셀과 달리 밝기는 60% 높이고 소비전력은 30%를 줄였다. M+방식과 RGB방식을 적용한 스마트폰 제품도 비교 전시돼 있다. "비교하지 말라"는 손바닥 표시가 재미있다.

▲ M+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화면(왼쪽)과 RGB 화면의 비교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POLED 보다 더 핫한 HDR(High Dynamic Range) 패널도 전시돼 있다. 65인치 UHD 제품인데 노출정도가 다른 여러 사진을 합쳐 보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HDR 패널의 특징이다. 단 영상은 사진처럼 합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실시간으로 화면의 특정 부분의 휘도를 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전시 제품 왼쪽 아래에 작은 스위치가 있는데, 이것을 켰다 껐다하면 HDR과 일반 패널의 선명도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 HDR 기능이 켜진 화면(왼쪽)과 꺼진 화면(오른쪽). 오른쪽 화면 아래의 검은 스위치로 HDR의 성능을 비교해 보도록 전시돼 있다.

냉장고 속 식료품들이 들여다 보이고, 음식 잔량 등의 정보가 표시되는 투명 디스플레이도 전시돼 있다. 나름 미래기술인데 실제 주부들에게 인기는 없다고 한다. 이유는 냉장고를 깨끗이 유지하기 힘들고, 남에게 보여주기도 싫다고 하니 상용화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 진화하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집 창문에도 날씨, 습도 등의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전시된 창문 디스플레이는 실제 동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햇빛 투과율 문제를 해결할 기술력 개발은 덜 된 상태로 창문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경우 창문을 어둡게 해야 하므로, 상용화 시점은 언제라고 특정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한다.

▲ 냉장고에 적용된 투명 디스플레이(왼쪽)와 창문 디스플레이 예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도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여러 장의 필름을 덧입혀 3D 효과를 구현한 것인데, 3D 효과를 위해 붙인 필름 탓에 정작 밝기는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칠판을 대신할 디스플레이 화이트보드도 만나 볼 수 있다.

▲ 무안경 3D 패널(왼쪽)과 화이트보드 디스플레이

마지막으로 이 전시관의 하이라이트인 동굴형 디스플레이 공간(?). 미래에는 집이나 실내의 벽과 천장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장식해 놓을 수 있다는 컨셉트를 보여준다. 전시관에 마련된 이 공간은 LCD로 돼 있지만, 남산 N타워에는 OLED로 구현해 매끈한 곡선형 디스플레이 동굴(?)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컨셉트 공간은 사물디스플레이(Display ot Things, DoT)이라는 LG디스플레이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사물인터넷(IoT)처럼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IoT를 근간으로 한 DoT 시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 함축된 공간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DoT(사물디스플레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천장, 벽면 디스플레이 전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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