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잠잠해 보일 뿐 끝난 것이 아니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 간 치열한 송수신료 공방은 고요해 보이는 수면과 달리 물밑에서 치열함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은 실시간 방송 송수신료 인상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 논란까지 이어졌던 양측의 대립은 이후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극한 대립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양측의 갈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방송은 크게 IPTV, 위성방송, 케이블 방송으로 나뉜다. 이들은 신청한 이용자에게 망을 제공하고, 그 망을 이용해서 각종 콘텐츠를 송신한다. 그 중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 콘텐츠도 포함된다.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계약을 통해 매달 가입자당 280원 가량의 금액을 송수신료(CPS)로 지상파에 지불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CPS를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지상파는 CPS를 400원 수준으로 점진적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IPTV와 위성방송은 개별 계약을 통해 지상파와 합의를 마쳤다. 반면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의 요구가 과하다며 반발했다.

방송이 주요 수익수단인 개별방송사업자(SO)의 반발은 특히 거셌다. 지상파 방송사는 SO를 대상으로 그동안의 SPC를 보전하라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SO는 지상파가 요구하는 대가인 400원이 과하다며 맞붙었다. 법원은 CPS의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근거로, 170~190원대의 CPS를 지상파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항소했고, 결과는 다시 오리무중 상태로 돌아갔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의 갈등은 결국 해당 방송사의 콘텐츠를 송출하지 않는 블랙아웃 논란으로 점화되기 이르렀다. 케이블과 지상파가 재협의에 동의하면서 가까스로 블랙아웃은 피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취재 결과, 케이블 방송 사업자 중 다중방송사업자(MSO)인 딜라이브만이 지상파 측과 계약을 마쳤을 뿐,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규모가 큰 MSO들은 지상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지만 규모가 작은 개별방송 사업자(SO)들은 지상파와의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 사이의 재송신료 협상은 여전히 결론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방송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현상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 방송송출 중단되는 '블랙아웃' 현상은 없을 것...그러나

다만 SO사업자와 지상파 사이 CPS 가격 논란이 블랙아웃과 같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 블랙아웃을 주도했던 경험이 있고, 그에 따른 후폭풍을 경험했기 때문에 또다시 블랙아웃과 같은 극단적 행동에 나서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SO들은 1심 판결에 따른 금액을 공탁해 놓은 상태고,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그 동안의 댓가를 소급적용하겠다는 입장이므로 지상파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봉책은 언젠가 뚫리기 마련이다. 양측의 갈등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SO들과 지상파의 소송전이 2차전으로 접어든 만큼, 향후 대법원의 판단까지 구한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사이 소비자의 권리는 ‘유리잔 속의 촛불’인 셈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케이블방송과 지상파방송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동안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지는 것”이라며 “작년에도 모바일 IPTV에서 블랙아웃 현상이 벌어지는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방송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고, 업체 간 갈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정부가 방송사업자 간 계약의 큰 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송신 대가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방송 사업자 간 협상에 대한 절차나 대가 산정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개별 계약으로 진행하도록 두면 송·수신료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미래부와 함께 재송신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방송 사업자들 간 계약 관계에 대한 협상절차나 재송신 대가 산정과 관련해 올 하반기 정책 마련을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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