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평정할 왕국(기업)은 어디일까. 최근 구글 알파고 쇼크 이후 정부가 지능정보사회 구축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MS)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고, 구글 또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어 아시아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요지로 손꼽히는 한국에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 구도는 중국 전역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춘추전국 시대를 연상케 한다.(사진=중국 CCTV가 방영한 드라마 신삼국지 한 장면)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AWS, MS, IBM, 구글, KT, HPE, 오라클 등이다. 이 회사들의 경쟁 구도는 기원전 중국 전역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춘추전국 시대를 연상케 한다. 특히 중국 각 지역 왕국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가 전국 7웅 시대다.

모든 상황이 들어맞을 수는 없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AWS는 진(秦)나라 ▲MS는 초(楚)나라 ▲IBM은 위(衛)나라 ▲KT가 제(齊)나라 ▲구글이 조(曹)나라 ▲HPE는 한(韓)나라 ▲오라클은 연(燕)나라로 비유해볼 수 있다.

물론 현재 해당 기업들과 각 나라들의 가진 특징과 정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AWS가 진나라처럼 다른 왕국들을 멸망시키고 대륙(시장)을 통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가, 유가, 도가 등 중국이 자랑하는 모든 사상이 꽃 핀 시대가 춘추전국시대인 만큼 기업간 치열한 경쟁은 고객입장에서 더욱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진나라의 공격적 기세가 떠오르는 AWS

우선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춘추전국시대 말 진나라의 기세와 흡사하다. 특히 올해 서울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공식화하며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KT, MS, IBM 등 국내에 오래 전부터 진출해 활동하던 기업들에 비해 영업망이 부족한 AWS는 오는 17일 AWS서울 서밋(summit)을 열고 파트너사들과 함께 고객사들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는 마치 적은 군사 수로도 기병·전차 부대의 기동력을 적절히 조합해 적군의 보병 대군이 어떤 전술을 써도 변화 무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 진나라의 전술이 연상된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위키피디아)

현재 제프 베조스 밑에서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를 이끌고 있는 앤디 제시 수석 부사장도 진시황의 명장이었던 왕전의 활약에 버금가는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진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하는데 왕전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듯이 지난 4월 AWS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임명된 엔디 제시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AWS의 행보에 눈이 쏠려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반 AWS 연합전선을 구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말기에도 진나라가 압도적으로 강해지자 그동안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다른 6개의 국가들은 연합을 맺고 반 진나라 전선을 구축했다. 6나라의 단결을 우려한 진시황은 주변 국가들에게 당근과 채찍이라는 고도의 외교전략으로 이 연합을 무너트려 결정적인 대륙 통일의 기회를 잡았다.

만약,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이 이웃국가인 일본처럼 AWS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독점기업들이 흔히 하는 가격 인상과 같은 정책은 지양해야할 대목이다. 경쟁사나 새로운 기업이 AWS를 넘어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다시 들고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에 올라서는 것보다 수성이 더욱 어렵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진나라도 분서갱유(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 등 폭정으로 인한 민심 이반과 급변하는 대외 정세를 견디지 못하며 2대도 못가고 결국 무너졌다.

MS “AWS 기세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곳은 우리”

전국 7웅 중 가장 많은 영토와 인구를 가진 초나라는 전국 시대 내내 강력한 국력을 가지며 패자(覇者)를 자처했다. MS도 한국에서도 IT 기업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B2B, B2C,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리지 않고 굉장히 넓은 사업군을 가지고 있다.

MS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 못지 않은 막강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초나라가 진나라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고 다른 국가들과 반(反) 진나라 연합을 공고히 했다면 진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해지 못했을 것이라는 역사학계의 시각이 있는 만큼 MS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 고순동 한국MS 대표 (사진=한국MS)

특히 MS는 최근 국내 리전 구축을 공식화해, AWS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눈치다.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연계가 중요한데 MS는 자사가 가진 SW 경쟁력이 최대 강점이다. 과거 폐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고수하던 MS는 최근 오픈소스를 강조하면서 많은 SW 기업들이 MS IaaS, PaaS에 기대게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MS로서는 이 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며 파트너 및 경쟁사들과 신뢰를 구축하다 보면 AWS의 기세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초나라는 강대한 국력을 갖췄지만 자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외교 기조를 계속 바꿨고 다른 제후국으로부터 신의 없는 나라로 낙인 찍혀 결국 진나라에게 멸망당했다.

또한, 꼭 필요없는 서비스를 정리하고 비용을 낮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사가 MS 애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AWS 서비스보다 30% 이상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초나라는 진나라와 비교해 병력 우위를 가져갔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구습이 존재하여 군대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엄청난 걸림돌이 됐다.

IBM “왓슨을 무기로 AWS·MS 넘어선다”

‘갑병 20만’과 ‘창두 20만’, ‘말 오천 필’로 유명한 전국시대 초기 최강국이었던 위나라는 초나라와 함께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였다. IBM 역시 다양한 B2B 사업군을 바탕으로 MS와 함께 국내 IT 시장에서 오래된 역사와 강력한 네임벨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위나라는 전국 초기에 있어서 새로운 이념의 연구와 실천의 중심지였던 것처럼, IBM의 제품과 서비스는 IT 기업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왔다.

하지만 위문후 사후 이후 고착화된 문벌로 인재들을 주변 신흥 강국들에게 빼앗기게 되고 잦은 침략을 당해 경쟁력을 잃게 된다. IBM 역시 오래된 전통과 서비스를 자랑하지만 새로 떠오르는 신흥 기업들에게 인재들이 넘어가고 서비스도 밀리며 침체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 IBM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은 왓슨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후 전국시대 말 위나라에 4군자 중 하나로 꼽히는 신릉군이 등장하며 국력이 다시 신장, 전국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IBM에도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등장, IBM 모든 서비스에 왓슨이 접목되는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란 전략으로 부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SK㈜ C&C와 파트너쉽을 강화하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는 IBM은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마케팅적 측면에서 IBM 클라우드와 연계되는 ‘왓슨’ API 서비스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나라 재부흥의 중심이었던 신릉군은 주변의 시기를 받고 주색에 빠지며 결국 죽고 만다. 이후 위나라는 국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진나라 장군 왕분에게 멸망 당한다. IBM도 내부적으로 왓슨 사업부가 다른 사업부의 시기를 받지 않고 계속 IBM 서비스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한다면 IBM 중심의 클라우드 천하(시장)라는 꿈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전망이다.

KT, 한국을 대표하는 IaaS 사업자

낚시왕 강태공을 시조로 하는 제나라는 중국 산동 지역을 기반으로 춘추전국시대 전 통일 왕조였던 주나라를 잇는 중원의 적자였다. KT 또한 한국 클라우드 IaaS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국내 시장에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제나라는 학문의 중심지이면서도 매우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한 국가로 KT도 현재 전국적으로 뻗어 있는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 중에 있다.

▲ KT 클라우드 프론티어 2015 현장 (사진= KT)

하지만 제나라는 군사적,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멸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중원 노란자 땅위에서 거리가 먼 진나라와 초나라를 오랑캐라 업신여기고 자국이 이룩한 성과에 안주하여 대륙 통일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평가다.

KT 또한 한국기업인 만큼 정부의 간접적 지원을 믿고 최근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 기업들을 간과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이미 업계 일각에선 KT가 이들 외국 강자들이 국내시장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상대적으로 서비스 강화 및 영업력에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KT 또한 IaaS 뿐만 아니라 PaaS와 SaaS 서비스 로드맵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거점 구축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띄우기 나선 구글

강력한 기마병으로 유명한 조나라는 북쪽에는 연나라와 붙어있고 남쪽에는 황하가 흐르고 있어 수도인 한단(邯鄲)은 중국 상공업의 중심지였다. 중국에 처음 기마 전술을 도입해 전장의 양상을 바꾼 조나라처럼 구글 또한 빠르게 변하는 IT 업계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데이터 중심의 공학적 접근방식으로 IT 서비스 트렌드를 바꿨다.

구글은 다른 분야와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 후발주자로, 최근들어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며 업계 선두 주자들을 쫓고 있는 중이다.

▲ 구글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AWS, IBM, MS와 달리 구글의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은 아직 소식이 없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는 형국이다. 조나라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뛰어나면 뛰어났지 떨어지는 분야는 없었지만 중원보다는 북방 오랑캐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며 큰 존재가 없었던 것과 비슷하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이 더욱 늦어진다면 이후 국내에 인프라를 마련해 많은 고객들을 확보한 경쟁사들과 붙는다 해도 승산이 없어 국내 시장에서는 영영 멀어질 수 있다.

조나라와 진나라의 대전투였던 장평대전에서 조나라는 진나라의 백전노장 백기를 상대로 병법에 통달했지만 경험이 없는 장수 조괄을 내세워 대패를 하고, 이후 국력을 영영 회복치 못한 것처럼 말이다.

DB, ERP 솔루션 연계 통한 오라클 클라우드

전국 7웅 중 기원이 가장 오래된 연나라는 강역은 동쪽으로 조선에 이르고 남쪽으로 역수까지 영토가 2천리에 달했다. 중원 노란자 땅위에서 거리가 있지만 중원과 고조선과의 중계무역과 명장 악의가 연나라의 무기였다. 최근 클라우드를 전략 사업으로 밀고 있는 오라클은 IaaS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지만, 데이터베이스(DB), ERP 같은 자사의 제품을 연계한 PaaS-SaaS 통합 플랫폼이 큰 강점이다.

▲ 오라클은 IaaS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지만 데이터베이스(DB), ERP 같은 자사의 제품을 연계한 PaaS-SaaS 통합 플랫폼이 큰 강점이다 (사진=위키피디아)

기업입장에서 DB나 ERP는 최고로 중요한 솔루션으로 이 분야에서 최대 강점을 가진 오라클은 고객들에게 강한 어필을 하며 경쟁사들을 긴장시키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단기간에 빠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연나라 명장 악의도 단기간에 연나라 군사들을 강병으로 만들어 제나라를 격파하는 등 주변국들을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연나라는 지리적 한계로 대륙통일의 한계가 있었던 만큼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연나라가 자객을 보내 진시황을 암살하려 시도했던 것처럼 업계 판도 자체를 뒤엎는 특별하고 파격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제프 베조스를 암살(?)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HPE “MS와의 협력 강화 통해 클라우드 시장 지분 확대”

전국 7웅 중 가장 협소한 영토와 인구를 가진 한나라는 전국시대 내내 단 한번도 국력이 강성해 본 적이 없는 나라다. 경쟁사에 밀려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 자체를 접은 HP엔터프라이즈(HPE)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가져가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 강인철 한국HPE 아루바 네트워킹 사업부 상무 (사진=HPE)

HPE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양력을 강화하기 위해 MS와의 협력을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 지분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한나라가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초나라의 힘을 빌렸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초나라는 결국 진나라에 멸망당하고 만다. MS가 AWS를 넘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클라우드 시장 영향력 확대는 실패로 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에 HPE는 최근 MS뿐 아니라 AWS와의 연계 서비스도 강조하고 있다.

번외편, 알리바바 클라우드… 의외의 복병 될까?

최근 국내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알린 알리바바는 중원의 전국 7웅보다 중원 밖 북방민족으로 비유해볼 수 있다. 알리바바도 중국 시장에서는 압도적이지만 글로벌적으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IBM처럼 SK㈜ C&C와 파트너쉽을 체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영업망 등 기반이 아직 부족해 별다른 영향력은 없는 상황이다.

▲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중국 클라우드로 옮겨 타려는 국내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사진=플리커)

하지만 중국의 역사를 보면 오랑캐라고 무시받으며 주목받지 못하던 북방 기마 민족이 급성장, 중원을 공격해 제국을 세우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현재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중국 클라우드로 옮겨 타려는 국내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중국 주요 권역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칭다오, 선전 등 5곳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알리윈은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한국시장에서 ‘ICP 대행 서비스’와 ‘알리페이’ 같은 서비스들은 중원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북방 기마민족들의 한혈마(하루에 천리를 가며 피 같은 땀을 흘린는 말)나 몽고마와 같은 히든 카드가 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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