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자동차산업 기업과 IT 기업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차량 제어 기능이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틸로 코슬로후스키 가트너 자동차 부문 부사장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을 통해 '2015 제네바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이같이 언급했다. 자동차에 IT를 통합하고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와 연계하는 움직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연스럽게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두 진영간의 라이벌 관계도 생겨나고 있다.

코슬로후스키 부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자동차 기업들이 같은 메이커끼리의 경쟁에서 벗어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이 미래 경쟁상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집결, 최신형 밴, 시티카, SUV를 선보였다. 차세대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 경쟁도 제네바 모터쇼 핫이슈 포인트다.

폭스바겐 산하 자동차 스타일링 개발사 이탈디자인이 국내 LG전자와 함께 선보인 스마트카 협업 기술을 공개했고 현대자동차도 폭스바겐과 손잡고 미래형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을 선보였다.

2015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벤츠 Mercedes-AMG GT3 <사진=inautonews>

아우디 '프롤로그 아반트 컨셉트카', 벤틀리 'EXP 10 Speed 6', 메르세데스 벤츠 '더뉴 AMG GT3, 'V-ision e' 등 고급차 메이커들이 선보인 차세대 미래형 자동차들도 각자 최첨단 IT 기술로 무장한 차량들이다.

■자동차 기업, 애플ㆍ구글 모시기 혈안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애플과 구글의 존재감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애플과 구글에게 던지는 러브콜은 분명 단순한 협업이나 제휴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하다.

구글X 프로젝트인 무인자동차 개발 소식과 애플의 전기차 개발(프로젝트 타이탄) 소식은 자동차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제네바 모터쇼를 앞두고 "자동차 기업이 애플과 협업한다면 애플 제품을 애용하는 젊은층을 자동차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를 볼 것"이라며 애플과의 높은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다만 어떤식으로의 협업을 할 것인가와 최고의 제품(자동차)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윈터콘 회장은 "애플이나 구글이 자동차 개발에 몰두한다면 진척이 빠를 수도 있다"며 경계 또한 늦추지 않았다.

가상 컴퓨터가 운전자를 직접 돕는 커넥티드 서비스를 담은 미래자동차 컨셉 디자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 CEO도 "자동차 산업 시장은 새로운 수혈이 필요하다"며 "애플이 진행중인 자동차(전기차) 사업을 함께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디디엘 리로이 도요타 유럽법인 CEO도 "애플이나 구글과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으며 그것은 진정한 윈윈이 될 것"이라며 다른 자동차 기업 CEO들처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애플과 구글이 제네바 모터쇼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자동차 제어 기능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 때문이다. 130년 동안 연소 엔진 개발과 동력 구동에 전력을 기울여온 자동차 기업들은 더 이상 스스로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슬로후스키 가트너 부사장은 "자동차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스스로 뛰어들 것인지 외부 IT기업에 위탁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며 이는 앞으로 5년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IT, 상호 보완적 존재"

애플과 구글의 행보는 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올해부터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실제 도로 주행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도 무인 차량 개발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구글이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BMW i3 내부(위) 디자인과 아이폰을 통한 차량 기능 제어 앱 인터페이스(아래)

애플의 경우 실제로 차량내 커넥티드 서비스와 자동차 운영체제에 이미 깊이 관여하고 있다. BMW의 i3는 애플 iO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맥과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의 연료 소비, 운전 데이터까지 동기화 된다.

자동차 기업들을 긴장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애플이라는 이름의 크기다. 애플의 시가 총액은 7500억달러(824조원) 규모로, 독일 다이믈러, 폭스바겐과 프랑스 르노, 푸조, 이탈리아 피아트 크라이슬러, 미국 포드, GM을 다 합쳐도 애플 시가총액에 못미친다.

정작 애플은 신중한 모습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대중지 빌트 암 존탁이 던진 자동차 개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매출이나 시장 점유율, 이익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수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채 모호한 답을 달았다.

그렇다고 자동차 기업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IT 기술을 갈고 닦으며 스스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다이믈러의 경우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 커넥티드 서비스 '메르세데스 미'를 전개중이며 BMW역시 '커넥티브 드라이브'로 불리는 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내놨다.

디터 제체 다이믈러 CEO는 "미래 자동차 개발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IT기업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며 "구글과 같은 IT 기업은 미래 자동차 개발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지만 스스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다이믈러 CEO는 "IT 기업은 자동차 메이커에게 어디까지느 상호보완적인 존재"라며 "어느정도 까지 라이벌이 될 것인지는 지켜본 후에 우리들(자동차기업)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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