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하는 미국 A123 시스템즈가 이달 초 메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애플을 제소하는 한편, 최근 애플로 자리를 옮긴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들이 속속 확인되면서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기정 사실화 되는 모습이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A123 시스템즈는 고용 계약을 위반해 애플로 자리를 옮겼거나 옮길 예정인 직원 5명과 함께 애플을 고소했다.

A123 시스템즈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제조사다. A123 시스템즈는 지난해 6월부터 자사의 핵심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술자들이 애플로 자리를 옮기면서 회사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코드명 '타이탄' 이라 불리는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며 이 프로젝트에만 수백명의 직원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장은 포드사의 전 엔지니어이자 아이팟 개발에 공헌한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다.

애플의 최종 목표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전기차 개발은 애플에게 있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은 아니다. 자동차 업계도 텔레매틱스, 오토 드라이빙 등 IT 기술 변화에 따른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추가되고 있으며 커넥티드 카의 일환으로 다양한 백엔드 서비스가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PC에서 음악,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을 실현해낸 애플에게 있어서 큰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업계 다양한 인재 흡수

링크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의 현재 직원중 46명은 한때 테슬라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다. 애플로 이적에 동의한 직원은 최고 25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에어백, 안전벨트, 레이더 등 자동차 안전 시스템을 설계하는 오토리브사의 엔지니어 로버트 고프와 테슬라 모터스 기계 엔지니어인 데이비드 넬슨도 각각 올해 1월과 2월에 애플로 이직했다. 테슬라의 차량 구동 테스트 엔지니어였던 존 아일랜드도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A123 시스템즈의 전 이사였던 무집 아자즈도 애플로 이직하면서 고소 이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CES 2014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에 몸담고 있던 요한 중윌스. 지난해 9월 애플로 이직했다

이외에도 제너럴 모터스의 제품 디자이너 페르난도 쿠냐, 제너럴 다이나믹스 수석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인 딜론 토마슨 도 애플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애플은 자동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가 640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A123 시스템즈를 비롯해 지금도 끊임없이 배터리 기술 전문 엔지니어를 적극 모집중에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중의 하나로 메르세데스 벤츠 북미 개발 연구소 총괄이었던 요한 중윌스가 꼽힌다.

요한 중윌스는 지난해 9월부터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겉으로는 맥 시스템 엔지니어 책임자로 되어 있지만 애플 전기차 프로젝트의 핵심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CES 2014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영상을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해 자동운전을 실현하는 기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자동차와 IT를 융합하는 기술을 20년 이상 연구했던 터라 애플 입장에서는 더 없이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이카(iCAR)' 꿈꿨던 스티브 잡스

애플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미키 드렉슬러 J.크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마련한 폴 골든버그 전 뉴욕타임즈 건축 비평가와의 대담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동차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아이카'를 디자인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키 드렉슬러는 "지난 2011년 테슬라가 '로드스터'를 공개했을 당시 잡스는 테슬라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자동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 플랫폼 자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며 "이미 당시에도 테슬라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고 한다.

아이카 컨셉 디자인 일부

미국 시장조사기업 내비건트 리서치의 샘 자페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메이커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차량을 설계할 경우 최소 7년~10년간 40억달러의 자금이 지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이라고 해도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인프라가 없을 뿐더러, 업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딱히 알려진 사실도 없다. 이를 마련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부서(타이탄 프로젝트) 설립이 필요하고 여기에만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투자 금액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 샘 자페 수석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러나 시가 총액이 7,000억달러를 돌파한 애플에게 있어서 이 모든 개발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막대한 보유 현금 금액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도 애플의 자동차 개발 소식에 강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워즈니악은 "자동 운전 기술은 아픙로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애플이라면 뛰어는 음성 인식과 인공 지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자동차 사업 이익률 낮아"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식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지난해 1월 사임한 댄 아카손 제너럴 모터스 전 회장 겸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주주라면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식이 기쁘지 않을만한 소식이다"라며 "자동차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이익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의 규제와 안전 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엄격하고 어렵다는 것이 댄 아카손 전 회장의 설명이다.

아카손 전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업계에서 일을 한적이 없다보니 이쪽(자동차)분야 사업을 과소 평가하는 경형이 있다"고 강조했다.

댄 아카손 전 GM 회장 겸 CEO

실제로 지난해 12월말 마감된 애플 분기 순이익은 180억달러(19조8,900억원)로, 매출 대비 이익률은 39.9%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제너럴모터스의 이익률은 14%에 불과하다.

한편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메시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항상 투자자들로부터 혁신적인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보니 이같은 일환으로 이번 보도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인 부분이 결여된 상태로, 개발 거점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프로젝트 출범 시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일부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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