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김택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넷마블 창업자로도 잘 알려진 방준혁 의장의 등장으로 흡사 삼국지속 손권과 연합한 유비가 조조를 맞닥뜨리는 형국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 17일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결의에 따라 넷마블게임즈 신주 9.8%는 엔씨소프트가 3,800억원에 인수,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는 넷마블게임즈가 3,900억원에 인수하는 상호 투자내용을 발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자신의 지분 9.98%에 넷마블에 처분한 자사주 지분 8.9%를 합치면 총 18.88%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5.08%를 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김정주 NXC 회장

■방준혁, 그는 누구인가?

개발자 출신인 김정주 회장, 김택진 대표와 달리 방준혁 의장은 기업간 인수합병(M&A)로 기업 가치를 높여가면서 이익 실현을 통해 부자가 된 또 한명의 벤처 신화 주인공이다.

지난 1996년 김정주 회장이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바람의 나라'를 출시했고, 김택진 대표는 이듬해인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하고, 1년 후 '리니지'를 내놨다. 그렇게 시작된 두 게임은 19년간 대한민국 MMORPG의 뿌리가 되어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다. 리니지는 현재까지도 엔씨소프트 대표 IP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이 두사람은 대한민국 벤처 신화를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김정주 회장과 동갑이기도 한 방준혁 의장은 지난 1998년 인터넷 영화, 위성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서 언급된 두 사람과 달리 두 번의 실패를 맛봤다. IMF 이후 등장했던 벤처들이 하나둘 무너져 가던 시기인 1999년 넷마블(당시 아이팝소프트)을 창립하면서 재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CEO를 맡기 시작해 넷마블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청소년층을 공략한 전략으로 불과 1년만에국내를 대표하는 게임포털로 성장했다. 2년 후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편입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웹 퍼블리싱'을 통한 수익모델을 개척해냈다.

그리고 현재 모든 MMORPG의 대표적인 수익모델 이기도 한 '부분유료화' 모델도 당시 방 의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플래너스는 이때 모기업이었음에도 계열사인 넷마블에 인수당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년후 2004년 플래너스는 대기업 CJ그룹에 편입되면서 CJ인터넷으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두 번의 전례없는 M&A를 통해 방 의장은 또 한명의 벤처신화 주인공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이후 CJ게임즈와 CJ E&M에서 게임 유통을 전담하는 CJ넷마블로 나뉘었다가 지난해 8월 합병을 통해 넷마블게임즈로 재탄생했다. 방 의장은 이날 엔씨소프트 출자 후 넷마블게임즈 지분 32.4%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넷마블, 불편했던 넥슨과의 과거

방 의장은 외견상으로도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우호 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표시 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형 파트너사들의 제휴와 투자가 쇄도하는 넷마블이 단순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우호 지분 투자와 제휴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과 결부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의 행보도 넥슨과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점, 엔씨소프트에 자사 주식을 2배 가까운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했다는 점 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공동전선으로 해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난 2010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든어택'을 서비스 하고 있던 넷마블은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인수를 검토중인 와중에 넥슨이 끼어들면서 게임하이 전환사채를 사들이고 당시 김건일 전 게임하이 회장의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순식간에 게임하이를 인수해버렸다.

1년후 넷마블은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로 넥슨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넷마블은 재계약을 원했고, 넥슨은 자사 단독 서비스를 원했기 때문이다.

넷마블 서비스 종료 20일 직전 극적으로 넥슨과 합의해 공동 서비스로 마무리 됐지만 넷마블과 넥슨은 서로 별 다른 소통 없이 한달동안 보도자료로만 대화를 하는 등 불편한 신경전을 벌였다. 공동 서비스 합의 이후에는 35시간동안 접속 불통을 겪는 등 유저들만 새우등이 터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CJ E&M 상임고문으로 있던 방 의장이 김정주 회장을 직접 만나 공동서비스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서든어택은 2년간 공동서비스를 해오다가 지난 2013년 넥슨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방준혁-김택진 공동전선, 김정주 '정조준'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 자사주를 지난 2개월 간의 평균 주가인 주당 20만500원에 인수했다. 반대로 자사의 신주는 적정가치 대비 2배 가까운 비싼 가격에 매각했다. 외견상으로 내세우고 있는 탄탄한 개발능력을 갖춘 파트너사도 확보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의 전략적 협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든든한 밑받침이 될 것도 분명하다. 넷마블게임즈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대마를 살리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엔씨소프트는 단숨에 넥슨 지분율을 뛰어 넘는 우호 지분을 확보 했다. 여기에 넥슨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요청한 자사주 매각 건에 대해 긍정적 답변과 화살을 동시에 담아 되돌려보냈다는 점도 엔씨 입장에서는 통쾌한 한방에 해당한다.

특히 그 동안 숙원이었던 모바일 게임 시장 성공적 진입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까지 합치면 경영권 분쟁이라는 이슈 속에서 한번에 세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를 보여준 셈이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4,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10% 미만의 지분밖에 확보 못한 점을 이유로 유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넥슨과 소통없이 이뤄진 투자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대로 한 발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다음 수를 둘 것인지에 대한 김정주 회장의 선택이다. 어떤 속내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경영참여'까지 선언했던 넥슨이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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