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예 아니오로만 답해주시구요“ ”이 자리는 우리가 확인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답은 정해져있었다. ‘700MHz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였으나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미방위 의원들의 압박과 강요가 끝없이 펼쳐졌다. 여야 정치권이 정부 관계자를 앉혀 놓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몰아 부치기가 시종일관 이뤄졌다. 이곳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자리인지, 호통과 질책이 난무하는 국감장인 지 헷갈릴 정도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700MHz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공청회 의견을 진술했다. 이후 10여명이 넘는 미방위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공청회는 중요 정책의 결정이나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700MHz 재난용 할당안은 철저히 묵살당했다. 미방위 의원들은 정부를 대표해서 나온 조규조 미래부 전파국장과 통신업계를 대신한 홍인기 교수의 의견을 가로 막고 자신들의 의견만 얘기했다.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한 미방위 의원들의 청문회식 질문법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파수는 국가 재산으로 한 번 할당받으면 최소 5년 이상 사용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까지 포함해 수요를 파악하고 거시적인 시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현재 이동통신에서 700MHz 말고 이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없냐? 예, 아니로로만 답하라”고 강요했다.

참다 못한 홍인기 교수는 “(의원들이) 정부보고 여론을 호도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대화하자고 하면서 질문을 이렇게 하면 오히려 정치권에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오자 새정치 민주연합 송 모 의원은 그 자리에서 “갑갑하네” “X발” 이라는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 질의응답 차례가 끝난 의원 몇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는 모습도 여러번 포착됐다. 미방위 의원들이 미래부에 듣고 싶었던 답변은 이동통신업계의 주파수 할당 포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지상파 UHD 방송이 보편적 서비스로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UHD는 아직 국제 표준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국내 지상파를 통한 TV시청가구의 점유율은 (6.8%) 매년 하락하는 상황이다. 50인치 넘는 별도 UHD TV 단말을 구매하면서 고화질 방송을 보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홍인기 교수는 “방송과 통신의 공익성으로 자꾸 주제를 몰고 가는데, 지상파 UHD방송에 관한 문제”라며 “지상파 UHD 상용화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모바일 트래픽 급증에 따른 통신 속도 저하를 감수할지, 고화질 방송을 택할지 국민에게 판단을 돌리면 결과는 어떻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는 아무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2시간 후 종료됐다. 정부는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지상파 UHD 방송정책을 2015년 상반기에 마련할 방침이다. 한 방통위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지지 않겠냐”며 “각계 각층이 노력하면 결국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주파수는 공공의 재산이다. 특정 업체나 사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음번 공청회가 또 한 번 열린다면 미방위 의원들은 노골적인 지상파 편들기 대신 객관적으로 임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아직은 먼 지상파 UHD 상용화보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권의 '자세'를 먼저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전체에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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