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함께 개최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12월 21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함께 개최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2023년 금융권은 역대급 호황 속에서도 웃을 수 없는 한해를 보냈다. 금융그룹, 시중은행 등 대형금융사들은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거뒀지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 은행사 등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으며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반면 중소 핀테크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위축 등으로 고심하는 한해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금융그룹, 은행들 호실적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금융그룹, 은행들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높은 이익을 달성했다. 2023년 3분기까지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이 13조604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13조8544억원와 대비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1921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3조818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6%, 11.5% 감소한 수치다. 

KB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조37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73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도 3분기 9570억원을 포함한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9779억원을 시현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나금융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한 실적으로 3조원 문턱에 다가섰다.

우리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43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6617억원 보다 2234억원(8.4%)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웃을 수 없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실적을 높이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언급했다.

또 윤 대통령은 11월 1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의 은행도 일종의 독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사들은 전전긍긍했고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12월 21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원+알파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2조원+알파의 지원액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과 취약계층 지원기관 등에 대한 지원비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 은행권 상생금융활동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앞으로 더 큰 변화도 예상된다. 대통령이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고 금융당국이 신규 은행 허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주고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새로 인가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여러 곳에서 새로운 은행 설립을 주장했다. 충청권에서는 충청은행, 대전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의사를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2023년 금융권 세대 교체 이어져

2023년 금융권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올해 3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더 이상 연임하지 않고 용퇴하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조용병 전 회장은 12월 1일 제15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 11월부터 KB금융그룹을 이끌며 국내 최고 금융회사로 성장시킨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명예롭게 퇴진했다. 윤 회장은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용퇴 의사를 밝혔고 원래 임기인 11월 20일까지 근무했다.

그리고 양종희 회장이 새로운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양 회장은 KB국민은행의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년 간 근무했으며, 2008년에 KB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이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 3년 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하여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보여줬다.

우리금융그룹에서도 손태승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3월 취임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 행사장 모습 [사진: 강진규 기자]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 행사장 모습 [사진: 강진규 기자]

디지털 금융에 대한 관심 지속...AI 적용 열기

2023년에도 디지털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3월 하나금융그룹은 삼성전자가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업무협약을 통해 두 회사는 ▲모바일을 통한 결제 및 신분증 기능 활성화 ▲해외결제 시스템 구축 ▲금융과 IT 기술의 융복합 관련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 ▲블록체인 기반 월렛, 대체불가토큰(NFT) 연계 상품 개발 ▲웹 3.0.기반 신규 비즈니스 모델 협력 등 미래형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많은 금융그룹, 은행, 금융회사들이 IT 기업들과 디지털 금융 확산을 위한 합종연회에 나섰다.

특히 금융권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에 관심이 높았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챗GPT 등 차세대 AI를 어떻게 서비스에 접목할지 고심했다.

2023년 9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로 핀테크 행사인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에서도 AI가 화두였다. 하나금융그룹은 인공지능(AI) 가상인간 체험, 메타버스 체험 공간을 선보였고 KB금융그룹은 AI 금융비서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페이는 AI 기술 중 하나인 얼굴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결제 서비스 클로바 페이스사인을 소개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SM엔테터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혐의로 카카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사건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송치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됐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카카오의 금융 사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Siebert Financial) 경영권 인수가 좌절되기도 했다.

경기 침체 상황으로 인해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핀테크 업계 전반이 어려웠다. 핀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24년 새로운 은행 등장 관심...AI 경쟁 본격화 전망

2023년 금융당국이 새로운 은행 인가를 언급한 만큼 2024년 실제로 은행 인가를 위한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기 침체 상황과 새로운 은행이 금융권에 혁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변수다. 특히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지방은행에서 2023년 횡령 등 사고가 터지면서 부정적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되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에 어떤 금융전문가들이 국회에 입성할지 관심이다. 또 여야에서 총선과 관련해 금융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공약은 은행 등을 더 압박하고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권의 AI에 대한 관심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국내 금융산업을 전망하면서 큰 변화를 가져올 방아쇠(트리거) 중 하나로 AI를 꼽았다.

연구소는 “디지털 기술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특히 생성형 AI의 영향이 클 전망”이라며 “생성형 AI는 금융회사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면서도 금융회사 간 서비스 개인화 수준과 생산성의 차이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연구소는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가 보조 영역에서 고객 응대 및 상품 개발 업무 등 주요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직원의 역량이 고유한 업무지식보다는 가치판단, 모니터링,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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