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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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들을 질책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물론 대책을 내놔야 하는 금융당국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2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필요시 경영진 면담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은행 문제와 관련해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31일 시정연설에서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고금리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의 은행도 일종의 독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은행의 문턱이 높다”며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채권이 더 안정적인데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권은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3조6049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 돈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들을 질책하면서 금융권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들이 독과점을 하면서 과도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이에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했다. 금융위, 금감원은 올해 7월 은행 부문 진입 확대를 통해 경쟁촉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새로운 은행을 출현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들의 시중은행 전환이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의 대규모 고객들이 과연 이동하겠느냐”고 말했다.

더구나 지방은행에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신중론, 회의론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BNK경남은행 직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약 3000억원(손실액 59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올해 8월에는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들이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현재 3개인 인터넷전문은행을 늘리거나 권한을 확대해 주는 방안도 금융당국이 언급했다. 

하지만 카카오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감독권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한 사건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혐의가 드러나고 처벌을 받을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추가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 금융회사의 국내 은행업 진출 역시 쉽지 않다. 규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을 정리한 바 있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수익성을 낮추도록 하거나 사업에 관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성을 함부로 낮출 경우 건전성, 안정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 1개의 은행이라도 건전성, 안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경우 금융권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의 은행 등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해외 금융회사들의 국내 투자와 진입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즉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지방은행들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권한을 확대해주기도, 해외 은행을 유치하기도, 기존 은행들을 함부로 압박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연일 압박을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며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 강화, 사회적 역할 강화 등을 주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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