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2023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파운드리 전략을 발표하는 양성철 삼성전자 파트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7일 열린 '2023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파운드리 전략을 발표하는 양성철 삼성전자 파트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매출 확대를 위해 고성능컴퓨팅(HPC)과 차량용 칩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칩렛(Chiplet)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양성철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파트장은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1200억달러(약 157조원)을 시작으로 연평균 12% 성장해 2028년 1680억달러(약 22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내 점유율 11%대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2위 기업이다.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뒤쫓고 있다. 매출과 점유율은 이미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나, 3나노미터(㎚)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최선단 공정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잇고 있다.

양성철 파트장은 "파운드리 시장 내 응용처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모바일·고성능컴퓨팅(HPC)·자동차(Auto) 분야가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는 이중 가장 고성장률을 보이는 HPC, 자동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파운드리 공정의 미세화를 이끌고 있는 최대 응용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회로 선폭(길이)를 줄여야만 다양한 기능을 작은 칩 안에 구현하고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최선단 공정에 투입되는 칩은 대부분 AP가 우선 투입되고, 나머지 응용처가 뒤를 따르는 추세가 이어졌다.

특히 모바일은 선단 공정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인 삼성전자에게 더욱 중요한 응용처다. 올해 기준 매출 비중으로만 54%를 차지하고 있다. 4나노미터(㎚) 공정에서 고객사를 유치할 당시, 퀄컴에 대한 수주 경쟁에서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이었던 선단 공정 트렌드가 변화하는 분위기다.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더불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HPC용 칩을 선단 공정에서 활용하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전력 소모에 따른 비용과 탄소배출을 절감하려는 서버 기업의 방향성도 이같은 트렌드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양 파트장은 "올해 19% 수준이었던 삼성 파운드리의 HPC 매출 비중은 2028년이 되면 3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비슷한 이유로 자동차 사업도 11%에서 14%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모바일에 치중됐던 매출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이같은 전략 실현을 위해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공정에 진입했으며,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실제로 현재 다수 고객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칩 미세화 한계로 개별 칩을 양산해 하나로 합치는 '칩렛'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반도체 칩 미세화 한계로 개별 칩을 양산해 하나로 합치는 '칩렛'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아울러 성장하는 HPC 칩 시장에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요소로 칩렛을 지목했다. HPC 칩이 단일 시스템온칩(SoC)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만큼, 칩렛을 안정적으로 구현해야만 매출 증대를 시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 파트장은 "과거에는 SoC를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었지만, 16나노·14나노에서 7나노, 5나노, 4나노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비용이 막대하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같은 크기 안에 모든 기능을 선단 공정으로 구현하다보니 수율이 낮아지고, 설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선단 공정을 쓸 필요 없는 설계자산(IP)도 단일 칩으로 구현하면 선단 공정용으로 다시 검증해야 하는데, 그 기간만 1~2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칩렛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성숙 공정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시간을 모두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칩렛 구현을 위한 첨단 패키징(AVP)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개별 칩으로 이뤄진 칩렛 내 연결성을 강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자체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에 광대역폭메모리(HBM) 탑재 수량을 늘리고 있으며, 3D 패키징 기술 '엑스큐브'에 대한 검증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자체 에코시스템인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의 협력 관계도 늘리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패키징·IP·EDA 등 많은 영역을 담당할 수 없는 만큼,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양성철 파트장은 "올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14%에 불과했던 칩렛 비중은 2028년에 이르면 40%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칩 미세화에 따른 성능 증가를 의미하는 '무어의 법칙'에 한계가 온 만큼, 비욘드 무어(Beyond Moore)로 가기 위한 이종접합기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