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PC시장이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PC업계 공룡들이 손발을 걷어부치고 직접 행동에 돌입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적인 PC대기업들이 파트너사들에게 기대기 보다는 직접 제품 제작까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3일 PC업계 관계자는 “PC시장이 축소되고 생존마저 어려운 위기가 찾아옴에 따라 수동적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기업들이 일선까지 내려오고 있다”며, “칩셋 또는 소프트웨어 대기업들이 제품 설계 및 제작까지 감당하면서 신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강점을 녹인 제품을 직접 제작함으로써 자체적인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고, 파트너사들에게는 레퍼런스를 마련해주며, 타 분야로의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치 콜럼버스가 인도를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과 흡사하다. 다만 인도가 아닌 서인도를 발견하게 될 지 또는 깨뜨린 달걀을 보고 서있다 판단할 지는 아직 이르다.

▲ 인텔 누크

인텔, 데스크톱의 변신 미니PC 첨병
시장조사기관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PC출하량은 지난해보다 6% 줄어든 29억63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측된다. 오는 2018년에는 28억7300만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PC시장 하락세를 벗어나고자 인텔은 데스크톱PC를 축소시킨 미니PC를 앞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메인보드업체들을 중심으로 미니PC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공급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시장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 및 전반적인 PC 시장 침체기를 염두해 직접 미니PC인 ‘누크(NUC)’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PC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낮은 성능 때문에 기피했던 미니PC가 올해는 눈에 띄게 많아질 것”이라며, “메인보드나 케이스 등 PC를 이루는 각종 하드웨어 부품들도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면서 전반적으로 미니PC에 대한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미니PC는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다. 이에 발맞춰 인텔은 지난해 미니PC 레퍼런스로써 누크 플랫폼을 발표했다. 약 10cm의 가로세로 크기에 4cm의 두께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작다. 인텔 4세대 하스웰 프로세서와 아이리스 내장 그래픽을 장착해 대부분의 게임까지도 섭렵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말 출시되는 14나노미터 공정의 브로드웰 코어M 프로세서는 팬리스 모델의 시작점 구실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인텔 미니PC인 누크가 든든한 아군을 얻는 셈이다. 르네 제임스 인텔 사장은 코어M 프로세서가 인텔 역사상 가장 최고의 와트당 성능을 구현해 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 테그라노트7

모바일AP 확대를 위한 엔비디아 테그라노트
엔비디아도 파트너들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직접 자신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알릴 수 있는 ‘테그라노트7’을 선보였다.

모바일AP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테그라4를 내놨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AP 점유율에서 엔비디아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이 순위권에 안착했다.

단순한 하나의 태블릿PC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테그라노트7’이라는 상용화된 모델을 통해 엔비디아 모바일AP 기술력과 자동차 등 여러 분야 진출을 염두해 둔 포석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향후 엔비디아는 테그라K1을 탑재한 새로운 테그라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엔비디아 테그라K1은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미패드에 첫 장착됐다. LTE통합칩인 테그라4i를 장착한 스마트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MS, 새로운 폼팩터로써 ‘서피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2년 차세대 윈도8에 발맞춰 새로운 폼팩터로써 ‘서피스’를 들고 나왔다. 서피스는 윈도8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레퍼런스 성격이 큰 모델이다. 윈도8은 MS 자체 내에서도 도스시절 윈도 첫 제품이 나왔을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던 운영체제(OS)다. 그만큼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MS는 인텔 x86뿐만 아니라 ARM에 대응하기 위한 윈도RT도 선보이는 등 꽤 많은 공을 들였다.

매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버전업에 맞춰 차세대 서피스를 공개 중이다. 지난 4월에는 3세대 서피스 프로를 발표했다. 10.6인치 풀HD 1920x1080 해상도 16:9 화면비를 갖췄다. 인텔 i5 또는 i7 프로세서가 장착된다. 내부 저장공간은 64GB부터 128GB, 256GB 등 다양하다. 메모리는 4GB부터 16GB까지 구성됐다.

다만 대기업들의 신대륙 개척에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인텔이 첨병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니PC는 기존 데스크톱 대비 비싼 가격 때문에 보급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적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제기된다. 엔비디아 테그라노트7의 판매량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작은 버그들로 인해 판매량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서피스도 MS의 적자 폭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업계관계자는 “PC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도전이 성공하게 될 지 아니면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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