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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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핀테크 강국인 영국이 현금 접근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금 사용 체계가 급격히 사라질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는 최근 ‘’영국의 현금 접근성 유지 정책 동향‘이라는 해외 금융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금 접근성은 현금을 금융회사에서 인출하고 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HM Treasury)는 금융서비스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현금 접근성(access to cash)에 대한 정책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디지털 결제 증가에도 현금결제 수요가 여전한 점을 감안해 영국 정부가 현금 입출금 서비스 등 현금 접근성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고 한다.

영국은 세계적인 금융허브일 뿐 아니라 핀테크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 샌드박스 등을 도입해 혁신금융서비스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을 수반하지 않은 거래의 비중은 2013년 약 45%였으나 2021년 기준 85%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여러 국가들이 영국을 벤치마킹해 핀테크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또 일각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왜 영국은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

금감원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정부의 개입이 없이 무질서하게 현금 거래가 감소되는 경우 경제 주체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현금 접근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사용하고 이를 선호하는 국민들과 소기업 등이 존재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금융만 강조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현금 접근성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것은 현금 제공 채널이나 서비스를 다시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의 서비스를 보장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가령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특정 지역에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현금 예금, 인출 서비스를 완전히 없애거나 현금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특히 일정 지역 내에서 현금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금융회사들이 현금 접근성에 대해 중대한 변경을 하거나 폐쇄를 하는 경우 대체 서비스를 마련하도록 주문할 방침이다. 또 취약 지역에 특정 사업자를 지정해 현금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영국 내 현금 접근성의 커버리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또 FCA는 현금 접근성 관련 가이드라인 등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금 접근성 규정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영국 동향과 관련해 남의 일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금감원은 “우리나라 역시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이 현실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또 “현금 사용의 감소는 현금 거래 유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현금 결제 거부 등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금 인출 등 접근성에 제약이 생기면서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벽지지역 거주자 등 디지털 수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제약 가능성도 점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은행 점포는 물론 금융자동화기기(ATM)가 줄어들면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곳들이 줄어들고 있다. 또 카드결제 또는 핀테크 결제만 제공하고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카폐도 등장했다. 

금감원은 또 대규모 정전 사태 시 대체 지급수단 중지, 소수 빅테크 독과점 등 다양한 이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결제시스템 마비로 후 현금이 없는 고객들이 식당에서 결제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금감원은 영국 등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나라들이 경험한 문제와 정책적 대응을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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