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불황 터널을 지났다는 청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슈퍼사이클'이 다시금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드러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반도체 생산 지수는 142.9(원지수 2020년=100)로 전월 대비 13.4%,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이처럼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증가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인 13개월 만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확인됐다. 올해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14연속 이어갔던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가장 낮은 감소율에 이르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92억달러) 이후 최고 실적인 99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4.4%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에서도 D램, 낸드 등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긍정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1Gx8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1.30달러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으로, 반도체 수급 관련 시장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D램은 지난 2021년 7월 4.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래 내리 가격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지난 4월부터 8월가지 가격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지만, 지난달 하락세가 멈추면서 다시금 가격이 반등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은 메모리 제조사의 감산 활동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감산을 공식화한 이래 몇 차레 추가 감산을 진행하는 등 과잉공급 해소에 나섰고, 이에 따라 자체 재고 및 유통재고가 줄면서 수요가 다시금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PC 적용처로 한정해 보면 7월, 8월에 가격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 지었던 것이 9월 보합세에 영향을 줬다.

가장 긍정적인 점은 신규 표준인 DDR5 등장으로 각 기업의 악성재고로 남게 됐던 DDR4 D램의 하락세가 멈췄다는 것이다. 감산 효과로 DDR4 D램의 우선 소진이 활발하게 이뤄지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 인공지능(AI) GPU향 DDR5 D램 수요가 탄력적으로 변하며 높아지게 된 DDR4 D램에 대한 수요가 이에 한몫했다.

감산과 함께 가격 인하로 재고를 소진해왔던 메모리 제조사의 판매 방침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감산과 함께 가격 인상을 추진하며 시장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고, 거래 기업도 이같은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이에 따라 내년 D램 비트 수요 증가율이 13%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낸드의 경우 부진한 수요와 과잉 공급으로 D램 대비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오는 4분기부터 평균 가격이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상승세가 내년부터 본격화돼 호황기에 접어드는 '슈퍼 사이클'이 올 수 있다는 시장 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며 재고가 쌓이고,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로 늘어나는 고성능 데이터센터향 주문이 늘어났고, 이같은 추세가 범용 데이터센터로도 확산되면서 고부가 제품에 대한 판매가 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신중한 관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억눌린 수요 폭발로 올해 말에 이르면 적자 신세를 면할 수 있게 됐으나 당장 내년부터 슈퍼 사이클에 돌입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AI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일반 서버 내 메모리 채용량은 정체기에 머무르게 됐다. 범용 서버를 AI 서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다만 서버 시장 전체 메모리 시장 수요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군다나 DDR5 D램 공급이 빠듯해지며 DDR4 D램에 대한 채용이 늘어나며 재고 소진은 쉬워졌지만, 그만큼 신규 CPU와 DDR5 D램에 대한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메모리의 또다른 주요 적용처인 PC, 모바일 등 IT 제품 수요도 오리무중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진 가운데, 각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가 해소돼야만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PC와 모바일의 성능이 이미 높은 수준까지 올라 만큼, 이같은 정체기를 타파하려면 비약적인 성능 개선이 동반돼야만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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