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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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틀어쥔 가운데, 아마존과 다른 방식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파고드는 쇼핑 플랫폼들이 부상하고 있다. 테무(Temu)와 쉬인(Shein)이 대표적이다. 아마존도 이들 플랫폼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 경쟁자하면 월마트, 타겟 같은 오프라인 기반 유통 강자들이나 쇼핑몰 운영 플랫폼을 제공하는 쇼피파이 등이 꼽혔지만 테무와 쉬인은 성격이 좀 다르다.

월마트와 티겟은 빠른 배송과 구독 서비스 등 아마존과 비슷한 방식으로 아마존과 한판 붙으려는 반면 테무와 쉬인은 배송 속도나 서비스 품질 보다는 확실하게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걸었다. 알리 익스프레이스가 한국에서 쿠팡, 11번가, SSS닷컴 같은 커머스 강자들을 상대로 나름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Android + 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은 ‘쿠팡’으로 2908만명, ‘11번가’ 904만명, ‘G마켓’ 636만명, ‘알리익스프레스’ 476만명, ‘티몬’ 387만명, ‘위메프’ 351만명, ‘옥션’ 322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아마존은 그동안 가격과 관련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저가에는 더 최저가로 맞섰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를 보면 아마존은 테무 등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아마존이 특정 상품들에 대해서는 테무에 가격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그동안 다양한 가격 매칭 툴들을 사용해 인터넷을 뒤져 자사 플랫폼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전술을 펼쳤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전략이라고 WSJ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경영진들은 테무나 쉬인 같은 회사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나름 따져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배송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가 상품에 대한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마존에서 이들 상품을 보다 쉽게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와 관련해선 이것 저것 따져 보고 있다고 한다.

테무와 쉬인 모두 고품질 고객 서비스나 익일 배송 등을 추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배송이 오래 걸리는 것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저렴한 보급형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점점 테무와 쉬인을 이용하려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핀듀오듀오 홀딩스 산하로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무는 의류는 물론 가정 용품, 자동차 액세서리, 가전 제품 및, 악기 등을 판매해왔다. 

데이터 분석 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2022년 9월 선보인 이후 테무 웹사이트와 앱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 월간 방문수는 3월 기준 10배 이상 늘어 7050만회에 달했다. 반면 아마존 월간 순 방문자수는 2022년 9월 2억7150만명에서 3월 2억1100만 수준으로 하락했다.

테무는 마케팅에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12월 UBS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테무는 분기당 거의 5억달러를 소셜 미디어, 디스플레이 광고, 유료 검색 등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에 기반한 쉬인은 2021년 8월 오픈 이후 3월 월간 방문자수가 4100만명 수준에 달했다.  쉬인은 최근 미국에서 오픈마켓도 열었다. 이에 따라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처럼 독립적인 판매자들이 제품을 쉬인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WSJ은 리서치 회사인 마켓플레이스 펄스를 인용해 아마존 셀러 수천여명이 쉬인 마켓플레이스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쉬인은 8월에는 패스트 패션 업체인 포에버21과도 협력을 맺었다. 포에버21 제품을 자사 웹사이트와 앱에서 판매하는 것이 골자였다. 

패스트 패션쪽에서 쉬인은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어니스트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쉬인은 정기적으로 재고를 업데이트하며 미국에서 최대 패스트 패션 셀러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패션을 넘어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는 테무와 쉬인 간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테무와 쉬인 모두 Z세대를 겨냥하고 있고 최근 몇개월 간 둘 사이 경쟁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7월에는 테무는 불공정한 비즈니스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쉬인을 상대로 소송도 걸었다.

테무나 쉬인 같은 플랫폼들은 고성장하고 있지만 숫자 측면에선 아마존에는 아직 한참 못미친다. 시미러웹 데이터를 보면 테무를 방문하는 이들 중 93%가 아마존에도 가는 반면 아마존 방문자들 중 테무를 찾는 이들은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 월 방문자 수는 20억명에 달하고, 구매하는 방문자들도 1억5000만명 규모에 달한다. 웹페이지 방문자가 실제로 구매를 완료하는 비율을 뜻하는 전환율에 있어서도 쉬인과 테무는 아마존에 크게 뒤져 있다. 쉬인과 테무 구매 전환율은 5% 내외인 반면 아마존은 거의 1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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