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사장이 천안사업장을 내방한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삼성SDI]
최윤호 사장이 천안사업장을 내방한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삼성SDI]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영향과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이에 따라 핵심 원칙으로 삼았던 수익성 중심 확장 전략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달 중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에 대한 장비 발주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장비사들 대부분이 투자 의향서(LOI)를 제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공장은 연산 33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셀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한 개당 8GWh씩 총 4개 라인이 지어진다.

북미향 추가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스텔란티스와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34GWh)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목표를 총 67GWh로 높였다.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 30GWh 이상 배터리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북미 연간 생산능력은 2027년 이후 총 97GWh에 달하게 된다.

삼성SDI의 북미 투자가 가속화된 이유는 IRA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덕분이다. 이 법안으로 배터리 셀·모듈 현지 생산이 필수 요소가 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삼성SDI에 배터리 공급 협력 요청을 보내고 있다. 당초 GM도 기존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 4공장 등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부담 등에 따라 삼성SDI로 기회가 돌아갔다.

이같은 투자 행보가 의미 있게 비춰지는 배경에는 삼성SDI의 수익성 중심 판매 전략이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까지 경쟁사 대비 투자 기조가 보수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며 배터리 판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나 이를 잡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당시 회사는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집행하기보다, 현재 생산하는 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하며 수익성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삼성SDI를 둘러싼 분위기가 반전됐다. IRA, 유럽 배터리법안 등이 발효되거나 추진될 예정을 앞두면서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치열해졌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더라도, 우선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그 결과 삼성SDI는 기존의 배터리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급 기회를 넓힐 수 있는 판도가 마련됐다.

삼성SDI PRiMX 배터리 [사진: 삼성SDI]
삼성SDI PRiMX 배터리 [사진: 삼성SDI]

특히 삼성SDI가 주력하고 있는 각형 배터리 셀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에는 팩 기준 에너지밀도가 높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호했지만, 안정성 문제로 각형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외부 패키지가 알루미늄 캔으로 셀투팩(CTP), 셀투샤시(CTC) 등 적용이 타 폼팩터 대비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모듈은 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냉각 등 열 관리를 위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업들이 LFP의 낮은 에너지밀도를 보완하기 위해 모듈을 제거한 CTP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고, 이 경향이 삼원계 배터리 CTP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각형 배터리는 외부가 단단한 알루미늄 캔이기에 필름 포장인 파우치형 대비 CTP, CTC에 응용하기에 적합하다.

삼성SDI가 도입한 Z스태킹 공법에 따라 자체 에너지밀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기존 각형 배터리는 내부 전극이 원형으로 말려서 들어가는 젤리롤 형태를 띠었지만, 삼성SDI는 P5(젠5)부터 Z스태킹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에너지밀도가 10% 가량 높아진다.

실제로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의 4개 생산라인은 전량 각형 배터리 라인이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텔란티스가 생산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에 장착하겠다는 목표다. 2공장의 폼팩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통형과 각형  생산라인이 병행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줄곧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았던 GM도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함께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바라 GM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원통형, 각형을 탑재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북미뿐 아니라 주요 시장인 유럽으로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BMW, 폭스바겐 등의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삼성SDI의 생산능력 확대가 점쳐진다.

현재 거론되는 투자는 헝가리 괴드 2공장 및 잔여 부지를 활용한 추가 증설이다. 괴드 공장 내 P5 라인 장비 교체 등을 통해 생산능력을 최적화하고, 남은 부지에 추가 라인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식으로다.

유럽 내 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는 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가 서유럽과의 거리가 먼 탓에 새롭게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유럽 배터리법이 생산능력을 강제하는 내용이 아직 포함되지 않은 데다, 완성차와의 합작 등은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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