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석산업 시화공장 전경 [사진: 단석산업]
단석산업 시화공장 전경 [사진: 단석산업]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산업용 팔레트 위에 쌓여 있던 18L 업소용 폐식용유 더미들이  거대한 로봇팔이 장착된 설비 앞으로 모였다. 로봇팔은 폐식용유 캔 4개를 번쩍 들더니, 천정에 가까울 정도로 높이 설치된 파쇄 장비 안으로 밀어넣는다. 폐식용유 캔은 장비 안에서 자잘한 철 조각이 되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빠져나왔고, 그 안에 담겨 있던 폐기름은 아래로 떨어져 한곳에 가득차게 모인다. 한곳에 모인 폐기름은 파이프를 타고 옆 공장으로 옮겨져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한다.

폐기름이 차량, 선박에 들어가는 재활용 기름으로 탄생하는 이곳은 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단석산업의 바이오디젤 공장이다.

단석산업은 28일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 단석산업 본사에서 바이오디젤 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단석산업은 1965년 창립후 폴리염화비닐(PCV) 안정제 등 화학소재 사업을 영위해왔으나, 2007년 바이오디젤 사업을 시작으로 친환경·재활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최근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과 PVC 안정제 사업 기반의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바이오디젤은 크게 ▲정제 ▲반응 ▲분리 ▲증류 ▲출하 5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우선, 파이프를 타고 이동한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유지에 남아 있는 잔여 이물질을 원심분리기 등을 통해 제거한다. 이후 메탄올과 반응시킨 후 알코올 등을 분리하는 단계를 거쳐 바이오디젤 원유(Crude Biodiesel)을 뽑아낸다. 여기에 고순도 기름을 뽑아내기 위해 더욱 증류해 투명한 바이오디젤을 뽑아내는 과정까지 거친다.

특이한 점은 바이오디젤 장비들이 단석산업이 원하는 생산량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됐다는 것이다. 단석산업은 독일 등 외산 장비 기업으로부터 설비를 사들여 사용했지만, 이를 알맞게 개조해 판매한 장비 기업이 예상했던 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에 배치된 장비는 당초 연산 6만톤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지만 현재 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공급한 업체로부터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며 "바이오디젤 규제가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단석산업이 거의 유일한 생산 기업으로, 오랫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통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 설비(위)와 폐식용유가 놓인 컨테이너 하역장을 살펴보는 현장 관계자와 취재진 모습(아래) [사진: 단석산업]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 설비(위)와 폐식용유가 놓인 컨테이너 하역장을 살펴보는 현장 관계자와 취재진 모습(아래) [사진: 단석산업]

폐식용유 캔 파쇄 과정에서 나온 캔 조각들도 전부 공정 원료로 사용한다. 단석산업은 폐 납축배터리 사업에서 재생연을 뽑아내는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납처리 주조 과정에서 선철을 투입해 생산하고 있다. 이때 선철 대신 더욱 자잘하게 분쇄한 캔 조각들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공정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부산물들도 전부 재활용하고 있다. 원심분리기로 정제한 후 남은 불순물과 분리 과정에서 나온 바이오피치(Biopitch) 등도 반응 과정을 추가로 거쳐 중유로 사용한다. 전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이 폐기되지 않고 다시 사용되는 순환경제적 공정을 구축한 셈이다.

현재 단석산업은 시화 공장 외 평택, 제천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공장의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연산 25만톤으로, 중유까지 합하면 39만톤의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디젤은 기존 디젤과 합성해 차량용 경유로 사용된다. 바이오중유는 그동안 화력발전소의 주 연료를 대체하는 데 쓰였지만 최근에는 선박연료유로도 사용됐다. 단석산업은 이를 국내 정유사인 GS칼텍스·SK에너지·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단석산업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국내 56%, 해외 44%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한 바이오디젤 비중으로만 따지면 단석산업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단석산업은 설립 이후 친환경 중심 화학소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지속 변화시키고 있다. PVC 안정제 사업으로 시작한 이래 바이오에너지, 폐 납축배터리 사업 기반 재생연 분야를 주요 먹거리로 끌어올렸다. 1세대로 차량·선박·발전소 등에만 사용됐던 바이오디젤은 2세대인 수첨바이오디젤(HVO) 플랜트 구축을 통해 항공유, 납사(Naphtha) 등 신규 응용처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폐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뛰어든다. 이를 위해 지난달 전북 군산 1공장 부지에 90억원을 투자해 폐배터리 전처리 라인을 착공했다. 단석산업은 라인이 착공되는대로 공정 설비를 도입하고, 가전에 장착된 폐배터리 등을 파쇄해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전처리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28일 단석산업 본사에서 김종완 대표이사가 기자들에게 단석산업의 사업 및 투자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단석산업]
28일 단석산업 본사에서 김종완 대표이사가 기자들에게 단석산업의 사업 및 투자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단석산업]

김종완 준법경영 부문 대표이사(부사장)는 "현재 가전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배터리를 우선적으로 집중해 확보하고, 향후 2030년께 전기차용 폐배터리가 다수 발생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이를 수급할 것"이라며 "전처리 부문 사업 역량이 올라온 이후에는 후처리 사업도 진출해 습식제련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전구체, 리튬 추출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단석산업은 폐배터리 사업 진출을 위해 전처리 공정은 물론, 후처리 부문 니켈·코발트·망간·리튬 추출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폐배터리 조달 영역을 넓히기 위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 신설도 고려한다.

전처리 등으로 확보한 폐배터리 블랙파우더는 향후 후처리 사업 투자를 통해 NCM 전구체로 합성 후 배터리 소재 고객사에 공급하며, 추출한 리튬은 비교적 진입이 쉬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로 합성한 후 고객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주력 사업인 바이오에너지 부문에서는 곧 완성될 30만톤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추가 증설해 2027년까지 제품 기준 50만톤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2세대 바이오디젤인 HVO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항공유, 바이오납사 등으로 판매 적용처를 늘리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석산업은 2030년까지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 재원은 다가오는 코스피 시장 기업공개(IPO) 공모자금과 창출된 이익 등을 통해 확보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존사업을 포함한 전체 매출을 5조5000억원까지 확대해 글로벌 화학소재 재활용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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