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대구 본사 [사진: 디지털투데이]
엘앤에프 대구 본사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엘앤에프가 원재료 공급망 내재화 및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과 전구체 사업 투자를 준비한다. 기존 거래선이던 중국 기업과의 의존도를 줄이는 '탈중국화'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레드우드머티리얼즈 합작법인(JV) 외 북미 단독 진출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를 원하는 자동차 OEM과의 협력을 굳건히 하는 한편, 실제 수요에 기반한 수익성 중심 성장 기조를 잇겠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10일 실적 설명 발표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3629억원, 영업이익 404억원을 기록한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3.7%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 10.9%가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24.2% 줄었다.

1분기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면서 NCM(니켈·코발트·망간)523 등 범용 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보다 내려갔지만, 사급(고객사에서 원재료를 대량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방식) 비중이 높은 NCMA90은 ASP가 증가했다. 핵심 제품인 NCMA 출하량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지난 분기 확보했던 원재료 가격 대비 판매단가가 낮아지는 환차손(FX: Foreign Exchange) 효과가 발생하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최종 고객사의 중국 공장이 지난 1월 춘절 가동을 멈추면서 출하량이 감소한 점도 일부 영향을 줬다.

엘앤에프는 올해 배터리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라 제품 출하량은 지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나, 경기 불확실성 및 리튬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연간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40% 이상) 대비 5% 가량 낮춘 35~40%로 제시했다.

국내 기업과 전구체 투자 검토…미국 진출 계획도 순항

엘앤에프는 올해 주요 사업 전략으로 ▲차별화된 완결적 순환체계(Closed Loop) 구축 ▲선제적 자금 확보를 통한 안정적 해외 진출 ▲실 수요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성 중심 사업 기조 등을 꼽았다.

엘앤에프는 중국 원재료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기업과 전구체 대규모 생산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IRA 세부지침 중 해외 우려기업집단(FEOC)에 지정될 중국 기업의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공급망 배제 위험성이 없는 국내 기업과 손잡고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지난 전환사채(EB) 발행으로 약 6600억원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국내 생산시설 투자(CAPEX) 집행, 원재료 구매 등에 활용한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레드우드머티리얼즈와의 합작법인(JV) 검토 진행 상황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3월 IRA 세부지침 발표 이전에는 양극재 기업들에게 해외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컸으나, 발표 이후 투자 부담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엘앤에프 입장에서는 고물가·고임금 상황인 미국 투자를 바로 집행할 필요가 없기에 수익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형태로 파트너사와 협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기업인 레드우드는 자동차, 배터리 고객사와의 네트워크가 확실한 반면 전구체·양극재에 대한 기술력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엘앤에프의 양극재 기술력이 필수불가결한 셈이다. 이 가운데 IRA 세부지침 발표로 현지 투자 부담이 줄어든 만큼,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력이 진행되도록 논의하겠다는 의도다.

엘앤에프는 레드우드와의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북미 단독 진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완성차 고객사의 현지 투자에 요구에 맞춰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제기된 2025년대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 및 미국 투자에 따른 손익 감소가 예상 되는 만큼, 실 수요에 기반한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네바다주 공장 조감도 [사진: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네바다주 공장 조감도 [사진: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하이니켈 단결정 NCMA·고전압 미드니켈 투트랙…LFP 개발 중

미래 제품 로드맵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는 기존 다결정 하이니켈 NCMA 양극재를 비롯한 단결정 제품으로, 중·저가급 배터리는 리튬인산철과 고전압 미드니켈 NCMA로 나눠 대응한다.

단결정 양극재는 기존 다입자 형태인 소재를 단입자 형태로 바꾼 양극재다. 다결정 대비 입자가 단단해 부서짐에 따른 화재 발생 위험성을 줄이고, 수명과 에너지밀도까지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이다. 엘앤에프는 단결정 제품을 기존 다결정 양극재에 혼합하는 형태로 양극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관련 미국 CAMX 파워로부터 특허 라이선스도 확보했다. 이는 단결정 양극재 제조를 위한 원천기술 특허로, 단결정 생산을 위해서는 이 특허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허를 취득한 국내 양극재 기업은 엘앤에프가 유일하다.

엘앤에프는 단결정 기술을 활용한 고전압 NCMA622(미드니켈) 양산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전압 미드니켈은 과거 유럽 양극재사들이 화재 위험성으로 실패한 기술이나, 현재 단결정 기술 확보에 따라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이 제품과 함께 자체 개발 중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통해 중·저가급 시장을 병행해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엘앤에프 R&D 센터 [사진: 엘앤에프 소개동영상 캡처]
엘앤에프 R&D 센터 [사진: 엘앤에프 소개동영상 캡처]

"고객사 다변화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주주가치 제고 노력"

최근 디지털투데이를 통해 보도된 현대자동차-SK온, 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JV)에 대한 양극재 독점 납품에 대해 묻는 질문도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해당 고객사와는 기술 샘플테스트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엘앤에프는 2025년 이후 현재 고객사 외 자동차 업체 매출 비중 30%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에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고객사와 협력을 함께 진행하는 만큼 정보공개는 불가하며, 특정 시점을 언급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높은 테슬라향 매출의존도에 대해서는 "현재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로, 선제 진입한 특정 기업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판매대수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완성차 고객사들이 향후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출고할 경우, 고객사 다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엘앤에프는 기관 애널리스트, 언론사 대상으로 진행하던 기존 실적 발표설명회를 일반 투자자까지 범위를 확대해 열었다. 최근 배터리 관련 주식의 이례적 상승에 따라 관심도가 높아진 일반 투자자의 의문을 해소하고, 기관·일반 투자자 대상 홍보활동(IR/PR)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이번 일반투자자를 포함한 기업 설명회를 포함해 인력 충원, 신규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 가치평가를 제고하는 한편, 시장 우려를 불식하고 사실을 전달해 주주가치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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