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정부의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이 달라졌다. 청와대가 전문영역이라며 거리를 두고 유관 부처들이 신경전을 펼치던 과거 상황이 사라졌다. 국가안보실이 명확히 컨트롤타워를 자칭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도 과거와 달리 국가안보실을 뒷받침하며 다른 부처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은 4월 17~18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사이버 고위급 회의(NATO Cyber Champions Summit)‘에 참석해 다양한 국가들과 사이버안보 협력을 논의했다. 임종득 2차장은 19일에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위치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NATO CCDCOE)’를 방문했고 18~21일 진행된 나토 주관 국제 사이버 방어훈련인 '락드 쉴즈'(Locked Shields) 진행 상황도 브리핑 받았다.

이어 26일에는 매튜 콜린스 영국 국가안보실 부보좌관을 만나 양국 간 사이버안보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전·현 국가안보실장도 사이버안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2월 9일 당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직접 국민·기업 및 공공·국방의 사이버안보를 담당하는 기관들을 현장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4월 12일 신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사이버공격에 대비해 기관별 대응태세 점검회의를 주관했다.

과거에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업무에 사이버안보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장과 차장은 북한 핵, 국방, 테러 등의 문제를 주관하고 사이버분야는 담당 비서관이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이 적합한지 아니면 국정원 등 부처가 총괄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됐다. 가장 구체화됐던 것이 문재인 정부 말기였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조태용 안보실장과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여러 논쟁과 정권 말기라는 시점으로 인해 실제로 추진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임종득 2차장이 임명될 당시만 해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임 2차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 육군 제17보병사단 사단장, 육군 수도군단 부군단장 등을 역임한 군인 출신이다. 때문에 전임자들처럼 전통적인 국방, 안보를 강조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0일 임종득 2차장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2 사이버공간 국제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관한 학술회의에서 “국가안보실을 명실상부하게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로 하고 각 부처의 역할을 정립하며 위기 시 국가역량을 총 결집해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임 2차장이 직접 사이버안보를 챙기고 있다.

임 2차장은 군인 출신이지만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큰 범위에서 국가안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2차장이 국가안보실을 컨트롤타워로 지칭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각 부처 간 신경전이 사그라들었다.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보안 관련 기관들이 협의를 하는 체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이 22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 소재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가정보원]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이 22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 소재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에는 국정원의 변화도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국정원은 자신들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다른 정부 부처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정권의 실제 중 한명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의 힘을 토대로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를 추진했다. 그러나 국방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 박지원 전 원장 시기에도 국정원이 컨트롤타워를 추진했지만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들이 반대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국정원의 입장이 바뀌었다. 12월 22일 22일 국정원은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 소재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를 언론에 공개하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정원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사이버 분야를 총괄하는 백종욱 3차장은 “국정원이 추진 중인 사이버안보법은 대통령실을 컨트롤타워로 하고 안보실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지휘를 하더라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컨트롤타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한발 물러서고 국가안보실이 전면에 나서면서 다른 부처들이 국정원과 신경전을 벌릴 명분이 사라졌다. 고집을 꺾고 사이버안보 실무적인 역량을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국정원의 전략은 백종욱 3차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욱 3차장은 국정원 출신으로 사이버안보 전문가다. 그는 사이버안보 업무를 오랜 기간하면서 정치나 다른 요인을 신경쓰기 보다 ‘사이버안보’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접 사이버보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유관 기관들은 물론 민간, 해외와 협력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국정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군 사이버작전사령부와 사이버안보 분야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군이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경쟁, 신경전을 벌였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백종욱 3차장은 국정원 사이버안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면서 협력을 논의하고 보안 행사, 경진 대회 등에 참여해 전문가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이버보안과 관련된 주의 사항 역시 바로 다양한 형태로 기업,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윤오준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이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각 기관들을 조율하며 사이버안보 전략을 짜고 있다. 다만 윤오준 비서관의 경우 국정원 출신으로 행보가 대외적으로 보안에 붙여져 있다.    

결국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고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이 뒷받침하면서 국가안보실 중심으로 유관 기관들이 협의체 형식으로 참여하는 사이버안보 체계가 정립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안보 체계가 정립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과거에 비해 사이버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면서도 “특정 관계자들의 역할과 관심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사이버안보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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