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활동 등을 통해 조용히 대응하던 것에서 벗어나 대북 제재에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금융위원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활동 등을 통해 조용히 대응하던 것에서 벗어나 대북 제재에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활동 등을 통해 대북 제재 전면에 나섰다. 대북 제재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해석이지만 향후 정치적 논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30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금융위원회는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과 공동으로 5차례나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자금세탁, 테러자금 방지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위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활동에 주력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89년 출범한 FATF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캐나다 등 3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자금세탁 방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FATF는 이란, 북한 등을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대응조치)’로 지정해 사실상 금융거래를 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 보도자료 중 북한이 언급된 것은 FATF 총회 내용이었다. 금융위는 2019년 2월, 6월, 10월 FATF 총회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을 언급했다.

2020년에도 2월, 7월, 10월 그리고 2021년에도 2월, 6월, 10월 금융위는 FATF 총회 소식에서 북한을 다뤘다. 그러나 이외 금융위가 공식 자료를 통해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금융제재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보안도 요구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2022년 3월, 6월, 10월 FATF 총회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을 언급했다. 지난해 정권이 바뀐 후 하반기부터 금융위의 대응이 달라졌다. 

2022년 10월 14일 금융위는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 및 기관 16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관련 사안은 통일부, 외교부 등이 주관하고 발표했는데 금융위, 기획재정부가 포함된 것이다.

이어 2022년 12월 2일 금융위는 또 다시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북한의 개인 8명 및 기관 7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21일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도 금융위가 포함됐다. 금융위는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부와 대북 수출통제 조치의 일환으로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대응에 특화된 인공위성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watch-list) 목록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개인 4명과 기관 6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 5월 정부의 사이버 분야 대북 제재에도 금융위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4월 25일 금융위와 유관 부처들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핵·미사일 개발자금 조달에 관여해 온 북한 국적 개인 ‘심현섭’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5월 23일 금융위는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북한 IT 인력의 해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해 온 북한 기관과 개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제재대상자로 지정된 대상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또 금융위의 사전 허가 없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자와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북 제재의 핵심이 금융이고, 최근에는 가상자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금융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북한, 대북 관련 정책과 업무는 항상 논란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박근혜 정부 대북 정책에 관련됐던 인물, 기관 등이 조사를 받아야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수사, 조사 등이 이뤄졌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업무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고 일부는 처벌이 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북한 관련 사안에 거리를 두고 있어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금융위가 대북 제재 전면에 나서면서 남북 금융 관련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 관계, 통일과 관련된 금융은 필수적으로 연구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권에서 북한 관련 사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금융위가 대북 제재 전면에 나섬으로써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권이 사이버 보복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북 금융 제제 업무는 금융위가 그동안 계속해왔다. 다만 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수행한 것”이라며 “조용히 업무를 수행해 온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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