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부문 4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 전사 영업이익 6400억원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높은 메모리 재고 부담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을 확신하며 실적 반등을 위한 계획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27일 실적발표 설명회를 열고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3조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분기 대비 매출은 9.54% 줄고 영업이익은 무려 85.13%가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 18.05%, 영업이익 95.47%가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경기 둔화 우려로 IT 전방 산업에 대한 구매심리가 감소하며 매출이 대거 하락했다. 갤럭시S23 출시에 따른 효과로 모바일 부문만이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나머지 반도체, 생활가전,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부문은 하락세를 거듭했다.

구체적으로 메모리반도체는 수요 부진에 따른 고객사의 높은 재고 수준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했고, 지난분기 낸드만 반영됐던 재고평가손이 D램으로도 확대되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시스템LSI 부문은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에 따라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객사 재고 증가에 따라 주문이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SDC) 사업부문은 폴더블·플래그십 판매 호조에 따른 시장 주도권을 유지했으나, 전체적인 중소형 OLED 패널이 시장 위축에 따라 실적이 하락했다. 네트워크, 생활가전부문도 특정 권역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이 지속되며 실적 상승세를 이루지 못했다.

반면 모바일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3이 판매 호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전체적인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S23 울트라와 같은 최상위 모델 판매가 이어지면서 평균판매가격(ASP) 인상 등 수익성 회복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글로벌 수요 회복세가 본격화돼 업황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 시장조사기관 등의 부정적 지표에도 신제품, 최선단 공정 제품 중심 수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고객사 기존 재고가 소진되면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부문 감산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되면서 DDR5를 비롯한 선단 제품과 고용량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재준 DS부문 메모리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수용 가능한 가용 제품 확보 차원에서 생산을 운영해왔다"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자동차(Automotive) 응용 성장에 힘입어 중장기 수요는 견조하지만, 생산 측면에서 보면 신규 인터페이스 전환에 따른 선단공정 난이도 및 리드타임 증가로 비트 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Bit Growth) 제약이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생산 조정(감산)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충분한 물량을 보유했다고 판단해 결정된 데 따라 주로 성숙공정(Legacy) 중심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외부 기관 전망과 달리 상반기 내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진행되면서 하반기 수요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요 성장을 이끌 선단 제품은 조정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 발표 당시 언급했던 메모리반도체 감산 결정이 주로 범용 제품 위주로 결정됐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자동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대응 제품을 확보하고, 투자 역시 지속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했던 인텔 신규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 출시에 따른 DDR5 D램 공급 효과는 하반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DDR5 D램 적용 가능한 신규 CPU 플랫폼 고객별 채용 계획은 아직 유동적이어서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전체 PC, 서버 메모리 수요 중 DDR5 D램은 하반기 20%에 달할 것으로 옛아되고 있고, 이는 삼성전자의 전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약세를 맞은 파운드리 부문도 하반기 반등을 예고했다.

정기봉 DS부문 파운드리담당 부사장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MBCFET 3나노 공정은 주로 모바일과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3나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고, 고객들 역시 이를 평가하고 있으며 테스트칩을 제작하는 곳도 있다. 2나노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대해 미국 정부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효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현지 투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이를 받기 위해 특정 국가(중국) 생산이 일부 제한되거나 기업 기밀을 공유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주요 기업의 기밀이 미국 기업이나 정부에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서병훈 IR담당 부사장은 "인센티브 지원에 따른 의무사항에 대한 우려는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용하고 개별 기업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다소 해소됐다"며 "삼성전자도 이러한 절차에 따를 것이며,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검토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사진 : 삼성전자]

또 퀄컴에게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주도권을 내준 엑시노스의 개발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등에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채용해왔으나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 발열 이슈에 휩싸이며 갤럭시S23부터는 전량 퀄컴 제품을 적용했다.

권혁만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담당 상무는 "엑시노스를 MX사업부 내 갤럭시 스마트폰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 가능한 것을 목표로 접근하고 있다"며 "플래그십 스마트폰 적용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바일 시장은 수요 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차량 등을 포함한 비모바일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시장 조사 및 적합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OLED 침투율이 늘어나는 자동차 산업 수요에 대응해 모바일 외 수요처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전기차 확산 추세로 차량 내 OLED 침투율이 증가하는 추세고 차량 내부 디자인에 디스플레이 차지 비중이 커지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기술력 기반으로 자동차 시장에 진입 중이며, 일본·미국·중국 등 주요 완성차 기업과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슈가 된 8.6세대 OLED 생산을 위한 투자에 대해서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술이다보니 정해진 건 없으나 현재 개발 속도와 기술 성숙도를 고려해 2~3년 후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며 "(유리기판) 사이즈가 기존 6세대의 2배이기 때문에, 연간 약 1000만대 정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모니터 등 IT 제품을 생산할 수 잇을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사업부 중 거의 유일하게 높은 상승세를 탄 MX사업부는 프리미엄 중심 판매 수요를 중저가용으로도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2분기 신제품인 갤럭시 A54, A34에 집중해 5G 전환 수요가 높은 유럽·동서남아시아·중남미 지역 중심으로 사업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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