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불황에 들어섰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에서 엿보인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선두 기업 대만 TSMC 실적이 내려앉은 가운데, 미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성적도 불확실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한파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TSMC는 지난 20일 1분기 매출 5086억3000만 대만달러, 순이익 2069억9000만 대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3.6%, 순이익은 2.1%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 18.7%, 순이익 30%가 각각 감소했다.
부진 원인은 IT 전방 산업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 주문량 감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IT 전방 산업 둔화가 시작되면서 주문량이 줄었고, 이 영향이 선 주문량 생산이 끝나는 6개월 이후인 이 시점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엔비디아와 퀄컴 등은 각각 주력 사업인 게이밍·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에서 하락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다가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빅테크를 비롯한 팹리스들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제품 생산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애플,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량 감소로 인해 올해 상반기 7나노 공장 가동률이 4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12나노, 16나노, 28나노 등 레거시 공정 가동률도 2분기부터 하락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7일 실적 발표회를 진행할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서 3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변동 사이클이 심한 메모리 실적이 바닥을 찍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순탄한 파운드리 사업마저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 한파 영향으로 15년만에 영업손실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 내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말 연기했던 파운드리 내 설비투자(CAPEX) 계획이 실적 악화에 따라 더욱 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안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재고 소진 영향이 빠르게 나타나며 하반기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이 예정돼 있고, 인공지능(AI) 설비투자 등 IT 전방 산업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은 덕분이다.
하반기 '장밋빛' 미래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인용, 상반기 반도체 재고 조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어 예상 대비 실적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소 올해 3분기까지는 조정이 이어져야 한다는 관측이다.
1분기 높은 영업이익률을 구현했던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도 실적 발표에서 "전형적인 반도체 산업 침체기지만 예상보다 큰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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