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13일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혁신의 가치를 신뢰로 바꿔 향후 30년을 이끄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서울에서 '주성엔지니어링 창립30주년 기업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황 회장이 1993년 창업한 국내 1세대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원자층증착 장비(ALD)를 개발해 양산해왔다. ALD는 노광을 거쳐 미세 회로를 새기고 깎아낸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씌우는 장비다. 기존 화학적 증기증착(CVD) 방식 대비 정교하게 막을 씌울 수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등 초미세회로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로 꼽힌다.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은 혁신을 통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혁신을 시작으로 고객사와의 신뢰를 다져온 기업"이라며 "향후 30년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산업 내 시장을 발굴해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성엔지니어링의 ALD 장비는 기존 D램은 물론 로직, 시스템 집적회로(IC) 등 시스템반도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그동안 ALD 장비는 주로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용 공정에 사용됐다. 반도체 소자 중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보다는 전하를 모으는 커패시터(capacitor)에 막을 입혀왔기 때문이다. 보통 메모리반도체는 트랜지스터와 하나의 커패시터가 조합되는 형태지만, 시스템반도체는 트랜지스터끼리 조합돼 더욱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ALD 장비가 EUV용 D램 등 영역에 한정됐던 이유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트랜지스터용, 커패시터용 ALD 장비 개발을 끝마치고 비메모리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대만, 미국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ALD 기반 OLED 디스플레이 증착·봉지 장비 개발도 눈앞에 뒀다. OLED 제조 과정에 ALD 기반 얇고 정밀한 원자층 단위 봉지막을 형성하면 특유의 약점인 산소·수분 침투에 따른 수명 약화를 막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폴더블 스마트폰 등 휘고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유리하다.

이와 함께 차세대 제품인 무기물 기반 디스플레이용 증착 장비 개발에도 가까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무기물 LED 기반 디스플레이는 OLED 대비 휘도(밝기), 수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태양광의 발전 효율 한계를 뛰어넘는 장비 개발도 올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제품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의 이론적인 발전 효율 25%를 35%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장비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으로 이뤄진 탠덤 태양전지 내, 상단 페로브스카이트 층에 원자층의 얇은 막을 형성해 단파장 빛 흡수율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질의응답 시간에서 미디어, 증권 관계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황철주 회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질의응답 시간에서 미디어, 증권 관계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황철주 회장 [사진: 디지털투데이]

황 회장은 "태양광 발전 효율이 35%까지 올라가면 전기차에 태양광 셀을 설치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혁신적인 친환경 구현이 가능해진다"며 "ALD 기술을 구사해 이를 만들 수 있는 장비 기업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황철주 회장이 이처럼 혁신적인 사업 영역에 뛰어드는 이유는 초기시장 선점을 통한 성장을 위해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창업 이래 수많은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떄로는 시황 부침과 고객사와의 갈등 등으로 숱한 어려움도 겪어왔다.

황 회장은 "아무 것도 없었던 곳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갈 수 있던 이유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은 돈으로 바꿀 수 없고, 기술도 이제 과포화 시장이다. 이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혁신"이라며 "혁신은 잠깐 멈추면 찰나에 사라지지만, 혁신을 거듭하면 고객사의 신뢰가 쌓인다. 지속해서 유일한 제품을 만들고 최초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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