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종합공장 전경 [사진: 포스코케미칼]
광양 종합공장 전경 [사진: 포스코케미칼]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외형과 수익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업계 전망치인 635억원에 크게 밑돌아 33억원에 그쳐 어닝 쇼크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포스코케미칼은 27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808억원, 영업이익은 33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45.3%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83.8%나 감소한 수치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5.9%, 영업이익은 96% 감소했다.

포스코케미칼의 4분기 실적 하락세는 포스코그룹의 포항제철소 침수에 따른 수해 복구 비용 발생과 기존 라임케미칼·내화물 등 기초소재 사업의 시황 악화가 원인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하천 범람에 의해 침수되자 그룹 계열사 내에서 라인 복구를 위한 일시적 비용이 발생했다. 또 냉천 범람으로 기초 소재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유가마저 약세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됐다. 성과급 등 연말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도 한몫했다.

양극재, 음극재 등 에너지소재 사업의 경우 연말 고객사 재고조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IT용 소재 출하량이 약세로 돌아서며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라인별로는 IT용 소재를 담당하는 구미 공장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우려했던 전기차용 양극재 부문은 선방했다. 광양 양극재 공장의 영업이익률은 8%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7.7%)보다 소폭 상회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 제기된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배터리 시장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모습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범람 비용 복구, 성과급 등 일회성 부문에서 152억원이 감소했다. 기초소재 사업에서 217억원, 에너지소재 부문에서 416억원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양극재 판매량은 연 3만톤 규모며 음극재는 3.1만톤 수준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연간 양극재 판매량 목표치를 약 7만톤, 음극재를 4.5만톤으로 잡았다.

한편,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연간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호조를 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3019억원, 165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3% 증가했다.

배터리소재 사업은 총매출 비중이 58.7%를 점유, 명실상부한 주력사업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인조흑연 음극재, 자회사 포스코MC머티리얼즈(전 피엠씨텍)의 침상코크스 사업 등이 안정적인 연간 성과를 나타내며 기여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케미칼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의 실적 반등 시기가 언제가 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통 산업인 석유화학 시황이 올해도 녹록치 않아 신규 사업인 양극재 사업 향방이 한 해 실적을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LG화학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 사업 내에서도 불안감은 남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진 가운데, 기존 원료 가격 내림세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리튬은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지속해서 하락세를 타면서 소재 업계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전량 양극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이 기존 전망치를 다소 하회한 실적을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다음주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엘앤에프도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양극재 사업은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방어 전략, 고부가가치 제품인 NCM8(니켈 8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 시리즈의 출하량 제고가 전반적인 사업 실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중장기적인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장성은 그대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발효로 양극재 업계의 북미 투자 부담이 경감됐고, 국내 양극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음극재 사업을 영위하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진 덕분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3월에 최종 결정되는 IRA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계획을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와 논의 중인 10~15만톤 수준의 물량 공급을 캐나다 등지에서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며, 4만5000톤 규모 전구체 공장 증설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IRA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오는 3월쯤 고객사 요구에 따라 국내 증설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인조흑연 등 주요 음극재 사업의 경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데다, IRA로 중국 업체 진입이 불가해지면서 성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포스코케미칼은 수익성 확보가 우선돼야만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추가 증설이 완료된 광양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서 올해 성장세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3만톤 규모를 갖춘 포항 양극재 1단계 공장도 연내 준공이 완료된다. 광양 신규 라인 등의 양극재 물량이 대부분 올해 신규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는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될 전망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로 향하는 양극재 물량은 올해 초부터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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