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입구 [사진: CTA]
CES 2023 입구 [사진: CTA]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가 8일(현지시간) 나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참가 기업이나 부스 규모가 기대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전시 규모가 70% 커지고 참관객 11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CES 2023은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의 전시공간에 170여개국 3000여개기업이 참가해 신제품과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 부스가 대규모로 조성됐고, 550여 국내 기업이 참가해  '한국판'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의 화두는 연결성과 모빌리티다.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보다 기존에 다져온 가전-기기 간 연결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전기차 시장 개막으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모빌리티 분야는 신제품이 줄을 이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신제품이 없고 미래 기술 전시에만 치중돼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기술이 전시된 현장 부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기술이 전시된 현장 부스 [사진: 삼성전자]

비슷한 듯 다른 전시…'강화된 연결성' 들고 나온 삼성·LG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가장 큰 규모인 3368㎡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하고 '맞춤형 경혐으로 여는 초연결 시대'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제품보다 연결성을 강조하고 친환경적 요소와 편의성을 강화한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삼성 부스는 통합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 기반의 체험 위주 부스로 ▲지속가능 ▲홈 시큐리티(Home Security) ▲패밀리 케어(Family Care) ▲헬스&웰니스(Health&Wellness)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스마트 워크(Smart Work)를 구성했다. 주력 제품인 Neo QLED TV부터 패밀리허브 신제품을 비롯한 가전, 모바일 등과 파트너사 제품을 연결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주력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과 미세 플라스틱 저감 세탁기 등 친환경적인 요소에 신경 쓴 제품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기기들의 소모 전력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등 에너지 절감 솔루션도 내놨다.

신제품으로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이 눈에 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스마트 홈 기능을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앱과 연동해 사전에 설정한 취침·기상 등 사용자 설정에 맞는 기기 연결을 버튼 하나로 통합했다.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가 구축해온 연결성 및 기기 간의 에코시스템 강화 결과를 선보였다.

실제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개 부스는 제품보다 제품끼리 연결됐을 때의 행복, 가치에 집중해 편의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비공개 부스는 거래선, 신제품 중심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LG 시그니처 올레드 M [사진: LG전자]
LG전자 LG 시그니처 올레드 M [사진: LG전자]

LG전자는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 슬로건 'Life's Good'을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했다. 올레드(OLED)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붙인 초대형 조형물을 입구에 설치해 이목을 이끌었다. 전시관 내부에는 신혼부부, 대가족, 1인 가구 등에 맞춘 생활가전 전시 공간을 꾸며 실제 사용자에 걸맞는 가전 체험에 역량에 집중했다.

지난해 8월 의장사로 참여한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부스에서는 타사 기기와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제품을 시연했다. HCA는 스마트홈 연결성 확대를 목적으로 여러 기업의 사물인터넷(IoT) 제품과 플랫폼을 연결하는 컨소시엄이다.

신제품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 제품은 화면 주변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애 주변 공간을 정돈한 TV로, 혁신성을 인정받아 CES 2023 공식 어워드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하만의 레디케어가 전시된 부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하만의 레디케어가 전시된 부스 [사진: 삼성전자]

전자·부품·빅테크 한 데 모인 모빌리티…부스마다 콘셉트카 세워져

모빌리티 부문은 타 산업군 기업의 진입과 확장된 이동수단으로의 개념 확대가 두드러졌다. 부품 및 IT 기업의 전장 부품용 솔루션이 등장했고, 미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확장된 모빌리티 콘셉트카의 모습도 각 전시 부스마다 전시되며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전장 자회사 하만과 개발한 기술 '레디 케어'를 선보였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상태에 따라 노선 정보를 안내하는 기술이다. 이밖에 스마트싱스를 통해 출발 전 집에서 차량 환경을 미리 제어하거나 차 안에서 집안 기기를 제어하는 등의 기술도 공개됐다.

현대모비스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엠비전 TO와 HI를 소개했다. TO는 전동화 기반 자율주행 차량으로 e코너 모듈과 함께 혼합현실(MR) 디스플레이가 융합된 모델이다. 목적에 따라 차량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고, 바퀴가 90도까지 꺾여 크랩 주행이나 제로 턴 등 이동 편의성이 강화됐다. HI는 레저와 휴식, 아웃도어를 위한 PBV로 차량 유리를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전시한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전시한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모빌리티 기술 전시관에 전용 부스를 마련하고, 콘셉트카를 전시해 관련 신기술을 선보였다. 차량이 이동하면 뒷좌석 천장에 말려있던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가 내려와 영화 감상, 화상회의 등으로 활용하거나, 창문에 적용된 투명 OLED 디스플레이로 실시간 뉴스나 날씨 등 콘텐츠를 제공받거나 유명 랜드마크를 지날 때 관련 정보를 띄우는 식이다. 콘셉트카에는 차량 내장재, 디스플레이 패널을 진동판 삼아 소리를 내는 인비저블 스피커인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도 적용됐다.

LG그룹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차량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을 전시했으며, 차량 감시 및 자율주행에 활용하는 라이다·레이더 모듈, 카메라·레이더 기술이 결합된 센서 퓨전 등 솔루션이 등장했다.

일본 기업인 소니는 혼다와 합작해 만든 '아필라'를 첫 공개했다. 아필라는 2025년 출시 예정된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로, 소니의 기술과 에픽게임즈와 협력한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적용됐다. 소니는 혼다와 모빌리티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를 세우고 미래형 엔터테인먼트로의 모빌리티를 강조했다. 아필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이 개발한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플랫폼'도 탑재된다.

IT 빅테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차량 관련 기술 전시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모빌리티 기술 전시관인 웨스트홀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동차용 운영체제,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앞세웠다.

불안한 거시경제에 혁신 제품 발걸음도 '뚝'…합종연횡은 활발

올해 CES는 지난해 열렸던 행사의 기조에서 확장된 전시가 주를 이뤘다. 뚜렷한 신제품이나 놀랄만한 혁신기술은 없었지만, 체험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요소와 피부에 와닿는 가전-기기-차량 간 연결성을 찾아볼 수 있었단 평가다.

그만큼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나왔던 기술의 응용판인 만큼 신선함이 적었고 크나큰 주목을 받을 만한 전시도 없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 중심 빅테크 기업의 전시는 '제품만 덩그러니 내놨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볼거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상황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수요 감소로 IT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새로운 기술을 내세우기 어렵고, 당장 팔릴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만 내놨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고객사를 찾기 위한 B2B 기업의 제품 전시가 잇달았지만, B2C 등에서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 마케팅 효과를 내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와 별개로 한국 기업의 참여와 총수 등의 방문은 확연히 늘었다. 수행비서의 코로나19 이슈로 불참이 예상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예정대로 전시회에 참가, 얼굴을 비췄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참석했다. 전시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부스를 돌아보며 기술 트렌드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영광 현대모비스 사업전략실장(상무) 등 경영진이 퀄컴과 협력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활발한 파트너십 관계를 잇기도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