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할리우드 미니마우스 기념 행사에 참석한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사진: 셔터스톡]
2018년 할리우드 미니마우스 기념 행사에 참석한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밥 아이거(Bob Iger) 디즈니 전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돌아왔다. 경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밥 차펙 CEO의 뒤를 이어 전임 CEO가 복귀한 흔치 않은 사례다. 

2000년 초반부터 약 10년 이상 디즈니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 CEO가 복귀함에 따라 디즈니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더 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전임 CEO이자 회사 대주주 중 한 사람인 밥 아이거 CEO는 2년 임기의 임시 CEO직을 수락함에 따라 디즈니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밥 차펙 뒤를 이을 마땅한 CEO를 선임하지 못하자 임시로 그가 맡은 후, 2년 뒤 새로운 CEO에게 물려준다는 조건이다.

밥 차펙 CEO도 선임 당시 밥 아이거의 천거로 CEO 자리에 올랐다. 때문에 밥 이어가 CEO가 책임을 느끼고 마무리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오간다. 밥 아이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하던 2020년 2월 CEO직에서 사임했다가 2년 9개월 만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 

지난 2005년 마이클 아이스너 CEO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밥 아이거 CEO는 당시 테마마크와 애니메이션 사업에 한정했던 디즈니를 영화를 포함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콘텐츠와 막강한 지적재산권(IP)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 기술 중시,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디즈니를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 반열에 올렸다. 2006년 픽사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마블, 2012년 루카스 필름, 2020년 21세기 폭스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기술 중시 전략을 통해 2019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이면서 자체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채널도 확보했다.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전 세계 1억640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다시 복귀한 밥 아이거 CEO가 챙겨야 할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전임 밥 차펙 CEO가 남기고 간 디즈니의 경영 부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올 3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201억5000만달러(약 2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장 시장 전망치 212억7000만달러에는 밑돌았다. 순이익은 1억6200만달러(약 2227억원)로 전년 동기 수준에 그쳤다.

특히 테마마크 부진의 상처가 깊다. 엔데믹 흐름에 따라 매출은 회복세지만, 여전히 적자가 줄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영화 등 영상 사업 역시 마블 프렌차이즈 성공 이후 디즈니는 뚜렷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 진출은 기본 전략조차 제시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마블 영화 시리즈 역시 좀처럼 흥행가도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 주가는 올해만 41%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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