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일 11번가 대표 [사진 : 11번가]
하형일 11번가 대표 [사진 : 11번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11번가가 주관사 선정에 나서며 기업공개(IPO) 준비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증시가 얼어붙은 만큼, IPO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최근 11번가는 IPO 추진을 위한 대표 주관사에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11번가는 주관사 선정에 이어 내년 중으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주관사들과 함께 현 공모주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시장 환경 및 IPO 절차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면서 외부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때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상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2023년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1호)와 원스토어(2호)를 시작으로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상장하는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모두 올해 상장이 무산됐다. (관련기사/SK쉴더스·원스토어 IPO 철회...SK스퀘어 자회사 상장 불확실성 커져) SK스퀘어 관계자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경우 불안정한 글로벌 증시 상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 상장을 철회했다”며 “IPO 전략을 다시 짜야겠지만, 신규 투자와 SK하이닉스 배당 수익 등 SK스퀘어의 성장 전략은 여러 개다. 다른 자회사들은 각 시장 상황을 봐가며 (상장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IPO를 추진 중인  11번가도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와 IR자료에 따르면 11번가 올해 2분기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45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140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은 늘어났다. 2분기 당기순손실은 5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번가 영업적자 역시 전년대비 7배나 늘어났다. SK스퀘어가 공개한 IR자료에 따르면 11번가 영업적자는 2020년 97억원에서 지난해 694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났다. 매출은 3% 늘어난 5614억원이었다. 쿠팡과 SSG닷컴 등 다른 이커머스가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빠른 배송에 집중할 때 11번가는 익일배송에 집중하는 노선을 취했다.

11번가는 지난해 ‘오늘 주문 오늘 도착’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서비스 효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로 5개월 만에 종료했다. 이어 11번가는 지난해 8월 아마존과 제휴를 맺고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매끄럽지 못한 번역투 문체와 저렴하지 않은 가격대, 다양하지 않은 상품 구성 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11번가 측은 “(이번 2분기의 경우)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과 일회성 고정비 등 영업비용이 늘었다”며 “최근 금리급등으로 인한 금융상품 평가 손실 반영 등 일시적인 영업외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실적의 경우) 작년 이커머스 업계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경쟁 비용이 늘어났다. 시장 재편 이후 오랫동안 이커머스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재투자를 진행하면서 적자가 늘어났다”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단순 팝업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갈 사업이기 때문에 초기 고객이 실망했던 부분에 대한 개선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수치도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분기의 경우 빠른 배송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화하고 있는 직매입 중심 리테일 사업 매출은 1분기 대비 35% 성장했다. 지난 6월 직매입 상품을 강화한 슈팅배송(자정 전 주문 때 익일배송) 출시, 애플 정품을 주문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애플(Apple) 브랜드관’ 오픈 등 효과가 반영됐다. 이용자 수도 늘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1번가 2분기 모바일 앱 순이용자수(MAU)는 월평균 약 94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약 9%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이커머스 사업자와 비교하면 11번가의 전체적인 성장세는 관련 업계에서 낮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6%를 차지한 4위 이커머스 사업자다. 11번가는 점유율 13%를 차지하는 쿠팡과 2배 이상 점유율 차이가 난다. 쿠팡 2분기 매출은 50억3782만달러로 한화로 6조원이 넘는다. 물론 영업손실 800억원을 넘지만, 쿠팡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하고 적자 폭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반면 11번가 매출 성장은 한 자릿 수에 그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2% 성장한 14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 업계 일각에선 11번가 시장 가치에 대해 1조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사모펀드(PEF) H&Q,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 받은 기업가치 2조7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올해 핵심 사업전략을 중심으로 균형있는 성장을 이루고,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성장을 위한 투자를 전략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선도하는 이커머스 경쟁력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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