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바인이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하부 농지에서 추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콤바인이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하부 농지에서 추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하늘을 향해 우뚝 선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기둥 사이로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이 지나간다. 대낮의 추수 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된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은 인버터와 연결된 선을 거쳐 송배전 설비로 보내진다.

해당 토지의 농민은 기존 벼농사 수익은 물론 태양광 발전으로 확보한 전력 생산 수익도 함께 얻는다.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이다.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발전소에서 설명회를 열고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남동발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시공협력업체 클레스(KLES), 영농형태양광 표준화 국책과제를 연구하고 있는 정재학 영남대 교수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기동마을 발전소는 한국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2019년 4월 준공됐다.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힘든 노령 농민의 농지를 임대해 약 100kW 규모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했다. 연간 약 150명이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전력 판매 수익금은 마을회관 보수나 공동 CCTV 설치 등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인다.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드론 촬영을 통해 바라본 모습 [사진: 한화큐셀]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드론 촬영을 통해 바라본 모습 [사진: 한화큐셀]

농촌에서 활용하는 태양광발전은 농촌 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두 가지로 나뉜다. 영농형 태양광은 토지를 농지 대신 태양광 발전만 진행하는 농촌 태양광과 달리, 농사를 지으면서도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모듈 크기와 배치, 각도를 조절해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일조량을 확보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철거가 쉬운 구조물을 사용하고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한다.

영농형 태양광 방식은 환경안전성과 농경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입증됐다. 한국남동발전과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한 실증사업 축적 데이터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의 작물 수확량은 기존 농지 대비 80% 수준이다. 기둥이 차지하는 면적 만큼의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작물 수확량 감소로 수익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부분을 전력 소득으로 메꾸는 구조다. 오히려 영농형 태양광 방식이 일반 농지 수익보다 훨씬 높다"며 "국내 쌀 생산이 과잉인 상태라 생산량 조절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kW 규모 발전소 기준 연간 소득은 787~1322만원 수준이다. 이는 같은 면적 농지에서 벼 농사를 지을 때 기대 연간 소득인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이다.

이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농촌의 새로운 기회로 여겨진다. 국내 농업인구와 농경지가 감소 속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될 수 있고,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유럽 등지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보호시설로 규정, 매년 15MW 설치를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 회복 및 복원 계획을 위한 지원금을 영농형태양광 사업에 지원했다. 일본은 영농형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농경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한화큐셀이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 태양광 모듈 납품 및 설치를 완료했다.

기동마을 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 [사진: 한화큐셀]
기동마을 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 [사진: 한화큐셀]

그러나 우리나라는 영농형 태양광의 본격 시행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농지법을 비롯한 관련 제도가 미비해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하에서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약 25년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태양광 모듈 업체나 농민들이 이 사업을 선뜻 시작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 2020년 6월 같은 소속인 박정 의원이 제출한 농지법 개정안 등이 그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같은 소속 위성곤 의원이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관련 법안 발의에도 논의는 이어나가지 못하고 국회 계류 중이다. 학계와 태양광 업계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가 늦어질수록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업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 등 새로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식 조합장은 “발전소 수익금으로 마을의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복지 혜택을 늘려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더욱 늘려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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