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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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관련 항소심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망무임승차방지법’ 도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대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라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관련 ‘반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소송은 넷플릭스가 2020년 4월 13일 법원에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는 채무부존재(債務不存在) 확인(確認)의 소(訴)이다. 지난 1심에서는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망 사용 대가 지급과 관련해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망 이용료 관련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도입될 경우 SK브로드밴드에게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s Provider)의 망 무임승차를 막고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한미간 FTA 관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망 이용대가 논란과 입법적 개선방안 검토’ 보고서를 내고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이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6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말한다.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부당한 계약 체결 거부 또는 부당한 계약 강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일정 규모 이상 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정상 수석위원은 “GCP(Global Content Provider)들의 전 세계적 트래픽 급증으로 국내 통신사(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은 망 투자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OTT 등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인터넷 트래픽도 급증하고 있는 바, 소수의 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극소수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은 망 이용대가 부담을 거부하고 무임승차 중”이라며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모두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으며 GCP 중 아마존, 메타, MS는 물론 최근 국내 진출한 디즈니플러스, 애플TV도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으로는 거대 CP의 ‘무임승차’ 방지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이용자’는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기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와 전기통신역무의 이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제2조 제9호)’로 정의해, 이용자 개념 속에는 콘텐츠를 이용(소비)하는 최종 이용자(소비자)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공급하는 CP 사업자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처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CP 또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네트워크의 유상성’)하며, 이에 근거해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내·외 CP들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네트워크의 유상성’을 전제로 ISP(기간통신사업자)와 CP(부가통신사업자)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으나,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G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 행위를 견제할 법적 장치가 부재한 상태다. 

안 위원은 “일부 GCP에 의한 ‘망 무임승차’를 방치할 경우 현재 정상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외 CP들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GCP들이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인터넷 트래픽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부 GCP들의 ‘망 무임승차’가 지속될 경우, 국내 ISP의 투자재원 축소가 야기될 우려가 있고 이는 인프라 고도화에 차질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국내 일반 이용자들과 CP들만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한미 FTA 규정에 위반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안 수석은 결론적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국내 CP와 해외 CP(GCP)에 대해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미 FTA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정서에서는 양국은 상대국의 기업을 국내 기업에 비해 차별하지 않는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 대우’ 등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0년 5월에 통과한 CP 서비스 안정화법(일명 넷플릭스법,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 신설할 당시에도 해외 기업 차별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으나, 법령의 합리적 기준을 통해 차별 없이 적용됐다. 2022년 기준 관련 법에 따른 의무 대상은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으로 국내외 기업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통과되고 금년 3월에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도 한미 FTA 규정 위반 논란이 있었지만 통과되긴 했었다. 

안 위원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 추진은 비단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간의 소송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국내 CP들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행위, 이에 따른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 등에 대한 문제가 누적돼 왔다”며 “글로벌 CP들이 국내 ISP와의 자율적 협의에 의한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입법적 방법으로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CP가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Transit(트랜짓, 중계접속) 트래픽에 대해 착신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CP의 트래픽이 여러 사업자의 망을 경유할 때 추가적인 착신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도 불가능하고, 법률 통과 이후에도 불가능하다”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공정하고 동등하게 정보통신망 이용을 보장하고,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여 ISP와 CP 간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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