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대표이사. [사진: 빗썸]
이재원 대표이사. [사진: 빗썸]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2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다.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측근인 이재원 글로벌 사업담당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빗썸은 움츠려든 시장에 테라 사태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새 대표 체제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다.  

빗썸에 따르면 이재원 대표이사는 1970년생으로 LG CNS, 아이엠아이(IMI) 등을 거쳐 2017년 말부터 빗썸에서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 IT 전문성과 글로벌 경영능력, 업계에 대한 이해도 등을 두루 갖춰 빗썸의 신임 대표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따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또 빗썸은 새 이사회 의장으로 김상흠 씨를 선임했다. 김 의장은 1967년생으로 SG세계물산, 아이템베이(Itembay)를 거쳐 올해 4월 초 빗썸에 합류했다. 그는 재무, 감사, 기획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아이템 중개플랫폼 CEO 경력만 15년에 달한다. 회사는 이같은 이력이 회사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이정훈 전 의장의 측근으로 불린다. 

이 대표와 김 의장은 빗썸 합류 이전부터 이정훈 전 의장과의 연을 갖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이재원 대표는 빗썸 합류 직전에 아이엠아이를 거쳤다. 아이엠아이의 옛 상호명은 '아이템매니아'로, 이는 이정훈 전 의장이 설립한 게임 아이템 중개 거래업체다. 김상흠 이사회 의장도 빗썸 합류 이전에 아이엠아이의 특수관계자 아이템베이를 거쳤다. 

특히 이재원 대표는 이 전 의장이 주주로 있는 해외 법인 'SG브레인테크놀로지컨설팅(BRAIN TECHNOLOGY CONSULTING(SG, 이전 BK SG)에 이사로 등재된 인물이기도 하다. SG는 또다른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의 모회사다. BTHMB홀딩스는 빗썸홀딩스의 지분 10.7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이번 인사로 이 전 의장의 회사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정훈 전 의장은 이전에 일련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어, 이번 인사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하려 할 것이다. 회사 매각 등의 이슈로 지지부진했던 사업들을 앞으로 진행코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흠 이사회 의장. [사진: 빗썸]
김상흠 이사회 의장. [사진: 빗썸]

빗썸 측도 "디지털콘텐츠 다각화 등 신성장 사업을 추진할 역량 있는 두 분을 모셨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사업 경험이 풍부한 이재원 대표이사와 김상흠 의장이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해 빗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재원 대표이사가 지난 2017년 말부터 빗썸에서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빗썸은 여러 해외 파트너사들과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습이 비춰졌었다. 2019년 말 빗썸코리아는 빗썸글로벌를 비롯 여러 파트너사들과 함께 국내에서 빗썸 패밀리 컨퍼런스를 열고 거래소뿐만 아니라 커스터디, STO, 탈중앙화거래소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내세웠다. 

다만 빗썸 측은 글로벌 사업에 대해서는 브랜딩만 가져다 쓴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긋기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3월 '빗썸퓨처스'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 글로벌 가상자산 선물거래소 관련해서도 빗썸의 브랜딩만 가져다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빗썸글로벌 거래소 및 빗썸싱가포르 거래소에 대해 국내 법인과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별개 해외 법인임을 강조하며, 빗썸 브랜드 상표권 사용 계약이 종료됐다고 알렸다. 당초 여러 해외 파트너사들과 뭉쳐 글로벌 사업 확장을 노렸지만 규제 불확실성, 사업 지속성 여부 등의 이유로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국내에서 시도했던 커스터디 사업 '볼트러스트'는 2020년 9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지만, 수익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약 반년 만에 서비스를 닫게 됐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빗썸 측은 거래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글로벌'이라는 점은 변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워낙 시장이 초기다 보니 실패한 부분이 있었을 것. 그렇다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이 국내에만 머물 수 없다고 본다"며 "당장 성과가 없었더라도 거래소 사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비롯 거래소가 당장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에 현 대내외적 상황은 가시밭길이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부진을 겪으면서 이미 올 1분기 빗썸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미국의 긴축 행보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데다 대체불가토큰(NFT)에 대한 시장 주목도도 크게 떨어져 있다. 최근 테라 사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논의 방향이 규제로 기울어져 규제 불확실성더 커졌다. 이에 거래소들이 신사업으로 확장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초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자회사 빗썸메타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NFT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한다며 대기업 계열사들로부터 투자도 유치해 주목받았었다. 또 자회사 로똔다를 통해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에 나설 것으로도 알려졌다. 

빗썸 측도 대외적 상황을 염두, 이같은 신사업에 대해 신중모드다. 빗썸 관계자는 "조급하게 내놓는 것보다 제대로 준비해서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또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과 규제 이슈, 또 줄어든 가상자산 거래량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신사업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 안정성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에 이재원 빗썸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도 신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또다른 캐시카우를 발굴, 신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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