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젠 본사. [사진: 바이오젠]
미국 바이오젠 본사. [사진: 바이오젠]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위기에 봉착했다.

바이오젠은 최근 일본 에자이와 공동개발한 아두카누맙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신청을 철회했다. 지난해 12월 EMA로부터 한 차례 승인 거부를 당한 뒤 두번째 시도였다.

바이오젠은 미국에서 FDA 허가를 받았지만 효능과 부작용 논란으로 보험 당국 규제에 발목을 잡힌 가운데 또 다른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바이오젠의 EMA 신청 철회는 임상시험 결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임상 데이터가 EMA에서 요구하는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이 유럽에서 도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다만 프리야 싱할 바이오젠 연구개발부 임시 대표는 “아두카누맙의 안전과 효능에 관한 데이터 판독 결과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6월 치매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 FDA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효능과 부작용 논란에 발목이 잡혀 기대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약물의 시장성도 문제다. 아두카누맙 1회 투여 비용은 4312달러(480만원)으로 4주 간격 투여 기간을 고려해도 연간 5만6000달러(6230만원)가 들어간다. 높은 투약비가 논란이 되자 바이오젠은 올해 초 이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최근 미국에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되는 악재도 겹쳤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올해 초 발표한 알츠하이머 신약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침 초안을 최근 최종 확정했다.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

이에 따라 아두카누맙 급여는 향후 FDA·미국국립보건원(NIH)등 당국이 승인한 임상에 참여하고 조건이 맞다고 판단된 환자에만 적용된다. FDA 정식 절차가 아닌 조건부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의 잠재적 이점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두카누맙이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던 국내 업계 긴장감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젬벡스앤카엘과 아리바이오, 뉴라클사이언스, 일동제약 등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아두카누맙과 같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이론은 뇌 속에 덩어리 형태로 모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신경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킨다고 본다.

업계는 아두카누맙의 난관이 국내 개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MA 신청 철회가 바이오젠에는 타격이 있겠지만 개발하는 경쟁사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상황을 교훈 삼아 치매 치료제 보험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기업·보험사·정부부처 등 관련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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