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일부 시스템반도체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반도체 인력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일부 시스템반도체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잇따른 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졌다.

반도체 업계 인력난은 산업 호황과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ICT 산업이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SW) 분야 엔지니어 수요가 커진 탓이다. 특히 비교적 연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과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인력 확보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SK에 DB하이텍도 연봉↑…SW 인력 부족이 핵심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은 수급난 지속과 전자산업의 전반적 수요 증가 등으로 인력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력난이 심해지자 전반적으로 급격한 임금 상승이 뒤따르고 있는 추세다.

DB하이텍은 지난 5일 올해 임직원 초임 연봉을 기존 4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4.3% 올렸다. 여기에 기존 연봉의 최대 33%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과급 제도 한도를 50%까지로 올렸다. 이는 삼성전자 초봉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 데다가, 신입사원 기준 최대 7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6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8% 임금 인상을 확정했다. 신입사원 초봉이 기존 4000만원대에서 5040만원으로 늘어났다. 연말 성과금도 기본급의 1000%를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임금협상을 두고 노사 양측이 합의점 도출에 이르지 못하며 연봉 인상률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인상률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잇따른 연봉 인상은 전자업계 전반 글로벌 업황 호조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ICT, 반도체, 배터리 등 성장 사업이 확대되면서 해당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더군다나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일부 부품 내재화 추세와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면서 필요한 인력 수가 예상보다도 훨씬 커진 상태다.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쟁탈전이 활발하다. 기존 반도체와 게임업계에 쏠렸던 SW 인력이 코로나19 이후 이종 산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다. 비대면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물류 기업부터 클라우드·AI·빅데이터 등 서버인력, 자율주행차와 디지털 플랫폼 중심 서비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업계 내에 그쳤던 인력확보 경쟁이 이제는 타 산업으로 확대된 셈이다.

신규 인력 없고, 기존 인력 나가고…시스템반도체 위축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인력 수급이 쉽지 않았던 반도체 중소·중견 기업은 울상이다. 특히 반도체 설계(팹리스)기업이나 디자인하우스 등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인력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업들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반도체 회로 설계와 신제품 연구개발(R&D) 등 SW 개발자가 사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임금 등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최근 신규 채용이 어렵고  기존 인력마저 대기업이나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대비 1.5배 큰 시장을 갖춘 시장이다. 차량이나 디스플레이를 구동케 하는 칩부터 모바일, PC 등의 정보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첨단 칩이 시스템반도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투자 비용 대비 리스크가 높아 대다수 후방 업체가 영세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SW 개발자 수급 문제까지 심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내 수요와 IT기업의 개발자 수요가 겹치면서 신규 개발자 초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신규 인력에게는 과도한 연봉이 기준점이 되고, 지금까지 연봉 인상폭이 크지 않았던 기존 인력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며 "향후 산업이 과도기로 접어들거나 실적 방어가 필요한 시기가 올 때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업계  인력 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하자 관심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성으로 쏠리고 있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느냐가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계와 대학·연구소 간 상시적 협력 플랫폼 구축, 전국 대학 및 공공 팹의 기능 고도화·연계성 강화, 반도체 인력 양적·질적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 인력 풀이 제한돼 있는 만큼 많은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기업에 편중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도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함께 고려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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