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이길호(왼쪽) 교수와 조길영(오른쪽) 교수 [사진: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이길호(왼쪽) 교수와 조길영(오른쪽) 교수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관련 논문은 16일(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고체 물질의 성질은 고체 내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금속, 그렇지 않으면 부도체다. 금속과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자가 움직일 수 있으면 반도체로 구분된다.

물질 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변경해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첨가하는 등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기존 방식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Floquet)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된 바 있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향후 빛을 쬐어 위상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 내 활용도가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하지만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주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한 탓이다. 따라서 플로켓 상태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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