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11월 3일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식을 진행했다. [사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가 11월 3일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식을 진행했다. [사진: 카카오페이]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2021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확장이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연이어 상장하면서 전통의 강자인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했다.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의 진격,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디지털 금융이 주목받았다. 금융그룹, 은행, 카드사 등에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섰다. 또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는 금융회사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존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확장에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주장하며 견제에 나섰고 빅테크는 성장도 하기 전에 혁신을 막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 금융그룹 시가총액 넘어선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8월 6일 카카오뱅크 주식이 한국거래소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큰 관심을 받았고 상장 후 한 때 시가총액 43조2341억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8위에 올라섰다. 이는 현대차보다 높은 시가총액이었다.

카카오뱅크의 IPO는 금융권에 충격을 줬다. 국내 대표 금융그룹들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3조8674억원(12월 24일 기준), 신한금융그룹의 시가총액 19조5791억원(12월 24일 기준)을 카카오뱅크가 넘어섰기 때문이다.

11월 3일에는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은 22조2882억원(12월 24일 기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만 합쳐도 50조원이 넘는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수익이나 자산규모는 국내 은행들에 비해 적은 상황이지만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래 잠재력이 큰 점에서 주목받았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사진: 토스뱅크]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사진: 토스뱅크]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성공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10월 5일 공식출범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전 이미 1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토스는 앞서 올해 2월 토스증권을 출범시켰다. 토스증권은 쉬운 주식 거래를 내세워 약 7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토스는 송금, 결제는 물론 증권, 은행 서비스까지 하는 종합 금융회사로 확장한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통장을 선보인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금융회사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 7월 네이버파이낸셜은 우리은행과 손잡고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선보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전북은행, 경남은행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네이버페이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금융에 적극 나선 금융권

금융그룹,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의 도전에 대응해 디지털 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에 금융을 접목하고 플랫폼 사업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10월 AI 플랫폼 ‘SACP(ShinhanAI Core Platform) 2.0’을 구축했다. SACP는 AI 학습, 운영 플랫폼으로 은행 내외부 데이터를 활용한 AI 모델을 운영해 신용평가, 자산관리, 문서자동분류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한은행은 9월 대교와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키즈 뱅크(Kids Bank)'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12월 22일 오픈했다.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12월 22일 오픈했다. [사진: 신한은행]

12월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울 광진구, 관악구, 마포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6개 지역에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1월 14일에 본 서비스를 오픈한다.

10월 우리금융그룹은 그룹의 IT 자원과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적용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그룹 공동 클라우드’ 플랫폼을 고도화했다. 

또 12월 우리은행은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우리WON뱅킹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 배달해 주는 'My편의점'을 시작했다. My편의점은 우리WON뱅킹으로 오전 11시부터 밤 11시 사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1만5000원 이상 주문, 결제시 고객 신청한 장소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12월 말 우리금융그룹은 자동차금융 통합 플랫폼 ‘우리원(WON)카’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우리WON카 플랫폼은 자동차금융에 강한 우리금융캐피탈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3개의 자회사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NH농협은행은 내년 3월 1일 오픈을 목표로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가칭)’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8월 NH농협은행은 모바일 뱅킹 앱 '올원뱅크'에서 꽃 배달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이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가칭)’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NH농협은행]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이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가칭)’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은 11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실험을 위해 ‘KB 메타버스 VR브랜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금융회사들은 이처럼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빅테크도 견제하고 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주장하며 기존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확장으로 금융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 등에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는 것에 반해 빅테크는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어 금융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핀테크 산업 육성에 주력해야할 때라며 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는 올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렸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며 기존 금융권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12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및 소비자보호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을 확산시키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빅테크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 P2P금융 제도화, 마이데이터 시행

올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이 본격화 됐다. 금융당국은 P2P금융을 제도화하기 위해 2019년 11월 26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온투법)’을 제정하고 2020년 8월 27일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P2P 금융업자들이 금융위에 등록한 후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지: 렌딧, 에잇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이미지: 렌딧, 에잇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올해 6월 렌딧, 에잇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등 3개사가 P2P금융업자로 처음 등록됐다. 올해 연말까지 총 32개 업체가 P2P금융업자로 인정받았다. P2P금융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12월 1일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 데이터에 대한 개방을 요청하면, 해당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개인(요청자) 또는 개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 개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모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일부 금융회사들이 수천 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경품으로 걸었고 이에 금융당국이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또 올해 금융위원회와 여당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2월 한국은행은 “개정안은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금융위원장과 한국은행 총재가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이 빅테크에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고 금융당국이 이를 부인했다. 여러 논란으로 인해 전금법 개정안은 올해 통과되지 못했다.

◆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원장이 올해 동시에 교체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8월 31일 취임했다. 그는 금융위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많은 과제를 받았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돼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 위원장은 8월 31일 취임 전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관리를 강화하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시중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이 신용대출 금액을 조정하고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중단했다.

대출관리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지만 고승범 위원장은 이런 방침을 고수했다. 고 위원장은 묵묵히 전체적인 대출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고승범 위원장은 자신의 뜻을 강력히 나타내고 이를 진중하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하나씩 처리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때도 일각에서 9월 24일 신고 기한을 연장해달라거나 신고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했지만 고 위원장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민감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또 다른 금융기관 수장들과 설전을 벌렸던 것과 달리 고승범 위원장은 무거운 언행으로 논란을 회피했다.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 정쟁으로 얼룩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꺼냈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당의원들은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사건을 지적했다. 그러나 고승범 위원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

또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갈등이 있었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의 수장들과 만나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에 과거와 같이 ‘금융위 vs 한은’, ‘금융위 vs 금감원’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올해 8월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도 무난하게 금감원을 이끌었다. 5월 퇴임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금융권, 금융위원회 등과 갈등이 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윤석헌 전 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등 소동이 있었다. 정은보 원장은 갈등보다는 화합을 추진하며 과거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 금융그룹, 은행들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 속에서도 금융회사들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등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5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17조~1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5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4조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인 10조5337억원 보다 33.2% 많은 것은 물론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 12조542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즉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지난해 총 실적보다 훨씬 많았다.

금융그룹별로도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그룹의 2021년 3분기 누적순이익이 3조5594억원,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11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전년 동기 2조9502억원 대비 20.7% 증가한 실적이다.

KB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이 3조77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조8779억원에 비해 31.1%(8943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금융그룹은 2021년 3분기 9287억원을 포함한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6815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4%(5771억원) 증가한 수치다.

NH농협금융그룹은 2021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824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은행,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성장과 대손비용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3639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2021년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 2조1983억원을 시현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140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같은 기간 92.7% 성장한 것이다.

금융권은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저금리 상황 등으로 금융회사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 부실은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또 금융회사들의 선제적인 몸집 줄이기와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비용도 줄었다. 여기에 주식투자 열풍 등으로 증권사, 투자사 등의 수익이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이 완전히 민영화됐다. 12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그룹의 지분 9.33%의 매각절차가 종결됐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그룹의 지분 9.33%는 12월 9일 유진프라이빗에쿼티(4%), KTB자산운용(2.3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1%)에 매각이 완료되면서, 23년만에 우리금융그룹은 완전 민영화됐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4월 15일 씨티그룹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를 위한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한국씨티은행은 해당 사업부문에 대한 출구전략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초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이 추진됐지만 결국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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