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오는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초반 산적한 금융 현황들과 사실상 한정된 임기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고 위원장이 뚝심 있게 금융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대통령 선거 정국 속에서 미래 금융 설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화상 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금융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지난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2월 8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고승범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많은 과제를 받았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돼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금융지원도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9월 24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또 취임한 한 달이 조금 지나는 10월 국회 국정감사도 진행돼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쌓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3일 간담회에서 고승범 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을 언급했다. 그는 취임 후 가장 시급한 현안이 가계부채 연착륙이었다며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으로 지난 8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부동산 시장도 차츰 안정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8월 31일 취임 전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관리를 강화하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시중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이 신용대출 금액을 조정하고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중단했다.

대출관리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지만 고승범 위원장은 이런 방침을 고수했다. 고 위원장은 묵묵히 전체적인 대출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불편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가계부채가 비대해진 상황에서 조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자칫 여론을 의식해 가계부채 관리를 하지 않거나 정책을 번복할 수도 있었지만 고 위원장은 불만과 비난에도 자신의 소신을 유지했다.

간담회에서 고승범 위원장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며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과 상호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세대출,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등 문제는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그는 “서민·취약 계층의 자금상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내년에는 정책 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처럼 자신의 뜻을 강력히 나타내고 이를 진중하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때도 고 위원장은 원칙을 고수했다. 일각에서 9월 24일 신고 기한을 연장해달라거나 신고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했지만 고 위원장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신고를 앞두고 가상자산 업체들의 불만이 나왔지만 현재는 제도가 안착돼 가는 모습이다. 고 위원장은 큰 틀의 원칙을 지키고 향후 조정을 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간담회에서 고 위원장은 “현재 다수의 가상자산 법안이 발의돼 입법 논의 중인 만큼 이용자 보호에 우선을 두되 블록체인, 가상자산 생태계도 균형 있게 고려해가며 국제적 기준과 규율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 앞두고 민감한 상황 속 무거운 언행으로 논란 회피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 정쟁으로 얼룩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꺼냈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당의원들은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사건을 지적했다. 여야가 정치적 논쟁을 벌이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고승범 위원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

고 위원장은 묵묵히 수사 중인 사안이라거나 자신이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란을 피했다. 그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기본대출,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민감한 질의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하며 넘어갔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갈등이 있었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의 수장들과 만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과거와 같이 ‘금융위 vs 한은’, ‘금융위 vs 금감원’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또 고 위원장은 진중하고 언행을 조심하고 있어 전임 은성수 위원장처럼 구설에 오르지도 않았다. 은 전 위원장은 올해 4월 가상자산 투자를 보호할 수 없으며 거래소들이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왔다. 여러 이슈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고 위원장은 구설수 없이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의 갈등 조율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고 위원장은 일단 금융권이 주장해 온 ‘동일기능 동일규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편으로 그는 핀테크 육성과 금융혁신의 필요성도 지적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 업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디지털 전환과 수익 모델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금융사와 빅테크의 공정한 경쟁 체계 마련 등 시급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만간 빅테크, 핀테크 업계와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도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의 갈등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고승범 위원장이 금융권의 안정적 운영을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원칙 고수와 뚝심, 무거운 언행 등으로 이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격변하는 시기에 미래 금융을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이 금융에 접목되고 있고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 가상자산 관련 이슈도 여전히 뜨겁다. IT대기업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기존 금융정책은 물론 법규와 인식, 체계 등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추세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몇 개월 남지 않았고 향후 금융정책과 비전은 차기 정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여야 대선 주자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고려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금융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고승범 위원장이 무난하게 금융당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마지막 금융위원장으로 임기가 사실상 제한된다는 점이 앞으로 금융당국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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