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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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10일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된 일명 ‘n번방 방지법’(디지털성범죄방지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사전검열 ▲국내 사업자 역차별 ▲필터링 영상의 실제 불법촬영물 해당 여부 등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1:1 등 사적 대화는 적용되지 않는데다 텔레그램 등 해외사업자 제외는 국내 기업 차별이 아닌 사적 대화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필터링 영상의 실제 불법촬영물 해당 여부의 경우도 사실이 아니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6항은 현재 사업자들에 기술적 보호 조치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비교·식별 후 그 정보의 제재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교·식별의 기준도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관·단체가 최근 2년 이내에 시행한 성능평가를 통과한 기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영상이 게재되기 전에 국가기관이 제공하거나 방통위가 선정한 기술을 바탕으로 게재 자체를 제한하기 때문에 n번방 방지법을 두고 ‘사전 검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정상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식별 및 게재 제한 조치’는 이미 유통된 정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불법 촬영물 등(디지털성범죄물)이라고 의결한 동영상의 재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유통 전 단계에서 심의를 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필터링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인 차단을 요구할 뿐 게시물의 내용 자체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감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 규정은 모든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가 아닌,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비밀정보 제외) 중 기존의 ‘불법 촬영물(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제14조)’에 추가로 ‘불법 편집물(동법 제14조의2)’, ‘아동 · 청소년용 음란물(아청법 제2조 제5호)’에 대해서만 해당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안 위원은 “명백하게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고 성범죄 관련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해서만 유통 방지에 필요한 기술적 · 관리적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료 : 방통위] 
[자료 : 방통위] 

사전 검열 외에도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의 경우  n번방 방지법이 규정하는 서비스에서 제외됐는데, 해외사업자이기 때문에 제외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텔레그램이) 해외사업자라서 적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적 대화방(1:1 또는 단톡방)에 해당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카카오톡 1:1톡, 단체톡 등 사적 대화방은 들여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사적 대화방이 법적용 대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텔레그램 사적 대화방도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공개 게시판 등에만 적용되므로, 카카오톡·라인과 같은 대화방은 제외되며, 이는 국내외 사업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전했다. 

n번방 방지법이 삭제·필터링하도록 규정한 ‘불법촬영물’의 판단 신뢰성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을 통해 사업자들의 서비스에 적용된 불법촬영물 필터링은 이용자들이 업로드하는 영상의 형식, 제목, 길이, 화질 , 주파수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추출한 영상의 DNA를 방심위가 운영하는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불법 촬영물이 아닌 영상까지 불법촬영물로 판단돼 필터링될 기술적 가능성도 ‘0’이 아니라는 점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어떤 기술이든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정부로서는 불법촬영물 판단 기술의 정확도는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에서 불법촬영물 여부는 방심위가 판단하고 있다. 방심위는 ▲민원신고 ▲모니터링 ▲사무처 검토 ▲심의위원 안건심의 ▲불법동영상 의결 ▲영상물 DNA 추출 등의 과정을 거쳐 불법촬영물의 DNA를 공공 DNA DB에 등록한다. 불법촬영물 신고의 경우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가능하지만, 진위 여부는 정황들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커뮤니티 및 언론에 인용되고 있는 ‘오픈채팅방 사용 임시제한’, ‘7일 이용제한’등은 카카오에서 이전부터 운영해오던 자체 운영정책 위반으로 신고돼  제재된 사항으로 불법촬영물 필터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커뮤니티에서 인공지능(AI) 오인식 등 AI 필터링의 한계를 주장에 대해서는 “AI 필터링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필터링기술은 AI 필터링기술이 아니므로 잘못된 학습과 AI 오인식 등 AI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필터링기술은 업로드 영상으로부터 추출된 특징정보와 방심위의 불법촬영물 특징정보 DB의 일치여부를 단순히 비교하는 방식으로 AI 기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정상 위원은 “방통위는 그동안 인터넷 사업자의 기술적‧관리적 조치 이행 지원을 위해 표준필터링 기술 설치가이드 등 각종 기술 가이드라인 배포(2021년 7월), 표준필터링 기술 및 공공 DNA DB 제공(2021년 8월), 민간 사업자 필터링 기술에 대한 성능평가 실시(2021년 8월), 사업자 대상 온라인 설명회 및 사업자별 면담 및 기술 지원 등을 실시했다”며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이 법이 국내외 집행의 실효성을 더욱 확보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착취물 등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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