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취임식에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8월 6일 취임식에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은행 간 삼각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임명으로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금감원, 금융위, 한국은행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갈등을 빚어왔다.

우선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감원 수석부원장 임명을 놓고 지난해 줄다리기를 했다. 금감원에는 수석부원장 직책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이 만들어진 후 계속 운영됐다. 그리고 수석부원장은 주로 금융위 출신들로 임명됐다. 

그런데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수석부원장을 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윤 전 원장은 법규에 수석부원장 직책이 명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지난해 4월 논의된 수석부원장 임명이 6월까지 미뤄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금융당국 두 수장이 설전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전 원장은 금감원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은성수 위원장은 ‘누구로부터의 독립이냐’며 반박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원인과 해법을 놓고도 두 수장은 신경전을 벌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펀드 사태와 관련 감독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는 펀드 사태 원인을 감독 문제로 본다는 뜻으로 금융권이 해석했다. 반면 윤석헌 전 원장은 규제 완화 즉 금융위의 금융정책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위, 금감원의 갈등은 지난 5월 윤석헌 전 원장이 퇴임할 때까지 지속됐다.

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2월 17일 한국은행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빅브라더 이슈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개정안은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빅브라더’라는 민감한 용어로 다른 기관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에 2월 19일에는 은성수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을 만나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라고 한 건 오해다. 조금 화가 난다”고 반박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한은의 주장이 지나친 과장이라며 “제가 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그달 23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 맞다”고 은성수 위원장의 주장에 대응했다. 이주열 총재는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며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전금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는 내정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는 내정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고승범 내정자와 정은보 원장의 임명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 내정자와 정 원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함께 근무했다.

정 원장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았고 고승범 내정자가 2013년 5월 사무처장을 이어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두 수장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으로 금융위, 금감원 수장들이 신경전이나 힘겨루기가 사라질 것으로 금융권에서느 기대하고 있다. 

고승범 내정자는 2016년 4월부터 5년 이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했다. 고 내정자는 금융위 출신으로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국은행의 상황도 이해하고 있다. 5년 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만큼 이주열 한은 총재와도 인연이 있다. 전금법 개정에 대해 고 내정자는 금융위와 한은 사이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이 무엇보다 기대하는 것은 소통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감원, 금융위, 한은의 갈등이 결국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헌 전 원장의 경우 금융위 관계자들과 소통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같이 근무했던 막역한 사이이고 또 금융위원장이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던 만큼 이전과 비교해 소통 만큼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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