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 줄일 수 있는 방도 있습니까?”
“알뜰폰도 있고…”

 
[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지난 10월 14일과 11월 1일 국정감사 기간 미방위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습관적으로 말했던 내용이다. 보조금 규제와 단말기 가격 인하, 통신비 낮추기 등 가계통신비를 줄이는데 있어 한곁같이 언급됐던 대답 속에는 항상 ‘알뜰폰’이 자리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고 천명한 이후 미래부에서는 발 빠르게 지난 5월 이동통신 서비스단말기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알뜰폰’을 최상위에 뒀을 정도로 핵심 사항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미래부는 발표한 대로 지난 9월 우체국 알뜰폰 판매를 지원해 유통망을 늘리는 한편 도매제공 유효기간을 늘리고, 알뜰폰 사업자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KMVNO협회 출범을 유도, 여러 망적합성 시험 지원까지 전방위적으로 알뜰폰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하에 알뜰폰 가입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우체국 알뜰폰 판매는 예상 목표치를 뛰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제반 사항을 대부분 갖춰졌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통신 인프라를 합리적으로 제공하고 낮은 요금제 등을 앞세웠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손에 들리는 최종 결과물은 ‘단말’이다. 단말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아무리 싼 가격의 통신비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미래부는 지난 9월 4일 17개 알뜰폰 사업자와 10개 제조업체, 2개의 유통업체 등을 참여시킨 자급 단말기 공동조달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유명 제조3사가 포함되면서 그간 알뜰폰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됐던 원활한 단말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흘러가지 않는 분위기다. 미래부에서는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공동 조달을 위한 대책보다는 사업자들에게 떠 미는 분위기다. 반대로 알뜰폰 사업자는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특히 좀 더 단단한 통로, 이를테면 국내 제조3사로부터의 공동 조달이 가능케 되길 원하고 있다.

물론 알뜰폰 사업자와 정부를 연결해주는 KMVNO협회가 이를 조정하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범한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터라, 조직정비 뿐만 아니라 그간 미진했던 사업들을 처리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혀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제조3사도 자급 단말기 공동 조달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단말기 공동조달 협약식 이후 제조3사를 통해 출시된 단말기는 단 한 대도 없다. 엉뚱하게도 구글 레퍼런스폰인 ‘넥서스5’가 출현했을 뿐이다.

자급제폰 이외에 올해 출시된 제조3사의 보급형 제품의 가격을 따져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4 미니’와 LG전자 ‘옵티머스 LTE3’, 팬택 ‘베가레이서2 블링’ 등이 가장 낮은 출고가를 갖추고 있는데, 평균 50만 원선이다. 문제는 국내는 보급형임에도 불구하고 50만 원선인데 제조3사의 해외 타깃 제품 가운데는 10만원 대 저렴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는 알뜰폰 취지를 보다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활발히 내놓아 알뜰폰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찾아야할 것이다. 정부도 대기업의 알뜰폰 공동 조달을 원활하게 이끌어내는 한편, 중소 제조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 다지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말 제조 시 많은 규제와 비싼 인증시험비 등으로 단말 제조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령 피처폰 단말 1대 당 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적합성 인증과 국립전파연구원(RRA)의 전파인증을 거치면 대략 2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 스마트폰의 경우 거의 2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단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비용도 비례한다는 것이다.

한편, 알뜰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 소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타깃 시장을 현재 이통단말 시장과 동일하게 바라봐야할 지 아니면 알뜰폰 자체내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시킬지 방향성과 함께 그에 따르는 마케팅 및 홍보에도 전력투구해야 한다.

다만, 마케팅 비용을 늘어날수록 요금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 특성상 이 부분도 정부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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