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모바일 게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성장할 조짐이다. 그러나 국내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전망은 다소 어둡다. 지난해부터 PC 온라인 게임 신작들이 대거 출시됐지만 '크리티카', '피파온라인3',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소울' 등이 겨우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2011년 여름 출시된 JCE의 '룰 더 스카이'가 한해 44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신호탄을 쏜 이후, 지난해 넥스트 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가 출시 하루만에 1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 행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애니팡도 출시 39일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하루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같은 모바일 게임의 연이은 대박행진은 '카카오톡' 이라는 소셜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가능했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는 변함이 없이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PC 온라인게임, 사업 철수냐 해외시장 진출이냐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외산 게임의 폭풍성장도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 입장에서는 시장 열세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50%가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 외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게임 개발에 열중하던 개발사들은 해외 시장에 주력하거나 모바일게임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그라비티다. 그라비티는 올해부터 해외 진출과 모바일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 사업을 아예 철수하고 모바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자회사인 네오싸이언과 연계해 모바일 사업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 '퍼즐앤드래곤'

월 매출 1000억원으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그라비티의 '퍼즐앤드래곤'은 지난해 12월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발키리의 반란'은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북미 서비스에도 안착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빅3 대작 MMORPG로 꼽히는 '테라',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소울' 등도 해외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그 첫번째로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테라'는 글로벌 게임 서비스 업체 '쿤룬'을 통해, '아키에이지'와 '블레이드&소울은 중국 최대 퍼블리싱 업체인 '텐센트'를 통해 현지 서비스에 들어간다.

'블레이드&소울'은 7일, '아키에이지'는 22일 첫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테라'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는 지난 3월  쿤룬과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뒤 테스트 일정을 조율중이다.

국내 메이저 개발사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11년 38.2%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는 44.3%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 2011년도 국가별 게임 수출 비중.    <자료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5-2015 아시아권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을 통해 예측한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80억달러(8조9000억원)에 이른다. 모바일 게임에 한풀 꺾인 내수시장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동시 집중
온라인 게임과 동시에 모바일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젠 흔한 풍경이 됐다. PC 온라인 게임 개발은 그대로 유지하되 따로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엠게임의 경우 자사의 온라인게임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을 준비중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별도의 모바일게임 플랫폼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게임의 대표적인 MMORPG '열혈강호2'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도 올해 안에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엠게임은 지난해 3월부터 멀티플랫폼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따라 하반기 출시할 모바일게임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 '윈드러너'

'윈드러너', '캔디팡' 등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국민 게임 2종을 배출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바이킹 아일랜드' 출시를 시작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원드러너'는 역대 최단기간인 출시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중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모바일 시장에 대응, 10년간 쌓은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를 모바일에 집중한 결과 이같은 성과를 이뤄내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도 지난달 29일 모바일 게임 사업 확대 개편을 전격 발표했다.모바일게임 개발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고 기존 PC게임 개발 노하우를 접목시켜 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두의 게임'을 자회사인 핫독 스튜디오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일본 대표 모바일 게임업체 그리(GREE)와 함께 '리니지' 최초의 모바일 소셜 게임 '리니지 더 세컨드 문(The Second Moon)'의 일본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PC 온라인 게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오히려 PC 온라인 게임 시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GISF 2013(글로벌 게임산업 전략포럼)에서 위메이드의 석주완 상무는 "사람들은 PC온라인 게임의 침체라고 말하지만 실제 데이터로 미뤄볼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는 완만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석 상무는 체감온도와 실제 기온이 다른 것에 빗대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온라인 게임을 즐겼으며 모바일 게임은 본래 모바일 게임을 즐기던 사람과 함께 여성 및 중장년층인 비게임 유저들이 유입되면서 모바일 게임 유저층이 확대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석 상무도 올해 모바일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유저의 35%가 40대 이상인 만큼 모바일 게임도 철저하게 유저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 모바일 게임 연령별 월 이용비 통계(2012.8).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실제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12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달에 모바일 게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연령층은 35세~44세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석 상무는 올해는 블리자드나 게임로프트 등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돼 메이저 온라인 게임업체도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긴 하지만 온라인 게임 자체가 모바일에 치여 시장 잠식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라이엇게임즈 구기향 홍보팀장은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양자택일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예"라며 "기존의 비게임 유저로 치부됐던 노년층 인구도 '애니팡'에서 하트를 주고 받듯이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모바일로 유입됐다기 보다는 모바일 게임 유저층 자체가 확대된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 유저층은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바일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구 팀장은 "모바일 게임은 폭넓은 유저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 이라며 "라이엇 게임즈는 유저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만큼 니즈만 충분하다면 '리그오브레전드'가 모바일이나 태블릿 버전으로 출시되는것도 사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국내 PC방 사용시간을 집계해보면 총 2663만 시간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0% 증가했다.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 게임대로 꾸준히 유저들이 즐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게임도 위험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모바일 게임 시장 자체도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발사 별로 쏟아내는 신작의 양이 PC온라인 게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의 양대 산맥인 컴투스와 게임빌은 올해 각각 50개씩 신작 타이틀을 준비중이다. 넷마블은 70개, 위메이드는 40개의 신작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PC온라인 게임이 63종인것이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모바일 사업을 확대 개편한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NDC 2013(넥슨개발자컨퍼런스)에서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게임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경고했다.

배 부사장은 "홍콩의 경우 우리보다 2년이상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하루에 100개 이상 신작이 쏟아지면서 지독한 레드오션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한번 랭킹에 진입한 게임은 신작에 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국내 PC온라인 시장과 유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배 부사장은 '서든어택',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등 장수 온라인 게임이 여전히 국내 PC방 점유율 상위 10위권을 유지하는 것처럼 모바일 게임도 상위 작품이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장수 게임들이 오랜 시간 축적한 콘텐츠의 양을 신작 게임이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배 부사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모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개발자와 업계가 열심히 뛰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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